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

매해 여름이 올 때면, 2023년 여름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검은 물결을 이뤘던 교사들의 슬픔과 절규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나는 동료 교사이자 교권보호에 자원했던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교육의 시계가 영원히 멎을 듯한 슬픔과 불안의 그림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시계는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생님들은 굳건히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해 여름, 교사들의 간절함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고, 단기간에 교권보호 5법 개정과 여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변화를 끌어낸 사례는 흔치 않았다. 특히,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 권한을 법령 수준에서 보장하게 된 점,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한 교육 활동 보호를 강화한 부분은 분명히 희망적이었다.
그런데 2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보호에 대한 체감도가 낮다’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교육 활동 침해행위를 근절할 만한 현실적인 대응 지침이 부족한 점, 피해 교원 보호와 회복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즉, 사전 예방과 차단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대부분 가볍게 적용되고, 피해 교원이 받는 상처는 깊고 회복이 어렵다는 현실이 교권보호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 인식과 불안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사후 대응과 사태 수습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근본적인 책임과 권한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다는 것을 가장 큰 요인이라 본다.
예방과 차단의 권한과 책임이 없는 학교 현장은 지금도 문제 발생 후의 조치만 가능할 뿐, 실질적인 예방이나 해결의 기틀은 미비하다. 그리고 이러한 맹점은 올해 5월, 故 현승준 선생님께서 겪었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그는 개인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야 했고,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연락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것을 차단하고 예방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예방과 차단이 신속하려면 관련 책임과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 활동 침해 사안에 대한 예방 및 대응 역량이 신장될 수 있으며 법과 제도, 지침의 마련에도 학교 현장에 정착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예방할 수 있다.
법령 개정에 대한 논의도 근본적인 내용부터 시작해야 한다.
‘교사는 보호자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보자.
교사는 가정 외 공간에서 보호자로 여겨지지만 막상 보호자로서 권한은 갖고 있지 않다. 교사를 ‘가정 외 공간에서의 보호자’로 본다면 ‘학교’의 특수성을 반영한 규정과 그에 따른 별도의 ‘보호자’로서 권한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 중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판단과 선택 권한이 명확해지고, 교육 활동 중 아동학대 신고 대응 역시 별도의 규정과 지침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는 아동복지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보호자’의 개념을 다시 정의할 것을 계속 주장해 왔다.
올해 초여름, 교사들은 故 현승준 선생님 추모와 교권 회복을 다시 외치기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섰다. 그러나 2년 전과 달라진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와 더불어 정부와 사회의 반응도 2년 전과는 달랐다.
점점 이렇게 무뎌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장에서 외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이제는 정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검증된 지식과 경험, 소통과 연대, 그리고 사회적 합의와 장기적 관점을 바탕으로 그해 여름, 대한민국 교육에 남긴 물음표를 해결해 가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국민대학교 신문사에 9월 1일자로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