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공교육은 입시와 경쟁, 시험, 서열 등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삶 자체를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게끔 한다. 이 트랙을 성실하게 달리는 사람에겐 모범 학생이라는 훈장을 준다. 그런데, 울산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넘어 저항적이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과 삶에 대한 사색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에 <더에듀>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데 도움을 주는 박상욱 철학교사의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교육이 경쟁과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사람의 가치는 본래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판단과 행위로 인해 평가되는 것일까? 사람의 가치가 본래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생각은 과거 계급사회를 유지했던 근본적인 관점이었다. 왕권제 국가에서 왕과 귀족의 가치는 평민이나 노예보다 본래부터 더 높다고 여겨졌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사람의 가치가 위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관점은 아니다. 오히려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천부인권이라는 말이 가능해진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소중하게 대우받을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범죄자’에 대해 토론하는 순간 다른 관점이 비집고 들어온다. 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권이나 가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보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과 토론을 이어갈 때면 이러한 관점이 더욱 거세진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사형하거나 고문을 해도 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SNS나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자극적인 범죄 장면들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 같다. 범죄자의 인권 보장이라는 주제 이면에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깊은 철학적 쟁점이 숨겨져 있다. 오늘 수업에서 철학소설을 읽은 아이들이 제기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죄를 통해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해도 될까요?’ 이 질문을 한 아이는 무조건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말했다. 물론 반의 다른 친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거론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범죄의 피해자와 똑같이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 들어가자마자 반의 분위기가 너무 과열되는 것 같아 시간을 좀 갖기로 했다. 5분간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고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유진이가 말했다. “갑자기 무슨 명상이에요?” 나는 각자의 생각을 진전시키기보다 생각과 감정을 좀 비워보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5분이 지나고 반의 분위기가 좀 차분해지자 다시 토론을 시작했다. 조용히 민성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좀 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목소리였다. 민성: 죄를 짓게 된 이유가 중요한 것 같아요. 나: 조금만 더 설명해 줄래? 민성: 똑같이 사람을 죽였지만, 어떤 사람은 계획적으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어요. 주윤: 가족을 보호한 것이 죄라고 할 수 있어? 지성: 사람을 죽였다면 죄이지 않을까? 아름: 그건 정당방위라고 생각해요. 나: 죄를 지었어도 그 의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구나. 유진: 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인권도 보장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아동 성범죄자는 더 그래요. 지성: 인간이라고 할 수 없지. 인간으로서 대우할 가치도 없는 거지. 민성이는 죄를 지었어도 의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아름이는 정당방위는 죄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죄를 짓는다는 것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하지만 곧이어 유진이는 아동 성범죄자를 예로 들며, 범죄자의 인권은 보장해 줄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앞서 발언한 내용 중에 죄의 기준과 같이 꼭 논의해 봤으면 하는 쟁점이 있었지만, 일단 아이들의 호기심이 이끄는 흐름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물론 민성이나 아름이가 다시금 문제를 제기했다면 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나는 지성이의 발언을 발판 삼아 질문을 던졌다. 나: 그 사람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통해 정해지는 걸까? 유진: 그 사람이 저지른 죄를 통해 정해지는 거죠. 예성: 그건 사람들의 평가인 것 같아요. 모든 죄를 똑같이 보지는 않으니까요. 준이: 맞네. 그렇네. 나: 사회적 평가로 그 사람의 가치가 정해진다고 보는 건가요? 예성: 맞아요. 나: 그러면 일제강점기 시절에는 일본인에 비해 조선인의 가치를 낮게 봤잖아요. 그것도 정당한 건가? 주윤: 그건 아닌데... 유진: 그 시절에는 그게 정당한 것 아닐까요? 실제로 그렇게 했잖아요. 나: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게 정당화되는 걸까? 승우: 그건 아니에요. 그건 정당하지 않아요. 민성: 모두 그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그게 정당한 행동은 아닌 것처럼요. 지성: 저는 사회가 각 개인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건 일종의 계급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나: 조금 더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지성: 아...이 이상은 한계예요. 유진: 계급 사회는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거는 거예요. 그런데 사회가 사람들의 계급을 나누는 것은 민주적이지 못해요. 민성: 사람들은 본래 평등한 거니깐. 고대로부터 가치는 본래적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 강했다. 하지만 존 듀이는 『윤리학』이라는 책을 통해 가치는 평가를 통해 생겨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맥락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 역시 사람의 가치는 사회적 평가의 결과라고 말했다. 굉장히 인상 깊은 발언이었다. 이 지점에는 나는 의도적으로 악마의 대변자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의 발언에 대한 반증 사례를 제시했다. ‘사람의 가치가 사회적 평가의 결과라면, 사회에 따라 잘못된 평가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담고 있었다. 나는 일제강점기를 예로 들었다. 그러자 반 분위기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사람의 가치가 사회적 평가에 따라 달라져도 될까?’라는 고민들이 엿보였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유진이의 발언이었다. 유진이는 그 시대에는 다들 그렇기 했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과 가치의 구분이 엇갈리는 것 같았다. 유진이의 발언 덕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실과 가치를 구분하는 ‘자연주의 오류’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흔히 논리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해서 중학생들에게 논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학 공식처럼 논리를 접하게 되면 그것이 각자의 사유와 발언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논리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논리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의 법칙이자 사고의 법칙이다. 아이들은 말하는 그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논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교사는 토론의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발언에 들어있는 논리의 구조와 오류를 드러내고 함께 검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형식적, 비형식적 논리의 법칙들을 이해하고 자기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것이 최근 미래 담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메타-사고이다. 자신의 사고에 대해 스스로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민성: 인간에게 가치를 매기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주윤: 원래 태어날 때는 가치를 매길 수 없어요. 그건 사회가 평가하고 만들어 내는 거예요. 나: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은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걸까? 주윤 그게 아니라 누가 더 가치 있고 누구는 가치 없고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준이: 그럼 말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가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아요. 평등하게요. 지성: 그런데 사회가 생기면서 가치에 순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나: 사회가 사람들의 가치를 매긴다는 건가? 예를 들면? 수진: 누구는 더 성실하고 더 공부도 잘하고 더 예쁘고 하는 것들이 다 가치 평가의 결과인 거죠. 아름: 그건 때로는 필요한 것 아닐까? 예성: 왜? 아름: 더 도덕적이다, 더 성실하다, 더 유능하다...이런 평가는 필요하잖아. 그리고 도덕적인 사람과 범죄자는 구분해야지. 그들인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말도 안돼. 나: 사회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말이구나. 민성: 그렇지만 사회적 평가 때문에 누군가를 차별하는 경우도 많잖아. 아름: 오늘 우리 주제처럼 죄를 통해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정당한 차별이야. 수진: 차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유진: 하지만 사회의 평가가 꼭 정당한 차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승우: 동성애 차별, 인종 차별 같은 것도 있으니깐... 이어지는 토론에서 아이들은 ‘가치 매기기’를 통한 차별의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교사는 철학적 토론에서 기본적으로 안내자 역할을 맡지만, 특정한 쟁점이나 논점을 사전에 면밀하게 계획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은 토론 자체가 굉장히 산만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물론 그런 면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어느새 새로운 쟁점이나 주제에 자연스럽게 집중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냇물이 아무런 규칙도 없이 흐르는 듯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물줄기들이 모여서 커다란 강을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앞선 대화에서 아이들은 사회적 평가로 인한 차별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지만, 곧 정당한 차별도 존재한다는 의견으로 나아갔다. 도덕적인 사람과 범죄자를 구분해야 하듯이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정치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유진이가 반론을 제기했다. 사회의 평가가 정당한 차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곧이어 동성애와 인종 차별 같은 사례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면서 교실 토론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러한 쟁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자칫 토론의 분위기 자체가 피상적으로 흘러갈 위험도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나: 사람에게 본질적으로 정해진 가치가 있을까? 준이: 있죠. 누구나 소중하고 가치 있게 태어나는 거죠. 유진: 그런데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달라져요. 그래서 가치가 나뉘는 거죠. 민성: 사람들의 가치를 평가하고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아름: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할 자유가 있어요. 주윤: 맞아요. 저는 아까 말했듯이 아동 성범죄자는 혐오예요. 그 사람의 죄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짓이잖아요. 그런 사람의 가치까지 인정해 주고 싶지는 않아요. 나: 혐오의 자유가 있다는 말이구나. 유진: 그러면 동성애자를 혐오할 자유도 있다는 거야? 개인의 자유니깐...? 수진: 남혐이나 여혐도 마찬가지겠네. 지성: 음....사람의 가치를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나: 그럼 사람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중요한 거 아닐까? 승우: 맞아요. 그 기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서양철학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본질적 가치는 주로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기준을 의미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선택을 통해 그 가치가 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절대적 본성을 부정한다. 각자가 가진 가치는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일 뿐이다. 인간의 주체적인 선택과 행동만이 그 사람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행위로 인한 사회적 비난과 차별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행위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도 그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름이와 주윤이는 이러한 입장에서 혐오의 자유를 말했다. 범죄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오의 문제를 거론하자 다시 미묘한 틈새가 드러났다. 혐오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것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남혐이나 여혐, 장애인 혐오와 같은 것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일까? 물론 이에 대해서 아이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조금 흥분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아름이와 주윤이도 조금 더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승우의 발언을 끝으로 아이들은 철학 노트를 꺼내서 쓰기 시작했다. 그때 지성이가 조용히 옆 친구에게 말을 꺼냈다. 지성: 근데 학교에서 평가하는 것도 정당한 기준이야? 나처럼 공부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잖아. 준이: 그러니깐. 대안학교가 있는 거지. 우리 학교는 시험이 없잖아. 철학에 대한 많은 오해 중 하나는 너무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우리 삶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상한 사람들이 하는 취미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철학함’이라고 볼 수 없다. 철학적 질문은 언제나 우리 삶의 맥락, 구체적 상황 속에서 나온다. 그러한 질문에 숨겨진 개념, 의미, 쟁점, 기준 등과 같은 추상적 차원의 논의가 철학적 토론을 통해 전개되더라도 언제나 다시 구체적인 삶의 맥락 속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수업의 끄트머리에서 지성이의 질문은 이 지점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지성의 말 덕분인지 아이들은 철학적 글쓰기를 통해 학교에서 진행되는 여러 가지 평가 활동 및 교사들의 발언을 토론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친구들 사이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내적인 대화와 의미로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는 교실 구석의 책상에 앉아 이 장면을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2025 충북에듀테크 콘펙스’가 오는 20일 청주오스코(OSCO)에서 개막한다. ‘에듀테크로 여는 미래, 교육이 이끄는 변화’라는 주제로 총 22일까지 총 3일간 40여개 세미나와 65개 기업의 전시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사)스마트교육학회가 주최하고 청주오스코가 주관하며,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청주교육대학교 등 총 16개의 교육 유관 단체가 후원한다. 올해 처음으로 열리는 충북에듀테크 콘펙스는 총 40여개 세션의 ‘에듀테크 세미나’, 7개 기업의 ‘참가기업 세미나’, 65개사 기업 전시 등으로 풍성하게 구성된다. 특히, 실무 적용 중심의 수업 사례와 현직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다루는 에듀테크 세미나가 큰 이목을 끌고 있다. 에듀테크 세미나는 ▲AI와 에듀테크로 여는 미래형 수업 ▲함께 배우는 교실, 다문화 포용교육의 길 ▲AI/디지털 기술이 바꾸는 특수교육의 현재와 미래 ▲학교 운영의 혁신, 디지털로 새롭게 총 4개의 주제로 운영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등 교육 유관 기관과 교사 연구회·협회 소속의 교사 및 교육 관계자가 강연에 나선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미래교실 특별관은 ▲글로벌 교실관 ▲AI교실관 ▲지능형 과학실관으로 구성된다. 교육 당국이 제시하는 미래 교육 체계의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방안’속 AI 중점학교 확대, 지능형 과학실 확충 등의 정책 비전과 맞닿아 있어 미래 교육의 흐름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총 65개 기업이 참여하는 기업 전시에서는 교육 및 에듀테크 신제품과 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솔루션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AI 생활기록부 서비스, AI 코스웨어, 온라인 과학실험실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이 참여해 참관객에게 폭넓은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충북에듀테크 콘펙스 사무국 관계자는 “제1회 충북에듀테크 콘펙스가 드디어 올해 막을 올리게 되었다”며 “향후 중부권 최대 규모의 교육 복합 행사로 성장해 미래 인재 양성과 교육 정책 실현에 기여하는 대표적인 장으로 발전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더에듀 | “참다 참다 화가 나서 그랬어요. 저도 사람인데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듣잖아요.” 이 말은 아이를 혼낸 뒤, 수많은 부모와 교사가 스스로를 변호하며 내뱉는 익숙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 훈육이 과연 ‘교육’이었는가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그 순간, 우리는 아이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낸 것은 아니었을까. 훈육은 감정을 푸는 일이 아니다. 그건 아이에게 책임을 전하는 일이다.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묻기 전에, 먼저 어른인 우리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너 때문에”가 아니라, “네가 어떤 선택을 했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화를 내는 건 쉽다. 그러나 가르치는 건 어렵다. 감정은 순간이지만, 가르침은 시간이 걸리고, 반복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 차이를 모르면 우리는 매번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화를 내고, 그 자리에 상처와 후회를 남기게 된다. 훈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잘못을 짚고, 옳음을 설명하며, 다시 기회를 주는 과정. 그 과정 안에 신뢰와 존중, 기다림과 인내가 깃들 때, 비로소 아이의 마음에 변화의 씨앗이 자란다. 아이를 혼낼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 “이 말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까?” - “지금의 말투는 내 감정 때문인가?” - “이 행동을 통해 아이가 무엇을 배우게 될까?” 훈육이 감정에서 출발하면 그것은 힘의 행사이다. 그러나 훈육이 책임에서 출발하면 그것은 사랑의 표현이 된다. 훈육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수없이 반복되고,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아이의 반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시간을 견뎌내는 어른의 태도 안에서 아이의 인격은 조금씩 자란다. 훈육은 감정이 아니다. 그건 아이를 가르치는 어른의 책임이다. 꾸짖기보다 가르치고, 포기하기보다 반복하며, 상처를 주기보다 성장을 이끄는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품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이며, 진짜 어른의 품격이다. “화를 낼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그 경계에서 교육은 시작된다.
더에듀 | 요즘 교사로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AI가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요?”라는 것이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잠시 멈춰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건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인간이 무엇을 계속 할 수 있어야 하는가이다. AI는 이미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단순 노동은 물론, 치과 기공사, 주식 애널리스트, 은행원, 인터넷 강사, 전화 교환원, 보도 기자, 심지어 일부 의사와 기업 사무직까지도 AI의 효율성과 정확성 앞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모두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이 극대화됨에 따라 사회는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유초등학교 교사, 미용사, 간호사, 상담사 같은 사람을 직접 상대하고 케어하는 직업들이다. 왜 이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체가 아니라, 감정과 관계, 독특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AI는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객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변화시키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개인 독특성’과 ‘인간관계 능력’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조화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인재야말로 AI를 능가하고 AI를 다룰 수 있는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너만의 특별함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다. 미래 교육은 더 이상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정답을 넘어선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다른 답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은 교사인 우리가 계속 지켜내야 할 가장 소중한 사명이다.
더에듀 | 2026학년도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각종 언론 보도에 나타난 고교생 후배들의 열띤 응원과 학부모의 노심초사 합장한 두 손에서 비장한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날의 수능에 대한 온갖 구설이 난무하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또한 언론에 등장하겠지만 매년 수능의 난이도는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어렵고 쉽고 하는 문제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올해도 벌써 사설 입시 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매년 그렇듯이 수능이 끝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들이 있다. “올해 수능은 작년보다 어려웠다”, “국어가 너무 불친절했다”, “수학은 변별력이 사라졌다.”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정작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늘 “난이도는 예년과 비슷하다”고 답한다. 그런데 왜 체감 난이도는 이렇게 요동치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매년 안정적인 난이도 유지’라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까? 사실 수능의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비슷한 수준으로 내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출제위원들은 해마다 교육과정, 학생 학력 분포, 학교 현장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2021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 ‘언어와 매체’ 선택 과목이 추가되었을 때, 평가원은 문항의 길이와 제시문의 난도를 조정해 과목 간 유불리를 최소화하려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독서 지문의 난해함으로 인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 자체의 난이도뿐 아니라, 수험생들이 받아들이는 ‘체감 난이도’가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수능의 안정적 난이도 유지의 핵심은 ‘측정의 일관성’이다. 평가원은 이를 위해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다. ‘문항 반응 이론(IRT)’이라는 기법이 대표적이다. 이 방법은 문제의 난이도, 변별도, 추측도를 수치화해, 이전 시험의 문항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예년과 비슷한 비율의 학생들이 일정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느끼는 난이도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이다. 같은 문제라도 학습 환경, 사교육 의존도, 정보 접근성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난도를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귀결된다. 수능의 난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사교육 유발형”, “수시 불리형”, “지방 학생 소외형” 같은 논란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 이는 단순히 시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여전히 대학 입시를 개인의 삶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험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능 난도의 안정성은 곧 교육 제도 전체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난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기술적 노력이 아니라, 평가의 목적을 다시 묻는 일이다. ‘누가 더 아는가’를 가리는 선발의 시험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해결하는가’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수능의 본질이 이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단순 암기 중심의 문항을 줄이고, 실생활 맥락에서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문항을 늘려야 한다. 실제로 교육 선진국 핀란드의 대학 입시에서는 정답이 하나인 문제보다, 자신의 논리와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서술형 평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학생의 단편적 지식을 평가하기보다 학습 과정 전체를 신뢰하려는 시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신뢰’다. 난도의 일관성은 기술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수험생이 시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끼게 만드는 ‘신뢰’는 오직 교육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학생이 “이번 시험은 어려웠지만 공정했다”고 느낀다면, 그 시험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수능의 진짜 과제는 난도의 조정이 아니라 ‘공정함의 설득’에 있다. 최근 수능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입시가 변별의 도구가 아니라 배움의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수능을 없애자는 주장보다는, 수능을 어떻게 새롭게 의미화할 것인가가 더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이다. 단순히 “비슷한 난도”의 시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신뢰”를 주는 시험, “비슷한 기회”를 제공하는 시험으로 발전해야 한다. 결론하자면 수능의 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은 출제 기술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학생을 믿는 사회의 교육 철학, 그리고 공정함을 향한 사회적 합의의 깊이 속에 있다. 매년 시험의 난도는 바뀔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방향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수능이 더 이상 불안과 불신의 상징이 아니라, 성장과 성찰의 무대가 되는 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안정된 수능’일 것이다. 수능 다음 날 아침,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한동안 오르내릴지 벌써 강한 우려와 의혹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 운영사 (주)엘라인이 오는 20~22일 청주오스코(OSCO)에서 열리는 ‘2025 충북에듀테크 콘펙스’에 참가해 컨설팅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원하고, (사)스마트교육학회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교육기술 박람회로, 학교 현장에서의 에듀테크 혁신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에듀테크 전시, 교사 세미나, 참가기업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엘라인의 교육 사업 브랜드 엘라인에듀는 ▲SW·HW·AI 융합교육 ▲메이커 프로젝트 ▲진로·창업캠프 ▲미래자동차 경진대회 ▲메이커톤 운영 등 다양한 미래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교육 전문 기업이다. 특히 실제 교육현장 중심의 맞춤형 수업 설계와 교사 연수, 기자재 개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창의융합교육 확산을 선도하고 있다. 엘라인에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찾아가는 학교 컨설팅’을 운영하며 전국 초·중·고·특수학교를 대상으로 맞춤형 미래교육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학교별 교육 여건을 진단하고, 교사 중심의 수업 혁신과 교육과정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되는 국가 단위 컨설팅 프로그램이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전국 단위 미래교육 지원사업으로, 내년 5월까지 연수가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는 학교별 여건을 진단해 ▲디지털 기반 교수학습 체제 구축 ▲교사 역량 강화 연수 ▲학교 교육과정 개선 컨설팅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국 3000개교 모집이 거의 마감 단계에 이른 상황으로, 아직 신청하지 않은 학교는 서둘러 참여 신청을 완료해야 한다. 자세한 안내와 신청 방법은 충북에듀테크 콘펙스 현장 내 ㈜엘라인 부스(A-08)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는 실제 컨설팅 운영 사례와 학교 적용 사례, 교사 연수 프로그램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엘라인 관계자는 “올해 모집이 거의 마감된 만큼, 많은 학교가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길 바란다”며 “엘라인에듀는 앞으로도 교사 중심, 학생 참여 중심의 미래형 교육 모델 확산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5 충북에듀테크콘펙스’는 11월 20일(목)부터 22일(토)까지 청주 오스코(OSCO)에서 개최되며, 교직원과 학부모를 위한 다양한 에듀테크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세미나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온라인 교실에서 다시 본 ‘배움의 본질’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학교는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교실 문이 닫히고 아이들이 각자의 집에서 화면 속 수업에 참여하던 시간은, 배움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함께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은 교실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배움의 세계를 여는 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분명해졌다. 디지털은 ‘경험의 확장’을 위한 창 디지털 기반 교육의 본질은 기술의 사용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학생들의 경험의 세계를 확장하는 일이다. 디지털 도구는 학습을 보조하는 장비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아직 가보지 못한 세상으로 건너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현재 근무 중인 학교는, 한 학년에 두 학급뿐인 소규모 학교이다. 이런 소규모 학교에서는 디지털 기반 교육을 통한 확장의 경험이 학생들의 세상을 넓히는 핵심이 될 수 있다. 익숙한 친구, 익숙한 공간만으로는 학교 밖 너머에 펼쳐져 있는 세상을 충분히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탐구하는 작은 해설사들 온라인을 통해 배움이 확장될 수 있다는 경험은, 일상 수업 속에서도 학생이 스스로 배움의 주체가 되는 형태로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5학년 사회과 수업 ‘디지털 문화유산 해설사 프로젝트’였다. 관련 단원은 ‘옛사람들의 삶과 문화’로, 학생들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발해 4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각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온라인 해설사로 활동하였다. 수업을 단계로 제시한다면 총 6단계로 구조화된다. 1단계는 문화유산 조사 단계이다. 학생들은 맡은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조사하였다. 교과서에 제시된 자료를 기본으로 삼되, 학생들이 스스로 추가 자료를 찾아 관련 이미지를 수집하며 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과 특징을 정리했다. 2단계는 탐구한 내용을 디지털 발표자료로 구성하는 단계이다. Canva의 협업기능을 활용해 모둠원이 협동하여 시각적 구성을 설계하고, 정보의 흐름을 학생 스스로 결정하며 학습 내용을 구조화했다. 3단계는 문화유산 활동지 제작 단계이다. 모둠별로 만든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친구들이 해설 영상을 보면서 해결할 수 있는 학습지를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출제자의 관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재구성하며 핵심을 정리할 수 있었다. 4단계는 웨일북(Whalebook)과 CANVA 프레젠테이션 발표 녹화 기능을 활용해 발표 영상을 제작하고 온라인에 게시하였다. 학생들은 문화유산 해설사의 역할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해설 영상을 완성했다. 5단계는 문화유산 해설 영상을 보고 학습지를 푸는 단계이다. ‘온라인 문화유산 클래스’에 접속하여 각 모둠의 영상을 시청하고, 친구들이 만든 활동지를 풀었다. 학생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의 콘텐츠를 보며 자연스럽게 학습을 이어갔고, 질문과 감상을 댓글로 남기며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마지막 6단계에서는 각 모둠의 담당자가 활동지를 채점하고 결과를 안내하였다. 출제자이자 평가자가 된 학생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친구들의 답안을 검토하고, 오답이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며 학습을 다시 성찰했다. 작은 학교에서 이러한 디지털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학생들이 만든 영상과 활동지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공유되면서, 배움은 교실을 넘어 확장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친구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그 과정에서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체험했다. 기술은 그저 매개였을 뿐, 아이들이 경험한 것은 자신의 배움이 타인의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성장의 과정이었다. 이번 수업은 디지털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기기를 잘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 스스로 학습의 주체로 서게 하는 것이다. 웨일북과 Canva는 그 수단이었고, 핵심은 학생이 직접 배움을 설계하고 표현했다는 점에 있다. 미래 교실은 더 이상 ‘기술이 있는 교실’이 아니라, ‘경험이 확장되는 교실’이어야 한다. 디지털은 이 확장의 통로이자 촉매제다. 교과서 속 사진 몇 장으로 배우던 불국사와 석굴암이, 이제는 학생의 목소리로 해설되는 순간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교실 안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디지털 영상이 또 다른 학생의 배움으로 이어질 때, 교육은 그 자체로 순환하며 확장된다. 작은 학교에서, 디지털은 세상을 향한 창이 된다. 아이들이 그 창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배움이 공간을 넘어 사람을 잇는 순간, 교실은 이미 무한히 확장된 세계가 된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상당히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공통과목 21번 등 5개 문항이 대표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종로학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6학년도 수능 출제 경향 분석 – 수학’을 내놨다. 우선 이번 수능 수학은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본수능 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으며, 수험생 체감 난도는 평가원보다 다소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공통과목 21번(주관식 4점, 함수추론), 22번(주관식 4점 지수로그함수)으로 봤다. 또 미적분 30번(주관식 4점, 미분법)과 확률과 통계 30번(주관식 4점, 경우의 수), 기하 30번(주관식 4점, 평면벡터)으로 꼽혔다. 이 다섯 문항은 EBS 현장교사단이 변별력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선정한 것과 동일하다. 종로학원은 “선택과목에서 확률과 통계, 미적분은 9월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고, 기하는 9월 모평 수준으로 출제됐다”며 “6월과 9월 평가원과 유사한 문항 패턴이 나왔으나 실제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했다.
더에듀 | 올해 고1 대상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인식 속에 몇몇 대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논란에 빠지면서 가야 할 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맞아 고교학점제에 대한 집중 검증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에 <더에듀>는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피면서 교사들의 주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나 대학 나온 엄만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맞벌이로 겨우 먹고 사는데, 이젠 애 과목까지 챙겨야 하나요?” “고교학점제가 아니라 귀족학점제네요.” 지난 봄,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학부모 설명회에서 터져 나온 말들이다. ‘선택권’이 아니라 ‘혼란권’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과목을 선택하게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듣기엔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새로운 제도의 낯선 용어와 구조 속에서 불안만 커지고 있다. 진로와 적성에 따른 ‘선택’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잘못된 선택으로 입시에서 불리하지는 않을까,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압박으로 다가온다. 이른 나이에 진로를 확정짓기 어려운 현실에서, ‘무엇을 들어야 손해가 없을까’가 학생과 부모의 유일한 관심사가 된다. 설령 진로가 정해졌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대한민국의 어느 평범한 부모가 교육과정 편제표를 보고 자녀에게 맞는 학교와 과목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어느 학교에 어떤 과목이 개설되는지, 같은 과목이라도 어느 학년에 개설되는지,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학교 수강이 가능한지, 그 과목의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인지 절대평가인지 아니면 P/F(Pass or Fail)인지, 그리고 그것이 대학 진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부모 대부분은 그 복잡한 체계를 해독할 수 없다. ‘선택’이라는 말은, 실은 정보와 자원을 가진 상위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결국 고교학점제는 ‘선택권 확대’가 아니라, 혼란의 확산이자 불평등의 심화로 작동하고 있다. 정부가 만든 사교육 블루오션 복잡한 제도는 늘 새로운 사교육을 낳는다. 고교학점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목 선택 컨설팅’, ‘학점제 로드맵’, ‘학교별 과목 매칭’ 같은 신종 사교육 상품이 속속 등장했다. ‘어떤 학교에 어떤 과목이 깔렸는지’, ‘언제 수강해야 유리한지’를 분석해 주는 컨설팅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한 술 더 떠,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진로 설계부터 과목 선택, 학생부 관리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컨설팅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만든 제도였지만, 결국 사교육 시장을 키워준 ‘정책적 후원자’가 되어버렸다. 진로가 불확실한 17세 학생에게 ‘과목 선택의 책임’을 떠넘기고, 그 불안을 사교육이 파고드는 구조이다. ‘복잡함의 늪’, 2022 개정교육과정 고교학점제를 뒷받침한다는 2022 개정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복잡함과 불친절함은 상상을 넘어선다. 과목은 잘게 쪼개졌고, 과목명으로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지조차 알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면, 예전의 ‘물리1, 2’는 ‘물리학’, ‘역학과 에너지’, ‘전자기와 양자’, ‘물질과 에너지’로 나뉘었다. 일반 물리학을 배우지 않고 ‘역학과 에너지’만 선택해 배울 수 있다. 학생은 그 중 일부만 선택할 수 있지만, 과학은 위계가 있는 학문이다. 기초 개념을 배우지 않은 채 ‘선택’만 허용된 구조는, 결국 학습의 단절과 왜곡을 낳고 있다. 비슷한 이름의 과목들도 혼란을 키운다. ‘기후변화와 환경생태’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세계’는 언뜻 비슷하지만 전자는 과학, 후자는 사회 과목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과목명만 보고는 구분이 어렵다. 공통과목,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 등으로 나뉜 156개 과목은 평가 방식에서도 또다시 혼란을 만든다.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병기, 3등급 절대평가, P/F까지 뒤섞여 있다. 그 중 무려 119개 과목이 상대평가다. 한 줄 세우기 평가제도에서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선택이 가당키나 한가? 그 혼란의 대가는 고스란히 학생과 교사에게 돌아간다. 불안의 사슬, 공교육의 붕괴 그에 더해 대학은 권장이수과목을 발표한다. ‘우리 학교 00과에 오려면 이런 과목을 듣고 오라’고 말한다. 그러면 학교는 또다시 교육과정을 뜯어고친다. 이미 짜둔 교육과정을 대학에 맞추느라 갑자기 바꾸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과목은 4학점이 3학점이 되기도 하고, 없던 과목이 갑자기 추가되기도 한다. 결국 학생들은 배워야 하는 과목이 늘어나며 부담을 지게 되고,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내용을 배우느라 학습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 혼란 속에서 학생들은 상대평가의 공포에 시달린다. 100개가 넘는 과목이 개설되어도, 결국 아이들은 등급을 잘 받기 위해 친구들이 많이 듣는 과목을 따라간다.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등급을 위한 선택이 반복되는 것이다. 결국 학생 수 많은 학교, 교사 많은 학교만 살아남는다. 고교학점제는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키우며, 결국 지역소멸까지 부추기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복잡함이 아니라 단단함이 필요하다 교육은 단순해야 하고, 명확해야 하며, 신뢰 위에 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고교학점제는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복잡한 제도는 늘 사교육을 낳고, 불안을 키우며, 공교육을 무너뜨린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선택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정된 교실이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은 교육이 아닌 경쟁의 실험대 위에 남게 될 것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독서 지문 파트가 어려웠을 것이다.” 종로학원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에 대해 이 같이 평가하며 15번 등 4개 문항이 어려웠을 것으로 평가했다. 종로학원은 13일 국어영역 시험 종로 후 분석 자료를 내며 “어렵게 출제됐던 9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쉽다”며 “지난해 본수능 수준과 비슷하며, 전반적으로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한 문제는 15번(2점, 인문-철학), 17번(3점, 인문-철학), 8번(3점, 사회-법)이며, 선택과목 화법과 작문에서는 36번(2점, 자료활용)이 꼽혔다. 언어와 매체는 정답을 고르기 위한 판단 요소가 많아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1~17번 독서 지문 파트가 수험생들에게 전반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그 이유로 “과학, 기술 지문도 EBS와 연계됐지만, 학생들이 평소 어려워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종로학원은 국어 영역 강사진으로 문제 분석팀을 구성해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