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업능력, 자기주도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더해 지속가능발전은 전세계 국가의 과업이 되고 있다. 즉 기술과 가치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를 담기 위해 초중등 교육계에서는 창업교육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에듀>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를 기르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의대 진학에 몰두하는 대한민국의 왜곡된 진로교육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창업가정신 교육은 단순히 ‘창업활동을 해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실패해도 다시 방향을 전환하여 결국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 전반을 포괄한다. 그런데 창업초기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 있다. 바로 ‘창업과 발명’의 개념이다. 두 용어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번 글에서는 그 차이를 풀어 설명하고, 학교 교육에서 왜 이 구분이 중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발명: 새로운 아이디어의 탄생 발명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물건이나 기술,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에디슨의 전구, 알렉산더 벨의 전화기, 최근의 인공지능 기반 기술들도 발명에서 비롯되었다. 발명의 핵심은 ‘새로운 것’이다. 즉,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산물로, 특허를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도구를 고안하거나,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활동은 발명의 영역에 가깝다. 예를 들어, 연필이 자꾸 굴러 떨어지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육각형 연필’을 고안했다면, 이는 발명이라고 볼 수 있다. 창업: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과정 반면, 창업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창업은 발명이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즉, 발명을 실제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쓰게 만들고,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창업이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육각형 연필’을 단순히 고안하는 것은 발명이지만, 이를 학생과 교사들에게 판매하고, 브랜드를 만들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과정은 창업이다. 창업의 본질은 새로운 가치 창출과 시장에서의 실현이다. 발명과 창업의 관계 ‘그렇다면 발명이 반드시 있어야 창업이 가능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창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물건이 없어도, 기존의 것을 새롭게 조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할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예컨대, 이미 존재하는 음료에서 물을 빼고 가루로 제공하거나, 배달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사례는 발명이 아닌 창업의 성공 사례다. 즉, 발명은 창업의 출발점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창업은 더 넓은 개념이다. 창업은 발명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단순한 아이디어나 관찰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학교 교육에서의 함의 초등학교에서 창업가정신 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히 ‘꼬마 창업가’를 키우기 위함이 아니다. 발명과 창업의 차이를 이해하고, 학생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며,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과 같은 소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발명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자극한다면, 창업은 협력, 의사소통, 실행력, 자원관리능력, 위험감수역량, 회복탄력성을 길러준다. 두 개념을 구분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학생들은 더 큰 배움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창업과 발명, 우리 사회 발전 원동력 발명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의 순간이고, 창업은 그것을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과정이다. 두 개념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힘을 보태며, 결국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차이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다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리= 현직 초등교사이자 학생진로창업교육 연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학생들의 진로선택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주고 싶어 2019년도 부터 교실창업교육을 시작했고, 2022년에는 (공저) 가장 쉬운 초등 창업 워크북을 출간했으며 2024~2025 연속 서울 학생 창업 교육 중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대치 창업페스타’, ‘현업 창업가 초청 토크 콘서트’ 등을 운영하는 등 학생창업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더에듀 | 우여곡절 끝에 이재명 정부 출범 104일째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임명되었다. 국민주권정부 첫 교육부장관인 만큼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필자는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공교육 혁신 전문가 토론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대입 정책과 고교학점제, 사교육 문제 등 교육 의제에 대한 숙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일관성없이 좌충우돌하는 교육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교육은 ‘근본적 경쟁 과잉 상태’라며 “교육 문제는 결국 현재와 같은 최악의 경쟁 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역설했다. 대입 정책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는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 의도적으로 전면에 얘기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해결은 안 되면서 논쟁만 촉발하고 자칫 잘못하면 또 이게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해서”라며 즉답을 피한바 있다.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블랙홀’이라 불리는 대입 정책 문제 등 갖가지 교육 현안은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이로 인해 쉽게 풀 수 없는 사회적 난제이므로, 이재명 정부도 교육 문제에 대한 깊은 고심을 보여준 만큼, 허울뿐인 개혁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리라 기대한다. 필자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 드린다. 첫째, 교사의 시민적 권리,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적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으며, 교육 전문가로서 교육정책 수립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폭넓게 보장하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한국만 유일하게 특정 정치적 입장에 SNS ‘좋아요’ 클릭만 해도 고발 대상이 될 정도로 경직된 현실이다.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정당 후원 등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민주주의 성숙과 교육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교사의 시민적 권리 회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둘째, 미래 투자로서 교육재정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감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래를 위한 교육 예산 투자는 당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보일 수 있으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견고한 기반이다. 얼마 전 인수위 성격의 국정기획위원회 사회 2분과에서 지방재정 효율화를 위해 중앙정부에서 배부하는 지자체 지방교부세와 시도교육청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통합논의를 진행하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방재정과 지방교육재정 통합으로 재정 자립도가 약한 지방의 학교가 문을 닫고 교육 환경이 열악해지는 등 지역별 교육 격차가 극심하다고 한다. 우리 역시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을 통합할 경우 지역소멸을 가속화할 것이 자명하므로, 중장기적인 숙의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간 국가 성장의 핵심 중추 역할을 담당해 온 교육을 경제적 논리나 당장의 재정 효율성을 앞세워 예산을 감축한다면,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은 물론 국민의 희망마저 사라질 수 있다. 셋째, 균형 잡힌 국가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기초학문 경시 풍토를 지양하고, 일부 인기 학과에 편중된 고등교육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졸속적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으로 취약해진 이공계와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강화하여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다져야 할 것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일선 학교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교육 현안과 교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 현재 대한민국 교사들은 각종 행정 잡무와 초등돌봄 등 복지 영역까지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악순환 속에서 수업과 생활지도의 본질 업무에 전념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정원 확충, 교사 본질 업무 재구조화, 그리고 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과감한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사회적 이념 갈등이 빚은 사회적 비용이 최근 30여 년간 2,0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새 정부는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를 극복한 국민 대통합으로 새로운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의 대전환을 만들어가길 염원한다. 또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발생시키는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는 과도한 입시 경쟁 교육과 누더기 대입 정책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육 주체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협치하는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더에듀 | 교사들은 ‘공직선거법 제9조’에 의해 교육정책에 대해 말할 권리조차 제한받으며 모호한 정치중립 규정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잃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 장면1 2024년 교육감 선거 당시 좋은교사운동은 교육감 후보자들의 공약을 비교 평가하고 심층 면접을 진행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교사들이 이러한 행사를 여는 것은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안내했다. 결국 행사는 취소되었다. # 장면2 2025년 대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교육정책 제안 발표회 행사가 있었다. 학교 공무직 단체 등 다양한 단체가 차례로 단상에 나와 교육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방청객 자리에 머물러야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사가 대선을 앞두고 현직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교육정책을 말하는 것은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다. 정치적 기본권이 박탈된 한국의 교사는 선거기간 동안 대통령이나 교육감들이 내놓은 교육정책에 대해 공적인 장에서 논할 수 없다. 선거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교육정책 토론회에서 교사가 아닌 사람들만 마이크를 잡을 수 있다. 침묵을 강요받는 한국 교사들 ‘국가공무원법 65조에 따른 국가공무원복무규정’은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집회나 그 밖에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하거나 문서, 도서, 신문 또는 그 밖의 간행물에 싣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아도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안내한다. 법을 지켜야 하는 교사로서는 그 범위를 추정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을 담고 있는 법들로 인해 한국의 교사들은 침묵을 강요받는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조항은 법을 지켜야 하는 수범자가 그 범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형사처벌까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정치기본권 박탈의 핵심적인 문제는 광범위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억압이다. 정치중립성은 정치기본권을 박탈하면 보장되는 것일까 1960년 3.15부정선거에 저항해 일어난 4.19혁명 이후 헌법이 개정되면서 ‘공무원의 정치중립성’이 헌법에 담겼다. 부정선거에 공무원이 동원되었던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1961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헌법에 추가했다. 이와 동시에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박탈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률 개정을 연속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법률들은 헌법에 적힌 ‘정치중립성’의 의미를 역으로 규정했다. 이를 통해 ‘정치중립성=정치기본권 박탈’이라는 공식을 제도화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해석은 대부분 이 공식에 머물러 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헌법이나 법률, 혹은 관습법에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치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24개에 달한다. 하지만 OECD 회원 국가 중에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박탈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왕의 국가가 아닌 모든 국민의 국가에서 공무원은 왕의 봉사자가 아닌 국민의 봉사자이다. 따라서 특정 종교 혹은 특정 정당에 치우침 없는 공정한 업무수행이 요구된다. 또한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의 향유 주체인 국민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이유로 국민으로서 갖는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필요한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은 직무상 범위에 한정하여 최소침해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도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다. 즉, 학교에서 정치 선전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특정 정파에 치우친 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일반 시민이 누리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가입, 정당후원, 휴직 후 공직 출마 등이 허용되고 있다. 왜 한국의 교사들만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모든 일상에서도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해야 하는 것인지 합리적 근거가 없다. 교육위원회 교사 정치기본권 법안, 조속한 재심사 이뤄져야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아졌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2024년 시작된 22대 국회에서는 교사 정치기본권 관련 법안 발의가 21대 국회에서 14건이었던 것이 2025년 9월 현재 24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 9월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백승아, 김문수, 고민정 의원과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사 정치기본권 관련 법안이 심사되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교원노조법 등에서 제한되어 있다. 이번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 중 교육위원회 소관법안으로 학교 밖 표현의 자유와 휴직 후 교육감 출마 관련 개정안들이 주로 논의되었다. 하지만 개정 법안들은 이번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인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재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법률 개정에 신중의견을 제시한 기관에서는 과거의 논리에 갇혀 부정적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OECD 국가 수준의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발전적 개선안을 제시하길 바란다.
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저학년 교육활동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다 디지털 교육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활동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활동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학년 학생들은 아직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로그인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교육은 5-6학년 실과 정보 단원에서 주로 다뤄진다. 태블릿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한 실습도 고학년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게다가 생성형 AI 프로그램은 만 13세 미만 사용이 제한된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직접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ChatGPT, Gemini, SUNO’ 등은 인공지능 답변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대부분 연령 제한이 설정되어 있다. 다만 ‘뤼튼’, 울산교육청이 개발한 ‘우리아이 AI’, 연령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Gemini 기반의 ‘NotebookLM’처럼 비교적 통제가 잘 이루어진 프로그램은 보호자 동의 아래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교사가 AI를 직접 활용해 수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저학년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수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필자는 저학년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수업이 가능한 몇 가지 사례를 적어보려고 한다. ‘마을 사람 인터뷰(인디스쿨 암어쥑쥑 쌤)’, ‘SUNO 노래만들기(인디스쿨 oxo 쌤)’로 필자의 학교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학급 내에서 수업을 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ChatGPT’로 만난 가상의 마을 사람들 통합교과 ‘마을’ 단원에서는 다양한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활동이 있다. 현실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보거나, 숙제로 이 활동을 내야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많아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신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ChatGPT를 활용해 ‘가상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교사는 ChatGPT에 ‘마을 이장님’, ‘카페 사장님’, ‘경찰관’, ‘피아노 선생님’ 등 다양한 인물의 역할을 부여하여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ChatGPT에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페르소나를 부여한다.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페르소나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 그 마을에 사는 해당 인물답게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필자는 교사용 컴퓨터에 마이크를 준비하여 음성인식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였다. 이후 학생들이 직접 마이크로 음성을 인식시켜서 질문을 해보았다. 마을 경찰관에게 질문을 하는 활동에서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도둑을 잡다가 놓친적 있어요?”, “하루에 몇 시간씩 일해요?”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기대 이상으로 몰입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활동을 마친 뒤에는 실제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과 가상의 인물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였다. 학생들은 목소리와 말투가 사람과 다르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냈고 동시에 재미있고 신기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작년 크리스마스 때 ChatGPT 자체 이벤트로 산타할아버지 모드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 때 산타할아버지의 목소리로 가상의 산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필자의 가족과 함께 산타할아버지 모드로 전화를 걸어서 ‘선물은 언제 주는가’, ‘말을 잘 안 들으면 선물을 주지 않는가’ 등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경험이 있다. 산타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 있다. 교사가 수업 전에 프롬프트로 인물을 설정하여 대답을 할 수 있게 한다. 위 같은 방식으로 평소에 타 교과에서도 충분히 초등학생들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교육을 이끌어 낼 수 있다. SUNO로 만든 ‘우리 마을 노래’ SUNO는 인공지능이 노래를 몇 분 만에 작곡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이미 많은 교사가 알고 있는 도구이다. 작곡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쉽게 넘나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이 프로그램 역시 만 13세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이 걸려 있어 초등학생이 직접 활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교사가 SUNO를 활용해 노래를 제작해 주는 방식은 가능하다. 필자는 통합교과 ‘마을’ 단원에서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SUNO를 접목해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마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라는 주제로 노래를 만들어 보는 차시였다. 먼저 학생들은 모둠을 나누어 마을 속 상점과 공공기관을 이야기했다. “우리 마을에는 미술학원도 있고, 태권도 학원도 있어요. 나쁜 사람을 잡는 경찰서도 있고, 우리를 치료해 주는 병원도 있어요.” 와 같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로 가사를 작성했다. 작성된 가사를 제출하면 교사가 SUNO에 입력해 노래를 제작한다. 프로그램에서는 음악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어 요즘 가요처럼 만들 수도 있고, 기타 선율을 중심으로 한 곡을 만들 수도 있다. 사실 SUNO는 직접 작사를 쓰지 않아도 “이런 주제로 만들어 줘”라고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사를 붙여 완성된 노래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교육활동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가사를 넣어 곡을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완성된 노래를 들려 주자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이렇게 빨리 인공지능이 노래를 만들어줘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도 보였다. 학생들이 직접 SUNO를 다루지 않더라도, 교사가 도구를 매개로 삼아 수업에 적용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원과 주제에 맞게 학생들이 가사를 준비하고, 교사가 AI로 제작한 노래를 제공하는 수업은 아이들의 배움을 더욱 다채롭게 하고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편으로는 저학년에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다소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배워 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수업의 의미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주제에 적절하고 잘 통제된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저학년에게도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열어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학교 자율시간처럼 학교 여건과 특성에 맞게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교육의 흐름이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획일화된 교과서를 넘어 우리 학교와 우리 학급만의 특색있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XR메타버스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박수진 = 디지털 기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초등교사 역량강화 연수 강사,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충북교육청 플랫폼 다채움 선도교원, AI 정보교육 중심학교 운영 담당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평가와 디지털 교육의 접목을 고민하며 교육혁신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교사 폭행 중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10일 처분에 교사들이 서명 운동으로 단호한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월 경남 창원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 당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어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서는 교육활동 침해를 인정하고 가해 학생에게 ‘출석정지 10일’을 명령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교육계에서는 “미온적인 처벌”이라며 “폭력 학생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고, 교사들의 사명감을 짓밟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국에서 1703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인 서명을 통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위협을 감내하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표했다. 그러면서 ▲교사 폭행 형사처벌 기준 마련 ▲가중 처벌 기준 마련 ▲교권보호위 권한 강화 등을 요구했다. 특히 자유 의견으로는 △교사를 사람이 아닌 짐승 취급하는 것이다 △온정주의로 봐주면 안 된다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처벌이 너무 약하다 △나이가 어려도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부모에게도 처벌이 필요하다 △폭행은 범죄이다 등이 담겼다. 이충수 경남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학생은 피해 교사와 즉시 완전 분리되어야 한다. 최소 강제전학과 퇴학 등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며 “교보위 구성에 현장 교사 비율을 높이고 관리자의 교사 폭행 형사 고발 의무화 등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서명은 지난 18~23일 진행됐으며, 서명자 1703명 중 경남 지역 교사는 59%인 1006명이 참여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4선의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군현 SBS 육영재단 이사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담은 ‘소년 노동자, KAIST 교수를 넘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권과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교육계 인사들의 축사가 쏟아진 가운데, 내년 6월 교육감 선거 출마를 위한 본격 행보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군현 이사는 25일 오후 2시 국립창원대 이룸홀에서 ‘소년 노동자, KAIST 교수를 넘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책은 이 이사가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12세 소년 노동자로 출발해 주경야독 끝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야기,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역시 장학생으로 미국 캔자스주립대학교에서 교육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을 담았다. 또 귀국 후, 카이스트(KAIST) 교수로 재직하고 한국교총 회장으로 40만 교원을 대표하며 겪은 일화와 함께 17대부터 20대까지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교육 입법과 개혁의 최전선에 선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마지막에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교육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속에서 비전을 살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치권과 교육계의 굵직한 인사들이 축사를 보내와 그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구체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 나경원 국회의원에 이어 박완수 경남도지사, 최학범 경남도의회 의장, 허홍 경남18개시군의장협의회장 등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강은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대구교육감)과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영상 축사로 함께 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직접 행사장을 찾아 축사를 하며 의미를 더하는 등 정치계와 교육계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이 20년간 교수로 재직했던 KAIST의 총장을 비롯해 경남대, 마산대, 경상대, 창원대 등 각 대학 총장들에 더해 민주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강래 전 의원과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및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 및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축하 화환을 보내는 등 평소 교육에 좌우가 없다는 그의 철학을 인맥으로 보여줬다.세종시 설동호교육감과 경남사회대통합 위원장인 최충경 회장이 축화화환을 보내왔다. 이군현 이사는 “교육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회가 미래와 맺는 약속”이라며 “학생에게는 꿈과 용기를, 교사에게는 보람과 긍지를, 학부모에게는 신뢰와 안심을 드리는 교육을 위해 남은 힘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국회의원 시절 7년간 표류하던 유아교육법 제정을 성사시켜 무상 유아교육의 길을 열었으며, 평생교육 교원 처우 개선을 통해 오랫동안 소외된 교사들에게 권리를 돌려주었다. 또한 학군제 개편을 추진하여 교육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이사의 출판기념회가 성황을 이루면서 내년 6월 3일 진행되는 교육감선거 출마를 위한 본격 행보에 청사진이 켜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경남지역은 박종훈 교육감이 3선 제한으로 내년에 새로운 교육감을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군현 이사는 보수 진영 인사로 분류되며, 현재 10명의 후보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더에듀 | 교육자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을 함께 했다.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이다.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홍제남의 진짜교육’을 시작한다. 더에듀 | 몇 년 전 박사학위 논문 연구를 위해서 30여명의 학생을 인터뷰했다. 논문의 주제는 ‘학습자의 학습권실현조건 탐색’이었다. 연구 목적은 학교 기능의 회복을 위해, 학습자인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제시하고자 함이었다. 혁신학교 정책 시행 이후 학교문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단단한 국가교육과정, 상대평가인 객관식 시험으로 한 줄 세우는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 정책 또한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정책적인 변화가 같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지 부모의 선택은 결국 옳았다! 연구과정에서 인터뷰한 수지의 사례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 특히 평가의 왜곡이 어떻게 학생과 한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수지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 때만 되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온 가족이 긴장하고 눈치를 살펴야 했다. 중학교 때부터는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았다. 그래서 고등학교는 일부러 ‘혁신학교이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지원해서 갔다. 그러나 내신으로 한 줄 세우기를 해야 하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혁신학교에서의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대학입시와 직결되는 상황은 압박감을 오히려 더 심화했다. 민주적이고 인격적인 학교문화가 학생들의 학습환경까지 바꾸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부모님은 자퇴하겠다는 수지에게 마지막 변화의 기회를 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연구년제를 활용해 미국에서 1년간 지낼 기회를 만들었다. 수지를 간곡히 설득해서 한 달만 다녀보고 결정하자고 합의했는데, 점차 학교생활을 재미있어 해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쳤고 대학도 미국에서 졸업했다. 수지 부모님은 평소 한국 교육을 신뢰하며 기러기 가족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이었던데 결국 아이를 미국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그럴까. 결정적인 차이는 교육과정과 평가였다. 수지가 특히 힘들어했던 수학 과목이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학기에 두 번 보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내신성적을 결정한다. 일제식 시험으로 시험문제를 틀리면 그것으로 성적은 결정된다. 심지어 종료 종이 울리는 순간에 마킹을 한 것을 두고 부정행위니 아니니 시비가 붙은 극단적인 상대평가 시스템이, ‘공정이라는 절대가치’로 버젓이 존중받는 ‘이상한 나라’이다. 수지가 다닌 미국 공립고등학교에서 수지는 먼저 본인에게 맞는 수준의 수학을 선택하면 되었고, 수학시험은 수시로 이루어졌다. 수학시험을 마친 후에도 시험을 다시 보고 싶으면 봐도 된다는 기회가 주어졌다. 말 그대로 성취기준이 목표인 절대평가였다. 수지는 수학시험으로 인한 시험지옥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이런 딸의 변화를 마주한 수지 부모님은 기쁘면서도 동시에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처음에는 딸이 시험을 자주 보니 오히려 반복적인 시험에 익숙해져서 스트레스가 적어진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본질은 시험의 횟수가 아니라 평가방식과 평가 목적의 차이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학생의 수준과 흥미에 맞는 과목을 택해서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기회를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에서 수지는 자기 자신에 집중할 뿐이다. 그 누구와 경쟁할 필요도 없고 한 줄 세우기로 비교당하지 않아도 된다. 수지의 변화를 가져온 본질적인 차이이다. 상대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여전히 ‘한 줄 세우기’라는 낡은 프레임으로 인해 시험지옥에 갇혀있다. 오지선다 객관식 상대평가라는 익숙한 제도는 학생들의 무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점수를 잣대로 순위가 매겨지며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시험의 본래 목적은 학습 성취도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험은 서열을 가르는 도구로 전락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권과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그 방향의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지옥 같은 상황을 불러왔다. 고교학점제 이후 고등학교 학생들의 자퇴가 크게 늘었다. 이유는 제도변화에 전혀 맞지 않는 여전한 한 줄 세우기 상대평가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이 있어도 상대평가 결과가 입시로 바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선택 기준은 듣고 싶은 과목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일반계 고등학교 국어 교사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중간고사를 앞두고 시험문제를 출제 중인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등급을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험문제를 ‘배배 꼬아서 킬러 문항’을 만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혀 쓸데없는 짓인 줄 알지만, 만점이 많이 나오면 1등급 학생이 나올 수가 없어서 입시에서 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이런 킬러 문항은 성취기준과 전혀 무관한 상대평가와 입시를 위한 ‘배배 꼬인’ 문제일 뿐이다. 죽음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성취기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초중고 교육과정은 일반교육단계로 건전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초·기본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며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잃어버린 학교교육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서는 시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이 아닌 성장을 돕는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절대평가의 전면적 도입이다.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해야 한다. 학생들의 성취도를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학생들은 친구와의 경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다. 절대평가는 학습 목표를 달성하면 누구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고,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 수지가 우리나라 교육을 벗어나고 나서야 자신의 학습에 집중하며 시험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이다. 둘째, 과정 중심 평가의 확대이다. 단순한 지식 암기 능력 측정 위주의 시험에서, 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사고의 흐름, 그리고 협업 능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서술형 시험, 토론, 발표, 프로젝트, 동료평가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과 평가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협력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혁신학교에서 실천하는 교육과정혁신, 수업혁신과 일치하는 방식이다. 셋째, 오지선다 상대평가인 수능시험을 폐지해야 한다. 대학생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임에도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 정체성은 대학입시를 위한 과정이 되어 버렸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마치 수능시험만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평가방식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것이다. 고액 사교육이나 가정환경의 차이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미치는 영향은 수능시험이 더한 현실이다. 넷째,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을 평가한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고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가 없다. 중등교육 또한 가르치는 교사가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내신 부풀리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장이 필요하면 담그면서 구더기를 걷어내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요즘 논란에 있는 교사 정치기본권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보며 교육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가 싶어 씁쓸하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대수술의 관점이 필요하다. 그 근저에 무한경쟁의 지옥시험을 만드는 상대평가가 있다. 상대평가를 과감히 버리고 성취기준 중심의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교육대개혁의 출발점이다. (*본 원고에서 나오는 이름은 가명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 | 필자는 정부장학생으로 영국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 파견유학(수학교육 박사과정, 행정적인 제약상 석사학위 취득) 시절, 수학교육 박사과정 유학생으로서 여러 학교의 수학 수업을 참관하며 1수업2교사 또는 1수업3교사의 실제를 목격하였다. 2012년 귀국 이후 교육부과 교육청, 교사단체, 교육연구기관, 정치권 등에 이를 건의했고, 그 결실로 대통령 선거기간 대선공약으로 채택돼 알려졌으며, 교육정책에 차용되기 시작해 파급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더에듀> 기고는 1수업2교사제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업방법에 관한 강력한 권고이다. 학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백지에 스스로의 생각과 손가락 힘을 통해 교과내용을 완성해 나가는 수업을 ‘디지털 감성’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의 수업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민요 ‘Mary Hamilton’의 비극적인 노랫말을 서정적으로 번안한 가요 ‘아름다운 것들’이 떠오르는 ‘소중한 것들’이 수학교사인 나의 학교 일상에도 있다. 아침 시간 교무실로 찾아와 어제 저녁 집에서 정성 들여 수행한 숙제가 담긴 수업 노트를 전하는 학생의 고사리 손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참 아름다운 손’이라 느껴서, ‘참 소중한 손’이라 느껴서이다. 지난 봄부터 연재한 네 편의 기고문과 같이, 디지털 세상에서도,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 건 종이 한 장이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백지를 나눠 주고,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 내용을 정리하게 했다. 교과서 문장을 베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교사의 설명, 친구의 발표, 자신의 생각을 모두 써 내려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학생들은 말하기, 쓰기, 사고하기를 동시에 연습한다. 정답이 중요한 시험과 달리, 수업 시간 평가 기준은 ‘얼마나 성실히 배우고 표현했는 가’에 맞춰진다. 학습 부진 학생도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는다. 직접 쓰고, 함께 배우고, 정리하며 자존감을 찾는다. ‘1수업 2교사제’는 이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한 명은 전체를, 다른 한 명은 개별 학생을 돌본다. 질문이 많은 아이, 손이 느린 아이, 발표를 망설이는 아이… 교사의 손길이 두 배가 되면 수업은 숨 쉴 공간을 찾는다. 정답만 좇던 교실에서, 글을 쓰며 자신을 표현하는 교실로, 백지 위에서 학생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한다. 교육은 누가 더 앞서가느냐보다, 누가 낙오하지 않게 하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수업이 바뀌면, 아이는 반드시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1수업 2교사제의 도입과 확산을 제안한다. 정책 배경 최근 문해력 저하와 기초학력 부진, 사교육 의존 증가 문제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 당국은 공교육의 질 제고, 학습결손 해소, 맞춤형 학습 지원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내놓아야 할 절실한 상황이다. 핵심 정책 제안 1. 1수업 2교사제 도입의 전면 확대 - 교실 내 정교사 외 보조교사 배치로 수업 중 개별 맞춤형 피드백 가능 - 학업 부진 학생 대상 1:1 지도 및 동료 학습 유도 강화 - 교사 대 학생 비율 감소(예: 1:20 → 1:10)로 질 높은 수업 지원 가능 2. 교과서 기반 글쓰기 중심 수업 정착 - 수업 시간에 학생이 백지에 손글씨로 수업 내용을 정리하며 학습 내용 내면화 - 교사의 판서, 동료 발표, 자신의 사고과정까지 녹여내는 종합적 학습 설계 - 학생들의 문해력, 자기표현력, 협업역량 강화 3.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장학 정책 연계 - 디지털 교재와 무분별한 학습지 배포 자제 유도 - 교과서 정독과 내면화를 중시하는 수업 설계 장려 - 수행평가 방식 개선: 시험 점수 외 수업 참여·노력 기반 평가 반영 정책 효과 사례 - 수업 시간마다 작성한 수업 노트 점수와 지필고사 점수의 상관계수: 0.64 (유의미한 수준) - 중간고사 40점 미만 학생 7명이 수행평가 80점 이상 획득 - 중간고사 16점 학생이 수행노트 100점 만점 받아 문해력 개선 입증 실행을 위한 정책 제언 - 보조교사 채용을 위한 지방교육청 차원의 예산 확보 및 중앙정부 연계 재정지원 필요 - 교사 대상 1수업 2교사제 및 글쓰기 기반 수업 연수 프로그램 도입 - 성과 공유를 위한 전국 사례 공모전 및 실천교사 네트워크 운영
더에듀 | 20세기 WTO, 팩스아메리카나시대의 마음씨 좋은 정치 경제는 잊어라. 이때는 자유무역으로 주로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이 국경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발 미국 이익 우선주의, 미·중 패권 경쟁 시대 정치 경제는 상품보다 ‘인재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든다. 패권국과 일부 강대국이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빨아들인다.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해당 회사를 통째로 산다. 초전문가에 따라 이적료가 1억 달러를 넘는다.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탁월한 연구 개발자에게 1천억 원을 조건 없이 제시한다. 그간 쌓은 최고 전문성을 모두 다 털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은 그간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우방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관세를 높게 올려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전 세계에 걸쳐 부익부 빈익빈이 진행된다. 부자와 우수한 인재들이 국경을 넘어 미국 중국 등지로 몰린다. 지정학만 아니라 지경학적 성찰이 요구된다. 인재 유출, 자본이탈을 겪는 나라들에는 똑똑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날 수 있다. ‘이때 나라는 어떤 교육정책을 펴야 할 것인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할 것인가?’ 여기에 답한 책이 김정호 교수의 ‘내 아이 실리콘밸리 CEO로 자라는 교육’이다. 이 책은 ‘맘이 선택케하라(2021)’, ‘공교육을 뒤엎자(2022)’에 이은 유치원교육 개혁안 3부작이다. 먼저 10개의 장으로 된 책을 장별로 요약하고, 그 시사점을 찾아보자. 1장에서는 실리콘밸리에 한국인 CEO가 없는 이유를 묻고 답한다. 실리콘밸리에는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때 승진하고 CEO가 된다. 상급자가 하급자의 성과를 낚아채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가 공동의 성과를 팀원들에게 공정하게 나눠줄 때 상급자의 CEO로의 ‘승진’한다. 학교가 공부하는, 일하는,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면, 우리나라 학교는 돈 버는 일과 상관없거나 그것을 벌레 대하듯 멀리하라고 가르친다. 인간 본성에 반하고 비현실적이다. 이에 반해 학교에서 공부와 함께 ‘돈벌이하는 법’조차 가르치는 나라로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핀란드의 사례가 나온다. 아이들이 창업한 꼬마회사, 이들 나라 학교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복탄력성’과 ‘기업가적 과감성’을 가르친다. ‘에스토니아’는 유치원부터 로봇공학을 가르친다. 한국 학교에서는 돈을 멀리하라고 가르치고, 행복교육,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향평준화를 부추기며, 도전, 모험, 의지, 책임을 교육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돌이킬 일이다. 2장에서는 약육강식시대에 수출도, 내수도 소멸해 가는 현실을 각종 그래프로 보여 준다. 이에 따라 자본도 인재도 한국탈출이 한창이다.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가장 높은 상속세 등으로 기업을 이끌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청소년들은 그냥 ‘쉬었음’이거나 배달 등 ‘프랙탈 노동’에 만족한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는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 글로벌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 외국인 외국어 외국문화에 익숙한 사람,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이다. 국력이나 청소년의 국제학력비교(PISA)는 양호한 편이나, 성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아 성인역량측정결과(PIAAC)에서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해결능력’이 모두 OECD평균 이하이다. 그러면서도 세상을 다 아는 척하고 큰소리친다. 실상은 떠도는 얕은 정보들이어서 창의적 문제해결로 이어지지는 못한다. 3장은 과거에 갇힌 한국을 보여준다. 50년 전 시작한 주력산업, 국내를 못 벗어나는 서비스산업, 국제기구나 실리콘 밸리에서 찾기 어려운 한국인들, 국제기구에 분담금을 내고도 비례하여 직원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한국인, 외국인을 고용하고도 정착시키지 못하는 국내 대기업의 외국인 거부증, 국내 당파싸움에 매몰된 정치 등을 실감 나게 다룬다. 교육에서는 어릴 때 적기 교육을 하지 않아 생긴 영어울렁증, 공무원 공사 공단 등에 안주하려는 청소년들의 모험기피증, 부모 품을 못 벗어나는 캥거루족과 헬리콥터 맘, 고수익을 가져다주는 유아교육 투자에 대한 소홀, 행복 민주 입시에 매몰된 학교교육, 점점 공교육에서 탈출하는 학생 학부모, IB학교의 약진, 획일적인 유아교육 등을 다루어 우리 교육의 문제와 과제를 드러낸다. 4장은 ‘중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로, 유치원 교육의 중요성과 장기지속 효과성을 다룬다. 유치원에서 체득할 비인지적 태도로 ‘자기주도성, 회복탄력성, 책임감, 낯가리지 않기+친화성, 도전의식+위험감수하기, 2중 언어 및 글로벌 감각’을 든다. 그러나 우리나라 유치원을 다니면서 배우는 것은 그 반대로 ‘낯가림, 외부인 기피, 내집단 선호, 부족주의, 익숙함/안전함에 안주, 새로운 것/위험 기피, 자기책임보다 남 탓하기, 자기권리만 주장하기’ 등이라고 한탄한다. ‘바람직하고 현명한(authoritative) 육아법’은 부모 요구도 높고, 자녀 요구에 대한 지지도 강한 방식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유치원에서는 ‘책임감 도전정신 모험심 부족, 새로운 가치 창조 및 협동적 문제해결능력 부족, 경제적 관점 및 현실 적응력 교육 부족, 추구하는 인간상의 모호함’ 등을 든다. 이에 반해 싱가포르 유치원의 ‘목적지향 놀이교육’과 독일, 스웨덴, 덴마크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구르고 놀다가 떨어져도, 나무조각을 하다가 칼에 베어도 그런 일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못하게 막지 않는다. 수년 전 일본에서 띔틀 앞구르기를 하다가 고개를 다치는 사고가 있고 몇몇이 목숨을 잃었는데, 문부성은 교육적 이익이 더 크다고 보고, 교사의 주의도를 높이면서 계속할 것을 결정했다. 특히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스위스, 체코, 헝가리 등에서는 아동이 자기만 알고(ego-centric) 나누고 협동하며 배려할 줄 모를 때 미성숙하다고 판정하고, 초등학교 진학을 유예시키고 유치원에 유급시킨다. 많은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생활과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중언어교육을 실시한다. 우리는 영어유치원 금지법을 발의하고, 정작 자기 자식은 영미권으로 유학시켜서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저자는 누리과정의 핵심가치와 인간상을 미래지향적으로 하여 유치원교육에서 ‘도전을 즐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외국인 외국어 외국문화에 쉽게 친해지는 글로벌 감각을 지닌 사람’을 길러야 한다고 본다. 또한 놀이중심교육의 기조는 유지하되 ‘글로벌 감각을 길러주는 놀이, 모험심과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놀이, 책임감과 협동능력을 키우는 놀이’로 방향과 질을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유치원에서 책임감과 리더십을 경험할 기회를 더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장(부모부터 변하자)은 한국과 미국 부모들의 육아모습을 녹화중계했는데, 한국 부모들은 미국 부모들과 달리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참고 기다려주기 보다, 부모가 앞장서 문제를 해결해 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해결 할 기회를 앗아간다. 이런 부모 의존은 깊어져 심지어 대학생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이나 부모들은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되는 것처럼 공부와 성적에 골몰한다. 아이들은 풍랑이는 바다와 같은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 호기심, 모험심, 의욕, 인내심 등을 키워야 하는데 도리어 엄마의 아바타로 길러지고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집안일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키워주고, 낯가리지 말고 질문하는 법을 길러주며, 온실에서 안전하게 키우기보다 ‘좀 더 험하게 키우기’를 권한다. 학부모는 학교개혁에 나서야 하고, 선한 마음의 습관을 굳세게 길러주는 학교를 선택하려면 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6장에서는 IB월드스쿨 논란으로 드러난 교사, 학생-학부모의 동상이몽을 파헤친다. IB학교가 가진 미래지향적 역량키우기와 혁신학교의 안일한 우물안 개구리 키우기식 ‘민족’교육이 대조된다. 교사들은 힘든 IB학교에는 반대하고, 교사와 학생들의 ‘자율성이 높은 해방구’인 혁신학교를 선호한다. 저자는 유치원교육부터 학부모의 선택받기를 제안한다. 학교마다 자율적인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학생 학부모 몫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계기를 이루는 것은 ‘바우처 제도의 도입’이다. 7장은 학부모들이 설립 확대를 지지한 공립유치원의 대량 미달 사태를 고발한다. 특히 단설과 달리 병설 공립유치원은 학교 수와 교사 수는 늘었으나 아동수는 늘지 않고 대다수 미달 사태를 빚는다. 필자는 그 원인으로 통학버스도 없고, 방학은 길며, 전인교육의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으로 본다.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개인플레이가 심하며 서로 협력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생각을 않는다. 함께 협동해서 잘하려면 힘이 들기에 인색한 것이다. 숨겨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공립유치원의 1인당 교육비는 월 평균 207만원이다. 이에 비해 사립영어유치원은 164만원, 사립초등학교는 138만원, 초등 비인가 국제학교는 274만원이다. ‘자녀에게 미래지향적 역량을 키워주려면 우리는 어떤 교육기관을 선택하면 좋을까?’ 8장에서는 붕괴 중인 공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사이렌을 울린다. 잠자는 교실, 무너지는 교권, 교직 선호도 하락 등이다. 고교생들의 학원강사와 학교교사의 수업전문성, 대입준비효과, 수업만족도, 수업열의, 학생과 의사소통, 학생의견존중, 인성함양 등에 대한 평가결과는 학원강사 우세였다. 2023년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등 1717만원, 중학 1999만원, 고교 2163만원이었다. 문제는 예산의 많은 부분이 교원복지향상과 학교시설 개선에 쓰이고, 정작 교육의 내실화, 즉 교사의 교육활동 개선, 학생 학습 경험의 질 향상, 교원 교육활동 의욕 개선 등에는 적게 투자된다. 저자는 수요자중심 교육개혁의 5대 과제로 ▲학부모 눈높이와 미래사회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과정 개정 ▲논・서술형 중심으로의 평가방식의 근본적 혁신 ▲학교자율권 확대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보장 ▲재정지원에서 스쿨바우처 도입 ▲공립학교회계 투명성 제고를 든다. 결국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칠레, 미국 일부 주와 같이 ‘돈이 학생을 따라가는’ 스쿨바우처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그렇게 되면 학교선택제가 확대되고 교육만족도는 증가하며 교육공급자의 교육의 질 향상 노력을 촉진하여, 다양한 학교모델이 창출된다. 물론 바우처도 학교서열화, 교육불평등 심화, 학교의 영리추구, 정보비대칭 문제로 인한 나쁜 선택 유도가 초래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교육의 인센티브 설계로서 바우처 제도가 제일 낫다고 본다. 바우처와 학교선택제는 미룰 수 없는 교육개혁의 지렛대이다. 9장은 거꾸로 간 K-유치원 바우처를 다룬다. 획일적 누리과정, 에듀파인의 실시간 회계감시로 인해 공립의 사립화가 아니라 사립의 공립화가 진행되었다고 비판한다. 또한 자영업인 일반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을 법인으로 취급하여 모든 수입을 교육에만 쓰도록 강제하여 수익창출을 극도로 제한한다. 마치 개인 병원의 수입을 병원의 진료에만 쓸 것을 강제하는 것과 같다. 수요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열심히 가르칠 수밖에 없는 민간 학원과 자사고에는 교실 붕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가를 설명해 준다. 소비자 선택의 기업인과 정부기관의 공무원 입장에 빚댈 수 있다. 10장은 교육 프로그램의 획일화와 사립의 공립화를 초래하는 유보통합 문제를 다루었다. 현재 8294개교인 유치원은 3종, 2만 9016곳인 어린이집은 7종이다. 겉보기에는 다양해 보이나 2012년부터 누리과정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취학 전 교육프로그램은 누리과정으로 획일화되었다. 2017년부터 영어교습을 금지했는데 결과적으로 민간의 영어유치원 확대를 가져왔다. 오늘날에는 다시 이를 금하는 법령이 발의되고 있다. 정작 그들의 자녀는 해외에서 그런 교육 혜택을 누리면서, 사다리 걷어차기에 서슴없다. 어린이집이 유치원에 비해 교육의 질이 낮은 이유는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료 통제 때문이다. 기업 등의 어린이집에서는 푸르니 같은 교육전문기업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어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저자는 이전의 책에서도 국가는 학부모에게 교육비를 바우처로 나눠주고 공무원들은 교육에서 손 뗄 것을 주장해 왔다. ‘사립유치원을 마녀사냥하지 마라, 선택은 부모와 아이 몫이다.’ 공립화된 사립보다 사립화된 공립이 나아갈 길이다. 유치원 어린이집에 교육의 자유를 허해야 지금 미국을 끌고 가는 실리콘 밸리의 CEO들은 몬테소리유치원 출신 마피아들이 길러진다.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생애주기별로 볼 때 유아기 교육은 투자비는 가장 적으나 그 영향은 가장 장기적이고 효력은 높다. 사람이 일생 지켜야 할 기초 기본 사항은 거의 모두 유치원에서 배운다. 마치 아기 코끼리 길들이기나 맹수 새끼를 서커스 단원으로 길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식물이라면 분재와 다름없다. 초기효과를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수동적으로 길들여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의 제목도 인위적으로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스레 ‘자라는’ 교육임에 유의하자. 실상 유아들은 2-3세까지는 부모 품에서 가장 평안한 ‘절대행복기’를 누려야 한다. 유아들은 그런 권리가 있고 부모들은 그럴 의무가 있다. 애착 형성이 잘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사회정서적 학습이 시작된다. 사회적 육아가 시작되면서 유아기의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사회적 정서적 교감과 교환이 유아 교육기관에서 일어난다. 만5세 이후에 이루어지는 인지 학습을 유치원에서 강조할 필요는 없다. 만5세부터 인간의 뇌가 형성된다. 감정은 만12세면 다 완성된다. 대뇌피질이 발달하는 인지발달은 25세까지 계속된다. 그래서 그 이전의 것은 대체로 기억에서 지워진다. 이를 평자는 젖먹이의 망각으로 유망(乳忘)으로 부른다. 학습은 유망과 노망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럼에도 만5세 이전의 각종 활동 경험은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일생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훈육은 트라우마로 남아 아이의 일생에 부정적 악영향을 끼친다. 어른들은 백번 조심하자. 인지발달은 좀 늦추어도 문제가 없다. 유치원 교육을 통해 사회정서적 교육이 잘 진행되면 그 이후의 학습을 위한 기초는 튼튼하게 놓여 진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낯설음, 특히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데 유치원에서 원어민과 어울려 놀이와 생활 가운데 영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아기는 편견이 없어 생활영어를 익히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장차 영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싱가포르나 인도처럼 공식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영어유치원 폐지 입법안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결국 부모 품의 절대행복기를 누릴 수 있도록 유급의 육아휴직은 최고의 복지가 된다. 나아가 유치원 교육비의 바우처 지급은 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유치원의 노력을 촉발해 유치원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유도할 것이다. 놀이와 생활중심이라면 영어유치원이 맞다. 집에서나 밖에서는 한국어로, 하루 3-4시간은 영어로 지내도 모국어 발달에 문제가 없다. 인간은 계몽기, 산업혁명 이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휴머니즘이라는 신념으로 신의 손을 놓고, 자연의 품에서 떠났다(left). 도시에서 아이들이 주로 실내에만 지내는 것은 큰 불행이다. 아이들에게 식물의 재배와 동물의 사육을 배우는 기회를 주는 것은 가장 좋은 사회정서적 교육방법이다. 도심의 유치원일지라도 화분, 수족관, 애완동물 상자, 새장 등을 들여서 아이들의 사회정서성을 풍성히 키워주어야 한다. 도시의 아파트 단지라면 화단의 일부를 아이들에게 내주자. 유아당 1m2의 땅을 확보해 주자. 반의 아이들과 함께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 주며 물주고 잡초를 뽑아주는 가운데 아이들은 기대와 희망을 키워갈 것이다. 오늘날 도시에서는 미국의 일반 주택의 차고나 뒷마당을 볼 수 없다. 고장 난 기기는 고쳐 쓰지 않고 모두 쓰레기로 분리수거해 버린다. 아이들이 고장 난 것을 수리해서 정상으로 되돌리는 성공의 기쁨을 갖지 못한다. 일상의 작은 성공 경험을 쌓을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전자제품의 수리든, 심부름, 가사 일의 분담 등을 통해 유아들이 책임지고 일하고 보상받는 경험을 주자. 아이들을 좀 더 험하게 키울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유럽의 유치원들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혁명 세대는 그렇게 자라나 나라를 일구었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전한 것은 이승만, 박정희 등의 탁월한 애국적 리더십에 힘입고, 국민들이 부모 세대를 뛰어넘어 다음 세대를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 간호사와 광부, 베트남 전쟁 참전, 중동 건설 현장 어디에서든 험지에서 피땀을 흘렸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나무에 오르다 떨어져 좀 다치든, 나무조각을 하다가 칼에 좀 베든, 실험하다가 불에 좀 데이든 사실 큰 문제는 없다. 유아기는 행함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적기이다. 안전조치를 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험을 하도록 아이들을 키우자. 그래야 자고 일어나면 깜짝 놀랄 일이 터지는 세상에서 좌절하거나 경기를 일으키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사회에 가장 필요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사례를 읽어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25대 한국교육과정학회장, 제14대 안암교육학회장을 지냈다. 교육현실과 그 개선에 바탕한 교육이론 창출, 특히 생애주기별, 학교급별, 집단별, 분야별, 목적별, 주제별 교육과정기준 개발에 관심이 높다.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한 건축가 교수가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서울의 모습을 분석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외국인의 시각에 투영된 서울의 좁은 골목길, 한옥 지붕 그리고 성곽길은 우리에게 낯설면서도 신선한 통찰을 안겨준다. 압축 성장의 산물인 이 도시의 불규칙함과 다양성이 이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의 교육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교육은 도시의 성장처럼 ‘압축 성장’을 거듭해 왔기 때문이다. 표준화된 교과 과정과 일률적인 평가를 통해 ‘모범생’이라는 거대한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덕분에 우리는 문맹률을 낮추고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데 경이로운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바로 그 고속도로 위에, 애니메이션 속 서울의 좁은 골목길과 같은 우리만의 독특한 잠재력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획일화된 ‘고속도로’ 교육의 역설 미래 교육정책의 방향을 논할 때 우리는 늘 ‘창의성’과 ‘경쟁력’을 외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교육은 정답을 찾아내는 데 익숙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외국인이 한글 간판에서 단순한 정보가 아닌 아름다운 장식적 요소를 발견했듯, 미래 인재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이 ‘가성비’ 좋은 인재를 만들어 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팝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제도권 교육의 울타리 밖에서 길러진 ‘괴짜’들의 힘이 컸다. 이들은 획일화된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좁은 골목길을 파고들었고, 그 결과 세계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정작 K팝의 본고장인 서울에는 제대로 된 대형 아레나 공연장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우리 교육이 문화적 성과를 담아낼 그릇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증거이다. 이미 세계를 매혹할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들을 온전히 키워내고 품어줄 교육 인프라와 정책적 철학은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남산타워’를 넘어 ‘자유의 언덕’으로 미래 인재 양성은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통한 ‘정답 맞히기’가 될 수 없다. 이는 마치 남산타워가 상징하는 권위와 중앙집권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것과 같다. 대신, 우리는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세계 무대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제안은 과감하고 철학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교과목을 추가하거나 평가 방식을 바꾸는 미시적 접근을 넘어,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획일화된 입시 경쟁의 굴레를 깨고, 모든 학생이 자신만의 ‘케데헌의 목욕탕 문화’를 발견하고 존중받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건축가 교수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지를 아레나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우리 교육 역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해야 한다. 미래 교육정책의 핵심은 더 이상 정해진 길을 걷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 길은 험난하고 불확실할 것이다. 그러나 좁은 골목과 한옥 지붕의 미학이 세계를 사로잡았듯, 우리 교육 또한 획일화의 틀을 벗어던질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이 담대한 화두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