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당나라 수도였던 시안을 모델 삼아 만들었다는 계획 도시 경주와 일본의 교토, 동아시아 3개 나라의 천년고도 시안, 경주, 교토를 방문하며 보고 공부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기록에 근거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기회로 직접 경험한 내용들을 복기하면서 불분명함이 명확해지고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중- 중국은 약 5000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로, 그동안 수많은 왕조가 광활한 국토에서 흥망성쇠를 반복해 왔다. 5000여 년의 역사상 국가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던 수도이자 역사가 깊은 지역을 고도(古都)라고 하며, 대표적인 역사 도시인 시안, 뤄양, 난징, 베이징을 '중국 4대 고도'라고 부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안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이자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이집트 카이로와 더불어 ‘세계 4대 고도’로 불린다. 그래서 시안을 여행할 때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종루와 고루가 호텔 및 백화점 등과 어울리며 도시의 중심에 있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시안성벽(西安城墙, Xi’an City Wall)이다. 시안성벽은 중국에서 가장 크고 잘 보존된 성곽 중 하나이다. 14세기 명나라 때 축조된 이 성벽은 외적을 막기 위한 군사적 요새이다. 사람들은 이 시안 성벽을 보고 고대의 장안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기도 한다. 시안 성벽은 명나라 초기에 당나라 장안 황성의 기초위에 건설했고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친 현존하는 최대 규모의 오래된 성벽이다. 전체 둘레가 13.74km로 성벽 위의 길 폭은 4차선 도로와 비슷한 13m이고 높이는 12m이다. 성벽의 벽돌에는 보수할 당시 벽돌을 만든 지역을 상징하는 표시가 새겨져 있다. 황제만 다닐 수 있었다는 남문인 영녕문을 통해서 보통 많이 입장을 한다. 성벽 안쪽은 오래된 건물과 저층 건물이 주를 이루고 성 밖은 아파트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성벽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는 적의 침입을 방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고 깊다. 동서남북으로 각각 성문이 하나씩 있었는데, 그중에서 서문(안정문)은 고대 실크로드로 가는 길목이라서 중요시되었고, 싸움이 잦았던 북문(안원문)은 도성을 수호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해 질 녘 성벽에서 보는 석양은 해자와 어울려 운치가 있다. 장안의 전성기는 당나라 도읍이 되면서 시작되었고 인구가 백만 명에 달했다. 장안과 더불어 세계 3대 도시였던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과 아바스 왕조의 수도인 바그다드보다 인구가 많고 규모가 컸다. 장안성의 크기가 현재의 시안 성벽 내의 면적보다 일곱 배가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7~8세기경, 장안성의 도시계획과 관심사는 동북아시아의 유행이 되었고 발해의 상경용천부와 일본의 교토, 신라 경주의 외양이 장안성과 비슷했다. 한나라 때의 장안은 지금 시안의 북서쪽 시가지 외곽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비단길의 시작점이었다. 장안의 정치 경제적, 그리고 전략적 이점들이 전한의 수도가 된 원인이었다. 한고조는 장안으로 수도를 옮기고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지어진 건축물인 장락궁이었는데, 원래 진나라 때의 건물이었던 흥락궁을 토대로 개축한 것이었다. 서쪽으로는 미앙궁이 건설되었다. 한 고조 시절 장안은 주로 이 두 궁궐로 이뤄졌고, 아직 성벽이 완전히 세워지지 못한 상태였다. 한 고조의 아들인 혜제 시절에 성벽을 완공함으로써, 장안이 도시의 모습을 갖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무제 시대 장안은 제국의 수도로서 가장 번영했다. 당시 장안성의 대부분은 장락궁과 미앙궁 등의 궁궐과 관청들이 차지하고 있어, 황제와 고급 관료들을 위해 설계된 도시라고 할 수 있었다. 시안 성벽은 당나라 때 장안 황성으로 축조했던 성벽이 원조다. 당나라 말기에 장안 황성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수도를 뤄양으로 옮겼고, 1374년 명나라가 방어 체계를 구축할 목적으로 새로이 성벽을 쌓은 것이다. 시안 시가 1983년부터 무려 20년에 걸쳐서 명나라 때의 성벽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높이 12m, 폭 15m, 총길이 13.7km에 달하는 성벽으로, 총 98개의 성루가 성벽을 따라 이어진다. 현재는 시민들이 성벽을 드나들기 쉽도록 문을 몇 개 더 설치했다. 총 18개 문 중에서 13개 문을 통해서 성벽에 오를 수 있는데, 워낙 넓어서 자전거 하이킹도 할 수 있고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그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천년 고도 시안, 누군가는 죽고 살았을 성벽 위 자전거 타는 연인들을 보면서 인생의 희극과 비극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부모가 특정 정치 목적을 위해 자녀를 행사에 동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1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다양한 사회적ㆍ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 자녀 또는 아동이 특정한 정치적 · 이념적 목적을 위하여 부당하게 이용되거나 동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의무가 담겼다. 즉, 부모가 본인의 정치적 이념을 자녀에게 강요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행사에 동원하는 것도 금지한다. 김 의원은 “사설 교육단체들 또는 특정 이념단체들이 미성년 학생들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의 활동이나 행사, 공연에 동원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생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며 “교원뿐만 아니라 부모 등 보호자에게도 미성년 자녀를 특정 정치적·이념적 목적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보호할 책임을 명시해 교육의 중립성을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 제31조 4항과 교육기본법 제6조에서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적자 전환을 맞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이 교직원의 외국 국적 자녀에게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이 요구됐다. 10일,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사학연금이 최근 6년간 외국 국적 자녀에게 지원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은 총 83건으로 4억 8500만원에 달한다. 사학연금 학자금 대여사업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에 근거해 교직원 또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무이자로 융자하는 제도이다. 소요 비용은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어 교직원의 외국 국적 자녀 무이자 학자금 대출 역시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사학연금은 올해 기준 73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2026년에는 적자로 전환된다. 또 2047년에는 적립금 고갈이 예상되는 등 경영 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정복 의원은 “사학연금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제도에서 외국 국적 자녀와 해외 대학 재학 자녀까지 무이자 지원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편, 사학연금은 지난 6년 동안 총 8만 5773건, 약 3154억원의 무이자 학자금을 지원했으며, 이 중 국내 대학 재학생 자녀는 8만 1087건(약 2714억원), 해외 대학 재학생 자녀는 4603건(약 435억 원)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해마다 뜨거운 폭염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면 필자는 달빛축제공원을 찾는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2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첫날, 오후 초반에 배치된 유명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찍 달빛축제공원을 찾았다가 펜타포트 사상 최악의 입장 대기 줄을 서야 했다. 핫플레이스에 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락 페스티벌처럼 넓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사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건 ‘입장 단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났음’을 의미했다. 필자가 10년 동안 참여한 락 페스티벌 현장에서 2시간씩 기다려 입장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기이한 일이었다. 현장 스태프는 줄이 긴 이유에 대해 티켓 예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실랑이가 있어 줄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다 입장 단계에서의 어려움은 펜타포트 뿐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몇몇 케이팝 콘서트에서도 암표 거래를 막는다는 이유로 주민번호, 주소, 심지어 생활기록부나 가족관계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로 팬들의 반발이 일어났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어떤 팬은 고모가 예매한 티켓을 현장수령하기 위해 접수하다가 “일반적으로는 어머니가 예매하는데 왜 고모가 예매했느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지만, 공연장에 입장하기 위해 왜 가정사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만든 절차지만 번거로움과 수고는 암표상이 아닌 팬들이 겪고 있는 것이다. 펜타포트, 케이팝 그리고 중학교 그런데 놀랍게도 이와 비슷한 사생활 침해적 절차가 중학교 입학 시기에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와 같은 인기 학군에서의 ‘위장전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아니 해당 지역에서의 민원이 빈발한다는 이유로 관내의 모든 신입생과 그 보호자들은 일반적인 입학 서류보다 훨씬 복잡한 가정환경 정보와 관련 증빙서류까지 제출해야 한다. 부모의 직업, 가족 구성원의 세부 사항, 한부모 가정 여부, 이혼 여부 등 학생 개인의 생활과 전혀 무관한 정보를 교육지원청이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반적으로 6학년 부장 교사가 서류를 가지고 교육지원청에 가서 위장전입이 의심되는 서류(주민등록등본에 부,모가 함께 있지 않은 경우)에 대해 소명을 하고 부족한 경우에 교육지원청이 직접 해당 학부모와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사안이 노출되며 불편한 감정이 오가기도 한다. “왜 담임 선생님이 우리 가정사를 알아야 하느냐”, “이혼한 전처와 연락을 어떻게 하라고 요구하는 거냐” 같은 항의성 발언은 교사를 곤란하게 하고, 졸업을 앞두고 스승과 제자, 학부모 사이가 불편한 관계로 이어진다. 기피 업무이기 때문에 해마다 바뀌는 교육지원청 담당자들도 이러한 가정사 확인과 민원 응대에 큰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결국 위장전입을 막기 위한 행정 절차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청 모두를 소진하는 구조로 고착화하고 있다. 위장전입은 신도시가, 서류제출은 원도심 학부모가 이 과정에서 정의의 문제가 발생한다. 가정환경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학생이나 한부모 가정일수록 더 많은 서류를 제출하며 사생활이 더 심각하게 노출된다. 민원이 있으니, 위장전입을 예방해야 한다는 목적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특정 가정의 사생활이 불공정하게 밝혀지는 구조는 심각한 문제다. 신도시 같은 인기 학군의 위장전입 문제를 다루기 위해 위장전입과는 관계없이 가정사가 복잡한 학군의 학부모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중학교 신입생 학부모가 중학교 입학을 위해 이러한 절차를 거치도록 법령에 정해진 것도 아니다. 서울이나 인천, 경기 일부 지역처럼 위장전입이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 중학교 입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개인 정보제공 동의 절차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명시적으로 ‘입학 단계에서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 우려’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나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자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교육부와 정부 차원의 정책적 접근 필요 이제라도 교육부와 정부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정책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학생의 입학 단계에서 수집하는 정보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하며, 특히 가정환경에 대한 민감한 정보는 명확한 교육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꼭 필요한 절차라면 3개년 동안 꾸준히 지원 학생 수가 정원을 초과한 중학교 인근 학생에 대하여 위장전입 여부를 판단하도록 핀셋 정책을 펴야 한다. ‘입학’이라는 설레고 중요한 순간에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교육 당국은 제도와 법령을 신속히 개선하고 업무를 간소화해야 할 차례이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대통령실 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경기교육미래포럼이 임태희 경기교육감의 관련성 여부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2023년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으로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다음 날, 장상윤 당시 교육부 차관과 8분여를 통화했다. 김 전 비서관 딸은 두 차례에 걸쳐 후배를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고, 학교는 긴급조치로 출석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열린 학폭위에는 7호 처분인 학급교체 및 출석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이후 피해 학생 측은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김 전 비서관 딸은 다른 학교 전학가고 소송은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성기선 경기교육미래포럼 대표는 “학폭 사건에 대통령실이, 김건희 씨가 권련을 사적으로 이용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교육의 공적 체제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 책임자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교육부는 이번 사건의 전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폭위의 독립성과 권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기교육청의 역할이 있었는지에 주목했다. 성 대표는 “경기교육청이 무엇을 했는지, 학폭심의위에 교육청 관계자가 개입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권력자의 정치개입 과정에 관여하거나 방조했다면, 개입 못지 않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더에듀 | 학교도서관은 학생과 교원의 지적 탐구의 장, 나아가 미래를 상상하는 토론장이다. 9월 1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을 발의, 학교도서관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었다.(관련기사 참조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6881) 그러나 해당 법안의 방향성은 교육지원청에 순회사서를 배치하는 것으로, 학교도서관에 애정을 가지고 운영해 온 전문 인력으로서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개정안은 학교도서관과 디지털 역량의 관계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나은 부분이 존재하지만, 순회사서는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없다. 교육이라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은 교육의 장이다. 교육이 교원의 임무라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까지 가지 않더라도 순회사서는 학교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확보가 어렵고 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무엇보다 순회사서는 정부의 사서교사 배치 의무를 면피하는 조항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 개정안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것은, 1963년 이후 무너지고 있는 사서교사 보임의 원칙 때문이다. 1963년 도서관법에서 정했던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보임의 원칙은 IMF 이후 공공근로 사업과 2008년 학교도서관진흥법 제정으로 무너져, 현재 학교도서관의 운영 인력은 이원화되었다. 이 개정안은 이원화된 학교도서관 인력 구조를 교육청 순회사서 배치를 통해 한 번 더 분리해 학교도서관 인력 간 갈등을 심화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어디에서 기인했는가?’ 두 가지 맥락이 있다. ‘교원 감축’과 ‘지역 소멸’이다. 2023년 정부는 ‘미래 교육 수요를 반영한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발표하며, ‘공립학교 교원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유치원‧특수‧비교과 교사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매년 관계 부처와 별도로 협의하여 적정 수준으로 확보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2023년 사서교사 정원 확대는 ‘0명’, 2024년과 2025년을 모두 합쳐도 ‘102명’으로, 2020~2022년 매년 약 200명씩 확보되던 추이와 명백히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기조는 2026년에도 이어져 사전 예고된 2026 임용고시 선발 인원은 45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사서교사 양성 기관조차 충분하지 않다. 동시에 지역 소멸로 인해 폐교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강원, 경북, 전남, 전북은 학생 수 100명 이하의 공립학교 비율이 50% 이상이며, 경기도를 제외한 모든 도 단위 행정군에는 30% 이상의 학교가 학생 수 100명 이하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서교사를 배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사서교사를 단순히 ‘도서관 운영 인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사서교사는 교과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는 탐구 수업을 추구해 오고 있으며, 독서·미디어 리터러시·정보 활용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적으로 접근한다. 정부가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도서관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학교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에 접근하고 이를 분석·활용·평가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사서교사가 있어야 한다. 올해 교육언론 <더에듀>에 연재된 ‘사서교사와 미래교육’ 시리즈에 따르면, 서울의 김은현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무비판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지도하였고, 충남의 차선영 사서교사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과학 소설 독서와 AI 주제 토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정보의 선별, 분석 방법을 교육했다. 사서교사는 교과교사와 별도로 정원이 계산되기 때문에 작은 학교일수록 사서교사가 배치되었을 때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과중한 업무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현재 공립학교 사서교사 배치율은 ‘13.9%’다. 매우 적은 배치율로 지역에서는 사서교사 배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첫 번째, 경기, 인천, 대구와 같이 정원 외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경우로, 덕분에 해당 지역들은 50%, 33%, 32%로 높은 사서교사 배치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방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 주의를 준 바 있으며, 따라서 낮은 사서교사 배치율에도 불구하고 해당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역들이 있다. 두 번째, 사서교사의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경북 지역의 몇몇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서 모든 학교에 사서교사를 배치할 것을 필수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시된 기준 없이 학교의 사서교사 정원을 제한한다. 때로는 배치된 사서교사의 수보다 적은 수로 지역 내 정원을 제한하는 경우도 존재하며,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대응할 계획이다. 세 번째, 학교도서관지원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4조’에 따라 시도교육청에 학교도서관지원센터를 설치해 관할 구역의 학교도서관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원센터의 운영, 설치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다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에는 해당 사항이 누락되어 있어 지역마다 단순히 도서관 관리의 측면만을 지원하거나 지원센터에 사서교사 없이 현장 학교에 있는 사서교사를 차출하는 등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결국 사서교사가 제대로 배치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소 무리해서 이루어지거나,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제일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사서교사의 배치로, 정부에서 사서교사를 적극적으로 임용하고 지역에 균형 있게 배치할 때 지역 사회의 부담을 덜고 지원센터 또한 교육 개혁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도서관연맹과 유네스코는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일제 사서교사의 배치를 권장하고 있다. 나아가 사서교사가 교육, 경영의 역할을 수행하고, 리더십과 협업 능력을 발휘하고 나아가 지역 사회까지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교육 선진국들은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가치를 인정하고 전담 사서교사 배치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학교도서관은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부족한 사서교사 양성과 배치는 학교도서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2022년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현 국가도서관위원회)에서 교원 양성 과정의 확대, 교사의 전과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연구에 그쳤으며, 사서교사 임용고시 선발 인원은 부족하다. 이번 ‘학교도서관진흥법 개정안’에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이 논의가 계기가 되어 학교도서관, 사서교사 중심으로 지역 교육이 한 발 나아가고 학생들이 삶의 터전에서 미래를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오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상담교사들이 1학교 1정규상담교사를 배치로 위클래스 상담의 안정적 운영 도모를 촉구하고 나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는 1만 3978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은 27.3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8.3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수치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소년 자살률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 간 89.2% 증가해 인구 10만명 당 10.8명에 이르렀다. 이는 OECD 15~19세 평균인 약 7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9~24세 자살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5~2025.6까지 교원 자살자 역시 185명으로 2023년 25명, 2024년 28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교육기관 종사자의 우울증 진료는 2018년 8만 9344건에서 2024년 19만 6661건으로 늘었다. 불안장애 진료 역시 같은 기간 7만 981명에서 12만 4660건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맞아, 상당교사들은 학교 현장 심리적 지원 인프라의 심각한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전문상담교사노조)은 “상담교사 배치율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순회교사를 포함해야 48%라는 숫자가 나오며 그중 정규직 교사 수는 더 적다”며 “상담은 신뢰와 지속성이 핵심임에도 상담교사 한 명이 수백 명의 학생을 떠안거나 아예 상담교사가 없는 학교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 전문상담교사 확충은 단순 인력 충원이 아니라 학생들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 조건”이라며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말하는 약속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대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1인 이상 의무화’를 공약집에 담았다. 학생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국가적 책무임을 인정한 것. 지난해 경기교육청이 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 Wee프로젝트가 위기 학생의 심리적 위기 대응에 효과적이라고도 응답하며, 학부모들은 긍정적 기대와 함께 모든 학생으로 지원대상의 확대도 요구했다. 전문상담교사노조는 “지금의 상담여건으로는 위클래스가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며 ▲1학교 1전문상담교사 배치 ▲학생 수 비례 법정 정원 기준 마련 ▲정규직 상담교사 확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과 자살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상담실 문을 열면 언제든 정규직 전문상담교사가 맞이할 수 있는 학교와 그 경험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평생의 정신건강 자산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 “저는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수업 중 휴대폰을 하던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되려 묻는다. 눈에는 당당함이 서려 있고, 주위를 둘러봐도 친구들 역시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표정이다. 단지 그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의 권위는 이미 오래전에 무너졌고, 훈육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훈육’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거북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지금 우리는 ‘훈육’이 사라진 첫 세대를 키우고 있다. 경계를 몰라도, 책임지지 않아도, 누구도 그 아이를 ‘꾸짖지 않는다.’ 그 결과, 아이들은 어른의 지시를 ‘강요’로, 규칙을 ‘선택’으로, 책임을 ‘남 탓’으로 받아들인다. 가르쳐야 할 태도는 사라지고, 배려와 책임의 언어는 교육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감정을 우선하고, 자존감만을 강조한 교육은 아이들에게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면역력을 주지 못했다. 감정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감정이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 기분이 나쁘다고 모든 지적이 ‘폭력’이 되는 순간, 사회는 누구도 훈육할 수 없는 곳이 된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자기 잘못을 지적당하면 ‘내 인격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다툼이 생기면 ‘상대가 내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관계를 끊는다.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채, 피하거나 외면하는 문화. 그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단절로 이어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말한다. 그러나 자유는 책임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무엇이든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된다. 그 부분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자유는 결국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뿐이다. 훈육은 억압이 아니다. ‘훈육’은 아이에게 경계의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며, 관계 속에서 책임을 인식하게 하는 과정이다. 무례를 지적해 주는 어른이 사라진 사회에서, 아이는 정중함을 배울 수 없고 실패를 조율해 주는 교사가 없는 교실에서는 성장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걱정한다면, 지금 우리는 훈육을 다시 이야기해야 한다. ‘지식보다 먼저’, ‘인성보다 깊게’, 태도와 책임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의 틀이 필요하다. 그 시작은 ‘꾸짖는 어른’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아이들이 자기 말에 힘을 가질 수 있으려면, 그 말을 책임질 줄 아는 훈련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자유는 본능이지만, 책임은 배워야 한다. 훈육은 그 시작이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내년부터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시행된다. 정부가 내년부터 유아·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 시간을 단축하는 ‘육아기 10시 출근제’를 도입한다. 육아기 10시 출근제는 광주시가 지난 2022년 전국 최초로 실시한 ‘초등학부모 10시 출근제’를 확대한 것이다. 광주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 학부모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 삭감 없이 하루 1시간 근로 시간을 줄여 자녀 돌봄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미 국정기획위원회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의 협의를 마쳤으며,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했다. 적용 대상은 유아·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이며 지원 기간은 1년이다.
더에듀 | 공교육은 입시와 경쟁, 시험, 서열 등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삶 자체를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게끔 한다. 이 트랙을 성실하게 달리는 사람에겐 모범 학생이라는 훈장을 준다. 그런데, 울산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넘어 저항적이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과 삶에 대한 사색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에 <더에듀>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데 도움을 주는 박상욱 철학교사의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교육이 경쟁과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만큼 사랑과 이성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가 또 있을까?’ 사랑은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핵심적인 주제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생을 두고 탐구해 나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 나는 어린이 철학을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던 기억이 있다. 명확하지 않지만, 대략 아래와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나: 사랑과 우정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요? 희정: 사랑은 남녀 간의 좋아하는 감정이고, 우정은 친구 간의 감정이죠. 문수: 친구 간에는 사랑해서는 안 되나요? 희정: 그럼 더 이상 친구라고 할 수 없겠지요. 나: 관계가 감정을 규정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감정이 관계를 규정하는 것일까요? 지영: 음.... 감정이죠. 문수: 그럼 사랑이라는 감정과 우정이라는 감정의 본질적인 차이를 살펴봐야겠네요. 위 토론의 결론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우정’이라는 감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적인 차이에 관한 토론은 끝없이 이어졌다. 일생에서 수많은 사랑을 경험해 봤던 어른들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오늘 철학 수업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은 ‘철학 소설 마크(Mark)’(국제어린이발전연구소(IAPC)에서 개발한 어린이 철학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에서는 이성 교제에 대한 장면이 나왔다. 이성 친구와 함께 데이트하면서 생각이나 감정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대화에서 아이들의 시선이 멈추었다. 나는 소설의 일부를 아이들과 함께 읽은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하게 했다.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제안했다. 준이: 서로 마음이 잘 맞는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주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민규: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름: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지성: 사랑하는 사람의 사생활까지 간섭해도 될까? 나는 아이들의 질문들을 듣는 순간, 내심 준이의 질문에 마음이 끌렸다. ‘마음’이라는 주제 자체가 철학적으로 고민해 볼 쟁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준이의 질문을 보는 순간 ‘마음이라는 것이 뭘까?(개념적 질문)’/ ‘서로 마음이 맞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해석학적 질문)’/ ‘서로의 마음을 맞는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인식론적 질문)’ 이와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의 토론을 어떻게 이끌어가면 좋을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철학적 토론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선택했다. 이 질문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많은 연인이 서로에게 대한 불만 때문에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 불만의 대부분은 자신이 싫어하는 상대방의 행동이나 습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민규는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습관이나 행동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 질문을 만든 민규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의미와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질문은 우리가 이성 교제할 때 가장 크게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서 어디까지 변화를 요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사랑과 관심, 폭력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을 넘나든다. 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민규: 그렇죠. 대부분은 콩깍지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거든요. 나: 콩깍지? 지성: 단점이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게 보이는 착각 같은 거죠. 아름: 콩깍지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도 사랑을 하게 돼요. 그래서 나중에는 싸우는 거에요. 민성: 보통 콩깍지가 900일 정도 간다고 하던데요. 나: 사랑과 콩깍지는 다른 거야? 민규: 콩깍지도 사랑이죠. 원래 사랑이라는 게 그런 거예요. 유진: 하지만 콩깍지가 사라져도 사랑은 계속돼요. 우리 부모님도 그래요. 민규의 말에 교실의 아이들은 크게 웃었다. 민규는 ‘사랑’이라는 것이 원래 논리나 사고가 작동되지 않는 감정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콩깍지가 사라지고 나면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감정의 미묘한 변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지 않았던가? 하지만 유진이는 콩깍지가 사라져도 사랑은 없어지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 말에 대해 지성이도 동의했다. 만약 사랑이 900일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면 사랑한다는 것이 너무 허무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럼 사랑하면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아이들은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민성: 솔직히 습관이나 기질은 쉽게 바꿀 수 없을 것 같아요. 주연: 좋아하는 영화, 음악, 스포츠 취향 같은 것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진: 그 정도는 가능하지. 하지만 성격 같은 것은 바꿀 수 없지 않을까? 민성: 맞아. 주연: 그럼 넌 여자친구가 게임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할 거야? 민성: 음...그건 힘들 것 같은데, 모르겠다. 주연: 그럴 줄 알았어!! 민규: 근데 자기 취향에 맞게 상대방을 맞추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 아니야? 주연: 폭력적이긴 해요. 아름: 사귀는 사이라면 어느 정도는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걸 폭력이라고 하면 연애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준이: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부터가 폭력인 거야? 이후 이어지는 아이들의 대화는 사랑, 배려, 폭력, 변화할 수 있는 것과 변화할 수 없는 것이라는 주제들이 오고 갔다. 대화의 중심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에게 어디까지 자신의 취향이나 생각을 요구할 수 있는가?’였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꼭 맞춰주어야만 하는가? 이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지 폭력인지에 대해서는 쉽지 않은 논쟁이 이어졌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을 소유적 사랑과 존재적 사랑으로 나눈 바 있다. ‘소유적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방을 나의 통제 하에 두고 싶어 한다. 집착과 질투가 그 특징이다. 반면 ‘존재적 사랑’은 상대방의 존재 그 자체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마음을 강조한다. 오늘 아이들의 토론 속에서는 ‘에리히 프롬의 사유’가 깊이 녹아져 있었다. 민성: 사랑하는 사이라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름: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유진: 맨날 게임만 하고, 약속 시간에 늦는 것도 무조건 이해해 줘야 한다는 거야? 주연: 그건 아니지. 그건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야. 나: 그럼 배려와 폭력의 그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 아름: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잖아요. 두 사람이 잘 이야기해서 합의를 봐야죠. 민규: 그게 잘 안 되니깐... 맨날 싸우지. ‘이혼숙려캠프’에 나오는 사람들이 다 그렇던데. 유진: 그래서 우리 반도 맨날 싸우는 거야? 유진이의 말에 아이들은 함께 크게 웃었다. 이후 아이들은 조용히 철학 노트를 펼치고 글을 썼다. 다음은 민규가 쓴 글의 일부이다. “사랑하는 것과 콩깍지는 다르다. 어찌 같겠는가? 사랑은 훨씬 오래도록 변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만약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을까?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변할 것 같다. 왜냐하면...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는 모습대로 되고 싶을 거니깐...” (*본 원고에서 나오는 이름은 가명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박상욱 = 17년간 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치다가 2년 전부터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부산교육대학교, 부산대학교, 서울교육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국철학적탐구공동체연구회 연수국장, 서울교육대학교 어린이철학교육센터 학술이사, 한국어린이철학교육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바이러스 철학을 만나다』가 있고 공저로는 『문해력과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실 속 철학 토론』, 『도덕적 시민의 눈으로 세상 읽기』, 『생각하는 교실, 철학하는 아이들』이 있다. 공역으로 『아이들과 철학하는 삶』, 『더 나은 사고를 위한 교육』이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 존재가 가진 철학적 가능성과 그 의미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