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실장님, 포워딩해 주신 파워포인트가 안 뜨는데 열어보셨나요?” “아뇨. 그냥 포워딩했죠. 한 번 볼게요.” “네, 확인 부탁드려요.” “어라, 저도 안 되네요.” “지금 서단아 선생님은 연수 이미 시작해서 연락 못 받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학습지 보니까 기본적인 내용이니까 그냥 캐나다 식생활 가이드에서 비슷한 내용 찾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네네, 그럼 제가 다른 소스 찾아서 해볼게요.” “은수 쌤, 유연하게 대처해줘서 고마워요.” 이날은 순회 보건 교사 대신 수업을 들어가는 날이었는데, 아침에 도착하니 수업 계획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보결 수업하다 보면 이런 일이 가끔 생기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너무 아파서 뒤늦게 병결을 요청하고 수업자료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준비해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도 모르고 시작한 정신없는 하루 1교시 시작하고 20분 만에 1교시 수업 계획을 받고 차례대로, 각 교시 계획을 받은 적도 있다. 그래도 그날의 수업 시간표라도 알고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이날은 순회 교사의 수업이기 때문인지, 수업 시간표조차 모르고 첫 시간 출석 체크 담당 학급만 아는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병결도 아닌데 이런 일이 생긴 건 서 선생님이 전날 교육청에 등록했다고 생각한 보결 교사용 수업 계획이 등록되지 않아서다. 행정실장님이 급히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해 연수 전에 수업 자료와 수업 시간표를 메일로 요청해 놓았고 포워딩해 준다는 얘길 듣고 교실에 들어갔다. 출석 체크 후 조회 방송이 나오는 동안 메일을 확인했지만, 안 들어왔다. 파워포인트 자료인데 설상가상으로 늘 갖고 다니던 맥북과 HDMI를 연결하는 커넥터도 없었다. 다행히 행정실 바로 옆 교실이어서 출석부를 전달한다는 이유로 행정실에 들러 물어봤다. “메일 혹시 어디로 포워딩하셨어요?” “회암교육청 메일로요.” “저 교육청 메일이 이용 정지 상태여서, 여왕대 메일로 다시 한번만 보내주세요. 그리고 학습지도 있다던데 행정실 프린터로 출력도 부탁드려요.” “네, 그럴게요.” “참, 제가 오늘 맥북 어댑터를 안 가져와서 그런데 혹시 크롬북 하나 빌려도 될까요.” “네, 여기 하나 있네요.” 그렇게 다시 교실로 돌아왔는데, 다행히 수업 계획과 시간표는 전달돼 있었지만, 이번에 빌려온 크롬북이 아예 영상 출력용 단자가 없는 게 아닌가. “실장님, 이거 출력 단자가 없네요.” “아, 은수 쌤 미안해요, 도서관에 아마 단자 있는 게 하나 있을 거예요.” 결국 도서관 크롬북을 빌려서 이제야 수업을 하나 보다 했는데, 이게 웬걸, 파워포인트 파일이라는 링크는 필자의 구글 드라이브로 연결되는 게 아닌가. 혹시나 교육청 계정이 정지돼 있어서 그런가 하고 서두에 쓴 대화를 행정실장님과 나눴지만, 링크 자체가 잘못된 거였나 보다. 결국 자료 없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우리나라 같으면 교과서라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계획을 교과서로 하는 일도 없고 교과서의 특정 단원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특히나 일부 고교 교실에 참고자료로 놔두는 경우 외에는 교과서 자체를 학교에 비치해놓는 경우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보통 식습관은 캐나다 정부 산하의 식생활 가이드 사이트 자료를 이용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사이트에 들어가 봤지만, 학습지 내용과 딱 일치하는 자료는 없었다. 어떻게든 가진 자원을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 그래도 시간도 많지 않아서 일단 1교시는 그곳 자료로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채울 수 있도록 필자가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을 활용해 조금 내용을 더해줬다. 다음 시간에는 이대로 될 일이 아니다 싶어서, 열심히 여러 주 정부 자료와 의료 기관 자료를 찾아서 영역마다 충분한 설명이 되는 근거 자료를 준비하고는 토의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의견을 충분히 말한 다음 참고 자료 사이트를 띄우고 학습지를 채우도록 했다. 이렇게 어떻게든 가진 자원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날도 가끔 생긴다. 그날만은 아니다. 수업 계획에 학습지를 하게 돼 있었는데, 학습지가 첨부돼 있지 않거나 엉뚱한 학습지가 첨부된 경우도 한 번씩 있다. 뒤늦게라도 오면 다행이지만, 어떤 날은 다시 요청해도 못 받을 때가 있는데 계속 물어보기도 미안하다. 비인기 교과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거나 조사가 생긴 경우기 때문이다. 아침에 겨우 보결 수업 계획을 보내고 다시 약을 먹고 잠이 들거나 정신없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자꾸 달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도 그냥 유연하게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필요한 학습지가 없으면 없는 대로 수업 내용에 맞춰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주전공인 미술이나 부전공인 사회나 수학이면 어떻게든 그게 되지만, 사실 다른 교과는 그렇게 진행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또 당연히 정규 보결 교사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교육청과 영화협회 계약으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도록 하는 날도 있다. 결국 급한 마음에 어떻게든 다른 경로로 유료 영상을 찾아서 틀기는 했지만, 하필 프랑스어로만 나오고 영어 자막이 없어서 내레이션을 기억에 의존해 영어로 해준 적도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유튜브에 영어로 나오는 영상도 있는 걸 발견하고 찾질 못한 자신을 한탄하기도 했다. 온라인 학습 모듈이 계획돼 있는데 학교 인터넷이 갑자기 차단되기도 했다. 테더링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자습을 시켜야 했다. 그나마 감당할 수 있는 교과면 같은 내용을 다르게라도 가르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뭐든 학생들을 안전하게 관리·감독하면서 해당 교과와 관련된 학습을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자습을 시키고는 상황을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순회 보건 선생님을 대체한 날에는 그래서인지 행정실장님에게 세 번이나 유연하게 대처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계속>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은옥 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이 차관에 임명됐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차관 등 12명의 차관급 인선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최은옥 신임 차관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고려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교육학 석사, 성균관대 교육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행정고시 34회 출신으로 교육부에서 대학정책실 대학정책관과 평생미래교육국 국장, 고등교육정책관, 고등교육정책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등교육을 총괄했으며,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직에서 퇴임했다. 박춘란 차관 이후 두 번째 여성 교육부차관이다. 교육부에서 고등교육정책을 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이재명 후보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현재 논문표절, 자녀 불법 유학 등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더에듀 | 사서교사는 문해력, 정보활용, 미디어리터러시 등 미래교육의 핵심을 담당하며 학생들의 경험과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에듀>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의 학습과 경험을 돕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과 기획연재 ‘사서교사와 미래교육’을 마련했다. 교수 설계 전문가로서의 사서교사 위상을 알림으로써 배치 확대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긴긴밤’으로 여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학생들이 한 권의 책을 깊이 읽고, 생각을 나누며 의미를 확장해 가는 독서 수업이다. 특히 사서교사가 주도하는 독서 수업은 문해력은 물론 정보활용능력, 미디어리터러시, 창의적 표현 등 다양한 미래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 이번 수업에서는‘긴긴밤’(루리, 문학동네)이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슬로우 리딩을 진행하고,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해 6학년 학생들과 책 속 이야기와 우리의 삶을 연결해 보았다. 천천히, 깊게 읽기: 슬로우 리딩 ‘긴긴밤’은 코끼리 무리에서 자란 지구상의 마지막 하나가 된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수없는 긴긴밤을 함께하며 바다를 찾아 길고도 험한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로, 생명과 공존, 치유와 연대라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기간에 책을 읽고 활동을 마무리하는 기존 독서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매시간 챕터별로 천천히 읽으며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는 슬로우 리딩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영상자료, 인터뷰 등 다양한 매체를 함께 활용하여 책의 주제를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각 장에서 중요한 문장을 직접 필사하거나,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책을 느리게 읽으면서 이야기의 분위기와 작가의 의도를 스스로 발견하는 경험을 통해, 글을 읽는 눈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넓혔다. 정보의 바다에서 길 찾기: 불리언 연산자와 뉴스 기사 탐색 책이 다루는 주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특히 동물 학대, 생태계 파괴, 기후 위기 등의 이슈는 학생들에게도 익숙하면서 그 안에 담긴 복잡한 사회적 맥락까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인공지능과 디지털 정보가 가속화되는 시대에서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해석하느냐가 미래 역량의 핵심이 되고 있다. 이에 조별로 키워드를 선정해 검색어 연결망을 조직한 후, 이를 실제 검색어로 활용하여 빅카인즈(BigKinds) 뉴스 아카이브에서 기사를 탐색하는 정보탐색 활동을 진행했다. 불리언 연산자(AND, OR, NOT)를 활용해 ‘동물 AND 복지’, ‘기후 AND 위기 AND (코뿔소 OR 서식지)’ 등 다양한 검색식을 스스로 구성해 보며, 키워드 조합에 따라 검색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이후 찾은 뉴스 기사에서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책의 주제와 어떤 부분이 연결되는지 분석하는 활동으로 확장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단순히 정보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까지 고민할 수 있었다.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상상력 펼치기: 뒷이야기 이어쓰기 ‘긴긴밤’의 결말은 여운을 남긴다. ‘나’는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지만, 그 이후 이야기는 독자 각자의 상상에 맡겨져 있다. 학생들은 이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뒷이야기를 이어쓰는 창작 활동을 진행했다. 이때 ‘자작자작’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활동을 했다. 실시간으로 친구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피드백 문화를 익히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글쓰기 태도도 함께 배웠다. “노든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처음 바다를 헤엄치며”와 같은 다양한 상상력이 녹아든 뒷이야기들은 발표 시간마다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공감의 언어로 표현하기: 주제 시 쓰기 깊이 읽기와 정보탐색, 창작 활동을 통해 느낀 감정을 더 압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시’였다. ‘긴긴밤’에서 떠오르는 장면이나 감정을 바탕으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시를 쓰는 활동을 했다. ‘밤하늘’,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등 주제어를 정하고,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시어를 고민했다. 처음에는 ‘시는 어렵다’라고 말하던 학생들도, 각자의 마음속에서 끌어올린 언어로 자기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은 자연을 주제로 시를 쓰기도 했고, 어떤 학생은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 관계를 투영해 시를 쓰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문학적 감수성과 정서 표현 능력을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다. 디지털 아트로 감정 그리기: 시화 제작 작성한 시는 글로 끝나지 않고,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시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태블릿으로 ‘스케치북’ 앱을 활용해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직접 그린 시화는 학생 각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시화들은 온라인 전시 공간에 게시해 친구들과 감상을 나누었다. 누군가의 시와 그림에 공감하거나, “내 마음도 저랬어”라고 말하며 감정을 공유했다. 글과 그림을 결합한 이 시화 활동은 단순한 작품 제작을 넘어서 감정 공유와 공동체적 소통으로까지 이어졌다. 책, 기술, 사람을 잇는 사서교사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읽기부터 탐색 그리고 창작까지 확장하여 진행한 이번 수업은 문해력, 정보활용능력, 디지털 창작력, 감정 표현력 등 다양한 교육적 목표를 통합적으로 실현한 수업이었다. 특히 수업 흐름에 따라 에듀테크를 적시에 활용하면서도 책과 사람 중심의 배움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서교사는 단순히 책 읽기를 안내하는 사람을 넘어, 책과 기술 그리고 아이들의 내면을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미래 교육은 단순한 콘텐츠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 책 한 권을 깊이 있게 탐색하며, 배움의 지평을 넓혀가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김채영 = 경북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과 교직과정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 연구로는 「사서교사의 사회정서학습 실천에 대한 인식조사(2024, 한국비블리아학회지)」가 있으며 「학교도서관에 ON 미디어 리터러시(2022)」, 「BOOK으로 북돋우는 배움 이야기(2023)」, 「책과 함께하는 수업(2024), 「수품책 수업 가이드(2025)」 등 독서교육을 위한 다수의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였다. 또한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모든 것」, 「학생 저자 출판지원 도서 저자와의 만남」, 「학교도서관 활용 독서동아리 운영 사례」 등 학교도서관 운영과 사서교사의 역할, 독서교육 및 글쓰기 교육과 관련한 주제로 연수와 강의를 진행해 왔다. 학교도서관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중심으로 운영 방안을 공유하고, 좋은 사례가 현장에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책이 아이들의 평생 친구가 되기를 바라고 학교도서관이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독서교육 및 문해력 교육과 글쓰기 교육 그리고 정보활용교육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수업 중 성관계 등을 언급해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고등학교 교사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선고공판은 8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A씨의 불법 행위는 학생들의 경찰 신고로 드러났다. 그는 수업시간에 “성관계 좋은 거다. 성관계 많이 해봐야 한다”, “몸매가 이쁘다”라는 성희롱성 발언에 더해 “너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도 해 정서적 학대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A씨 측이 이날 재학생 전수조사 결과 성희롱 피해 주장 학생은 10명에 불과한 점, 대부분은 단순 불쾌감을 느낀 수준이라는 점 등을 제시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수업 진도가 미진한 것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성적 또는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13일 열릴 예정이다. A씨는 현재 해임 처분을 받은 상태이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여고생을 모텔에 장시간 감금하고 불법촬영한 10대 남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12일 감금과 특수상해, 성폭력범죄처벌법상 불법촬영 등 혐의로 10대 남성 1명과 여성 2명 등 총 3명을 지난 11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여고생을 10시간 가량 모텔에 감금하고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촉법소년은 아니다. 경찰은 피해 여고생의 신고를 접수 받고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탈출하던 피해자를 발견해 구조했다. 정확한 범행 경위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외계인 여드름 짜기’ 문구에 대해 강원교육청과 관련 문구업계가 힘을 모아 대응에 나선다. <더에듀>는 지난달 19일 주사바늘을 활용한 외계인 여드름 짜기 문구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상황을 전하며, 의료기기법 위반 등에 대한 문제를 단독 보도했다.(관련기사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6385) 당시 강원교육청은 이 같은 위험에 학교에 공문을 발송하고 안전교육자료를 함께 내려보내는 한편,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리고 장난감 사용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지난달 30일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 관계 기관에 판매 제한 및 회수 조치 요청 공문도 발송했다. 강원교육청은 후속 조치로 11일 한국문구인연합회, 집현전문구센터,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도교육청학부모협의회, 강원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과 합동 협의회를 열고 실질적 대책 마련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금속 바늘 포함 해당 제품의 위해성 및 판매 실태 점검 ▲문구점·무인판매점 대상 계도 및 유통 제한 조치 방안 ▲유해물품 판단기준 및 유통 사전심의제 등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은 “학생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물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교육청의 책무”라며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안심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끝까지 책임감 있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외계인 여드름 짜기 장난감은 실제 금속 바늘이 포함된 주사기 형태의 구성품을 포함하고 있으며, 초등학교 인근 문구점이나 무인판매점 등 어린이의 접근이 쉬운 장소에서 판매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14세 이상 사용 가능을 표기하고 있어 어린이 제품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초등학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돼 학생 안전 위협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의 법적지위를 교육자료로 바꾸는 시도가 결실을 앞둔 가운데, 발행사들이 전면 재논의 요구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AIDT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이 법안은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AIDT 발행사 14곳과 교과서발전위원회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감을 표하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에 따르면 AIDT 개발에 국비 500억원과 인프라 포함 약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든은 “교과서 한 종당 최소 40억원이라고 하면 총 8000억원 가량 투자한 셈”이라며 “모든 발행사의 수년 치 이익을 더한 규모로 발행사의 일부 손실 문제가 아니라 산업 자체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발생사들이 현재 구조조정 등에 나서고 있는 사실도 알렸다. 이들은 “약 3만 6000명의 종사자와 그 가족 수십만명이 생계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일부 기업들을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에 처해 있다”며 “(구조조정 인력이0 최소 50~60% 이상, 어떤 곳은 100%가 될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IDT 교과서 지위 변경 시도 중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전면 재논의 ▲민관정 교육혁신 TF 구성을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천재교육과 YBM 등의 출판사는 현재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으로, 다른 발행사들도 소송에 동참할 가능성도 점화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 참여한 발행사는 ㈜교문사, ㈜교학사, ㈜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비상교육, ㈜씨마스, ㈜아이스크림미디어, ㈜엔이능률, ㈜와이비엠, ㈜지학사,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디딤돌교육이다.
더에듀 | ‘나이 들고 중년이 되면 성숙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50~60대가 되면 자녀 양육이 마무리되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안정감으로 어느 정도 삶에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전히 몸과 마음이 여유롭지 못한 채, 더 고집스러워지고 자신 안에만 갇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보이며 퇴보하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중년이 되면 성숙해진다는 것은 단순히 주변의 물리적인 환경 변화가 아닌, 마음의 성숙을 의미한다. 누구나 중년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굴곡을 겪게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쁜 일, 슬픈 일,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들 그리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일들까지 수없이 겪는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생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감정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 사고, 환경, 사람 등에 잘 대처해 긍정적인 감정으로 승화할 수 있다면, 성숙한 인생이라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중년은 오랜 삶의 경험 덕분에 부정적인 감정이 몰려 오는 것을 빨리 알아채는 감정센서가 발달해 있다. 반면, 미성숙한 중년은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고도 여전히 반복해서 실패하며 파멸을 키우는 행동을 지속한다. 문제를 처리하고 복구하며 개선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감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능력이다. 이 전환에는 ‘성숙’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으로 전환하려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고, 스스로를 믿으며,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말의 힘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말하고, ‘지금의 상황이 분명 뜻이 있는 좋은 길로 가는 과정이라 믿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훈련이 일상에서 체험된다면, 삶은 놀라울 정도로 행복해지고, 일에서도 결국 성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언행으로 표출한다면, 그 감정은 더욱 커져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어 내 삶과 인생을 파괴하게 된다. 그런 감정을 혼자 짊어지고 침묵하게 된다면, 씻을 수 없는 평생의 한과 상처, 고통이 되어 결국 자신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누구나 충분히 성숙한 중년으로서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
더에듀 |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초중등학교 행정실 법제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이후 교육청공무원단체와 교원단체의 찬반이 격화하고 있다. 서로의 입장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때, <더에듀>는 송미나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수석교사)가 바라보는 행정실 법제화의 법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피며, 독자들의 판단 근거를 넓히는 데 도움되고자 한다. 지난 1일 국회에서 발의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초·중등학교에 ‘행정실’을 법적으로 설치하고 학교 조직을 체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학교 행정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의도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성을 확보하고, 학교 현장의 혼선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정책은 명분도 좋지만,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초·중등학교는 헌법이 보장한 ‘의무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국가 공교육기관이며, 그 운영의 기본 원리는 ‘직무 중심’에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는 교원을 행정조직의 하위 구성원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하는 독립된 전문 주체’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학교 조직과 운영이 교원의 법적 직무인 학생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운영 원리는 학문과 연구 중심의 조직 체계를 갖춘 고등교육기관(대학)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초·중등교육 고유의 구조이며 철학이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적·철학적 차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고등교육기관의 ‘조직 중심’ 운영 체계를 초·중등교육에 그대로 이식하려는 시도이다. 이와 유사한 법안은 2012년 유은혜 의원의 최초 발의를 시작으로, 지난 13년 동안 무려 네 차례나 발의되었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조정안 마련을 시도한 바 있다. 같은 취지의 입법이 거듭 제안되었지만, 결과는 한결같았다. 단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반복되는 입법 시도 속에서,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빠졌기에, 이 법은 매번 실패하는가?’ 그 해답은 학교를 바라보는 초·중등교육법의 철학과 관점에 있다. 국회가 과거의 반복된 실패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었다면, 이번 법안의 이름은 ‘학교조직법’이 아니라 ‘학교직무법’이 되었을 것이다. 행정실 설치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교원의 법적 직무를 명확히 정립하고, 교육행정의 역할과 책임을 명료하게 분리하는 일이다. 이를 외면한 채, 또다시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복사·붙여넣기 식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현장 교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제는 학교를 구성하는 법적 틀부터 다시 들여다볼 때다.<계속> # 2편은 법리적 충돌을 주제로 이어집니다.
더에듀 | 18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교육감을 보좌하는 비서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반절 가량을 글쓰기란 업을 갖고 살아왔는데, 새 옷을 입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그러자 내 마음 한구석에 공허함 그 비슷한 마음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읽고 에세이를 써보기로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2월 호기롭게 시작한 이 다짐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내 안의 나와 만나는 일은 제 삶을 더욱 반짝이게 한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무작정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막상 성적을 보니 인 서울은커녕 이른바 이 사회에서 말하는 ‘명문대’에 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원래부터 연기가 하고 싶었던 사람처럼 살아보자’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내가 사는 청주에 연극영화학과가 있어 큰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 대입 실기를 위해 처음 공부했던 작품이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였다. 연기랍시고 여주인공인 니나의 독백을 끊임없이 외웠었던 기억이 난다. 극에 몰입해 인물 해석에서 나오는 대사를 내뱉는 게 아닌 대본에 있던 활자 자체를 외우는 데 급급했다. 내면보다는 ‘어떻게 비추어질까’를 더 신경 쓰던, 지금 생각하면 참 어설픈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연극영화학과에 들어가 연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는 내내 소극장 햇살 사이로 아른거리던 먼지와 공연이 끝난 후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느꼈던 허무함, 대학 시절 밤새 연습하는 동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밖으로만 맴돌았던 쓸쓸함 같은 게 생각났다. 마치 한 편의 연극 같은 소설이었다. 어쩌면 인생도 한 편의 연극일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시작과 끝이 있는 무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며 연극적 요소가 머릿속에 맴돈 건 욘 포세의 특이한 문체 때문이리라. 마침표 없이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을 읽으며 소설이라기보다는 연극 대본을 읽는 느낌과 유사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그의 흘러간 삶, 그리고 이제 막 다가오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에도 어김없이 피오르의 바람과 파도, 늙은 어부의 기침 소리 같은 것들이 있다. 어눌한 구어체와 비문, 마침표 없이 이어지는 문장의 사슬, 동일어의 반복, 대화와 대화 사이의 침묵을 따라가다 보면 읽는 사람은 어느 순간 문장과 하나가 되어 그것들이 지어내는 피오르의 리듬을 타게 된다. -박경희 옮긴이의 말 중에서-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날 아버지인 올라이의 시선에서 묘사되는 도입부를 처음 읽었을 땐 사실 동일어의 반복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말들로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 내가 잘 이해를 못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인내심을 갖고 계속 읽어 내려갔다. 책을 몇 번 덮었다 열었다를 반복하면서도 금세 그다음 내용이 궁금해져 손에 쥐게 하는 마성의 매력. 조금만 더 참아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사내아이라면, 요한네스라고 부를 겁니다, 올라이가 말한다 어디 보자고요, 산파 안나가 말한다 네 요한네스요, 올라이가 말한다 제 아버지처럼요, 그가 말한다 그래요 좋은 이름이네요, 늙은 안나가 말한다 그리고 다시 비명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더 크게 참아요 올라이, 늙은 안나가 말한다 조금만 더요, 그녀가 말한다 내 말, 듣고 있어요? 그녀가 말한다 소설 속에는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것도, 대단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어촌 마을의 평범한 노르웨이의 어부 요한네스가 태어나서 죽고 난 이후 유령이 되어 평소 만났던 친구와 이야기하고 죽은 아내와 만나고, 그의 일상들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 속에는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을 ‘아침 그리고 저녁’으로 중의적으로 표현한 작가의 의도처럼 인생의 덧없음,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한 것과의 이별, 그리움, 일상의 소중함이 깃들어 있다.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 길이면 독일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막연한 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하나님을 믿고 기도 하면서 경험한 신비한 경험들, 성경에 관해 대화를 했다. 주로 내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이모는 그에 대한 반응이나 의견 정도였다. 우회전이나 좌회전 없이 지하차도를 지나 쭈욱 직진으로만 가는 코스였기 때문에 하루 중 가장 부담 없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순간이었다. 양 길가 펼쳐진 메타세쿼이아의 풍경까지 더해져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시간들. 이제는 이모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이모와의 전화 대신 아침 기도나 유튜브 강연, 기분에 따라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출퇴근을 하는데 아주 가끔 지하차도를 지날 때면 묵직한 슬픔과 그리움이 턱밑까지 차올라 눈물이 막 쏟아진다. ‘그날 우리 집 현관에서 나눈 이모와의 인사가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더욱 꼭 껴안아 줄걸.’ 이런 생각부터 임종 직전 하얗게 질린 퉁퉁 부은 이모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모가 많이 생각났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죽음을 더 겪게 될 텐데 이 소설을 읽게 된 걸 참 다행이라 여겼다. ‘요한네스처럼 덤덤하게 자신이 살다 간 장소와 시간에 조금이라도 머무를 기회가 있다면 난 어떤 모습일까?’ 가끔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면 선하게 웃는듯한 이모의 희미한 잔상이 보인다. 다행이다. 좋은 곳에 가신 것 같아서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아요? 그곳은? 내가 묻는다 우린 잘 살고 있어. # 이 글은 브런치에 실린 것을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