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흔히들 말한다. 중년이 되면 얼굴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는 단순히 외모나 젊음을 유지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살아온 인생의 깊이와 태도가 얼굴에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중년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하나의 풍경이다. 요즘 세대가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바이브’이다. 단어는 영어에서 왔지만, 그 의미는 꽤 철학적이다. ‘바이브’란 단순한 분위기를 넘어서, 그 사람이 풍기는 전체적인 느낌, 말투, 태도 그리고 삶의 결이 녹아든 총체적 인상을 뜻한다. 중년 교사의 바이브란, 단지 교단에 서 있는 모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살아온 시간, 겪어온 경험, 품어온 가치관이 교실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다. 한 사람의 바이브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삶의 흔적’이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언행과 태도에 스며든다. 교사라는 직업은 특히 그러하다.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태도를 먼저 읽고, 지식보다 인격을 먼저 느낀다. 그래서 중년 교사의 바이브는 단순한 ‘경력’이 아니라, ‘품격’이다. 중년이 된다는 것은 단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함을 갖추는 것이다. 교사로서, 인간으로서, 타인을 대하는 존중과 배려를 몸에 익히고, 겸손과 여유를 삶의 기본 태도로 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중년의 바이브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마주할 때, 동료 교사들과 대화할 때, 학부모와 소통할 때 중년 교사의 바이브는 말없이 많은 것을 전한다. 그것은 지식의 깊이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며, 아이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다. 결국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사람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에듀 | 만약 당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을 때, 생명을 지켜줄 보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면 어떨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전문가인 보건교사가 교실수업에 나가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실이 비어가고 있다. 법의 왜곡된 해석과 행정 편의주의가 만든 ‘안전 공백’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더에듀>는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의 이야기를 통해 닫힌 보건실 문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고, 무너진 학교 안전 시스템의 근본 원인을 살펴본다. 더 이상 2023년 대전에서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간다. 우리 아이는 오늘, 학교에서 정말 안전할까. 보건교사의 이중고: 분신술이 필요해! 57학급, 1800명이 넘는 거대한 학교. 매일 100명이 넘는 학생이 오가는 보건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이다. 야전 병원처럼 항상 북적이는 보건실에 대한 대안으로 번호표 제공, 보건실 밖 대기를 제안하는 교사들이 있었지만, 이는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일반교사들은 알지 못한다. 아이들은 본인의 상태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에 보건실에 들어서는 아이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처치도 진행해야 한다. 이곳을 나 홀로 근무했던 보건교사 A는 학생 뇌출혈이나 안전에 관한 기사가 뉴스에 나올 때마다 체육 시간에 넘어진 한 학생의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겉보기엔 아무 이상 없어 보였지만, 신체 사정(査定) 중 농구 경기 중 슛을 쏘고 뒤로 넘어져 순간적으로 기억이 끊겼다는 학생의 말에 A 보건교사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학생에 대해 동공반사, 운동 기능, 감각 기능, 인지 기능, 두통이나 어지럼증 여부, 근력 저하, 이중 시야, 발음, 기억력 감퇴 등을 평가했지만 특별한 증상이나 외상이 없었다. 아이는 괜찮다고 다음 시간 수업 참여를 원하여 보건실에 잡아 두고만 있을 순 없었다. 다행히 매일 2시간씩 있는 보건수업을 막 마친 상태였기에 담임교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관찰을 부탁했다. 15분 후 걱정하던 전화가 걸려왔다. “똑똑한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해요.” 보건실에 재방문한 아이는 몇 가지 검사에서 이상반응이 확인됐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한 결과 미세한 뇌출혈이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다음시간에 보건수업이 있었다면 대기하는 십 수명의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쫒겨 충분한 사정과 인계가 부족했을 테고, 그 아이는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A 보건교사는 그날의 상황을 ‘모든 운을 다 쓴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보건교사에게 아이들이 자주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학교에서 가장 위급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체육시간 안와(眼窩)에 투포환 공을 맞은 아이? 학교시설물 추락으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 넘어져 복합골절이 있었던 아이? 유리문을 발로차서 다리에 다량 출혈이 있던 아이? 급식 먹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작한 아이? 수도 없이 많은 사례가 생각나지만, 정말 위험한 것은 위의 사례처럼 잠재된 문제이다. 피가 흐르고 부어오르는 외상은 발견도 쉽고 응급처치나 병원까지의 후송도 비교적 순조롭다. 그러나 A교사의 경험처럼 전문성과 세심한 관찰을 요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연속성 있고 세심하게 파악하고 관찰할 충분한 시간. 이것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이다. 보건교사는 단순히 아픈 학생을 돌보는 역할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이를 교실 수업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딜레마’로 작용한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보건교사 B의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수업 중이던 교실에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이가 발작을 시작했다는 다급한 연락이었죠.”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과 보건수업을 진행 중이던 B보건교사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특수보조 인력도 없이 진행되던 보건수업이었고, 학생 중 절반이 한시라도 눈을 떼기 어려운 행동특성을 지녔기에 남겨진 아이들의 안전문제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사실 이 시간은 이름만 수업일 뿐 교과교사의 시수를 경감해주기 위한 ‘돌봄’ 그 자체였다. 가까스로 다른 교사들에게 수업중인 반 학생 관리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 뒤 응급 상황이 발생한 교실로 향했다. 전신경련 중인 학생의 상황을 컨트롤하고 경련 시간을 체크하던 중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또 다른 뇌전증 학생이 발작을 시작했다는 연락이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한 명뿐인 나는 동시에 두 곳에 아니 세 곳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B씨는 한 명의 응급 상황을 처치하면서도, 전화 너머의 또 다른 위급 상황에 대한 조언을 동시에 해야 했다. 이처럼 한정된 인력으로 비슷하게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보건교사들에게 일상적인 고통이다. 고독한 판단, 그리고 시스템의 부재 보건교사들의 이러한 고충은 단순히 개인적인 어려움이 아니다. 이는 ‘책임의 분산이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이라는 시스템적 문제에 기인한다. 응급상황은 예고되지 않는다. 그러나 혹자들은 보건교사의 수업 진행 중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수업을 중단하고 달려가면 된다고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하는 보건교사는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올려놓고 수업하고 있다. 그러나 교실에 남겨진 학생들과 대비 없이 달려간 응급 상황을 판단하고 처치하는 것은 안전에 구멍을 만들어 낸다. 또한 다발적 응급 상황 발생 시 ‘누구를 먼저,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처치할지 홀로 판단해야 한다. 한정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내려지는 그 판단의 무게는 오롯이 보건교사 한 명의 몫이다. B 보건교사는 이 사건 이후 ‘학교보건법 제15 조의2(질병이나 장애로 인하여 특별히 관리ㆍ보호가 필요한 학생을 위하여 '보조 인력'을 둘 수 있다)’에 명시된 보조 인력의 필요성을 교육청에 제기했지만, 특수학교 보건실의 특수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더 큰 학교도 못주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B 보건교사가 직접 마련한 해결책은 보건교사의 ‘수업제외 요청’과 ‘응급 벨’ 시스템이었다. 보건교사가 도움이 필요한 응급 상황에 놓일 경우, 벨을 눌러 교무실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우리 시스템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죠”라고 B 보건교사는 씁쓸하게 말했다. 교실과 보건실, 두 개의 전장을 오가며 매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보건교사들. 이들의 증언은 단지 개인의 경험담을 넘어,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교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보건교사들이 더 이상 고독한 전투를 벌이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인력 충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시급하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가 업무 과중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충남교육청과 교원노조가 함께 추모공간을 마련해 운영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충남교사노조, 충남교육청은 아산교육지원청 3층 대강당에 추모공간을 마련해 오는 17일까지 운영한다. 전국 교사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추모공간도 패들렛에 개설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애도의 뜻과 함께 “교육현장이 다시는 슬픔의 공간이 되지 않아야 하며 교사를 지키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지키는 일이 곧 학생을 지키는 일이자 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라며 “전국 교사와 시민들에게 고인을 추모하고 교사 보호를 위한 사회적 연대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교사노조와 충남교사노조는 고인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교사 순직 인정 절차의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 ▲교사 정신건강 및 업무과중 실태 전수조사와 개선 계획 수립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행정경감 대책 마련 ▲교사 보호와 교권 회복을 위한 법·제도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고인은 지난 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부터 방송 관련 업무를 맡아 스트레스를 호소던 상태에서, 올 6월 교권침해 학급 임시담임, 8월 정보 부장 대리 등을 추가로 맡아 업무 과중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고인은 오는 16일 신경정신과 진료를 앞둔 상태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지난 2년간 학교급식실 노동자 중 70여명이 폐암 확진 받았으며 산업재해 사망자 역시 15명에 이르렀다. 지역별 근무 환경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충북 지역 학교에서 20년 넘게 조리사로 근무하던 A씨가 폐암(선암)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 중 급격한 상태 악화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2023년 이후 학교급식실 노동자 중 폐암 확진자는 70여명이고 산업재해 사망자는 15명이다. 지난 8월 기준 산업재해 인정된 학교급식 종사자는 178명에 이른다. 이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본 결과, 전국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은 41%로 절반에 못 미쳤다. 특히 서울은 12%에 그쳤으나 제주는 81%를 기록하는 등 지역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50%에 미치지 못한 지역은 인천(33%), 광주(40%), 대전(42%), 울산(38%), 세종(39%), 경기(33%), 전북(48%), 전남(37%), 경북(24%) 등 9개 지역에 달했다.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채용이 어려워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의 업무가 과중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강 의원실이 공개한 올해 전국 기준 평균 결원율은 3.2%였다. 그러나 서울 (10.06%)과 제주(10.51%) 등은 10%를 넘긴 반면, 부산과 대구는 0%를 기록해 지역 간 편차가 심각하다. 결국 ‘조리실무사 전국 평균 근속연수’는 ▲2023년 8.44년 ▲2024년 8.08년 ▲2025년 7.80으로 매년 줄어드는 현상을 맞게 됐다. 강경숙 의원은 “학교급식실에서 반복되는 폐암과 산재 사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면 안 된다”며 “교육부·환경부·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협력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1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 ‘폐암 사망 학교급식 노동자 추모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석 연휴 동안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까지 농성을 지속할 예정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인공지능(AI)이 전세계적 화두가 있는 시점에, 학교 협의회에서 AI 아바타를 전문 컨설턴트로 활용한 사례가 전국 최초로 나오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구 지묘초등학교는 화상회의 방식의 수업 협의회를 진행하며 AI 아바타 컨설턴트 ‘민서진(Ms. Min)’을 참여시켰다. 민서진은 협의회에서 교사들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핵심을 요약하고, 논의 흐름에 맞춰 적절한 의견과 자료를 제시하는 등 전문 컨설턴트 역할을 했다. 이날 협의회는 오는 15일 수업 공개를 앞둔 6학년의 사회·국어·실과 융합 프로젝트 지도안을 완성하기 위한 자리였다. AI 컨설턴트 민서진의 참여는 황소라 수석교사와 박주영 연구부장(6학년)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성사됐다. 이들은 1차 동학년 회의를 거친 지도안을 바탕으로 2차 심회 협의회에 AI 민서진을 참여시켰으며, 사회과 연구교사와의 3차 대면 컨설팅으로 이어졌다. AI 민서진은 협의회 중 “학생들의 고차원적 사고를 유도할 탐구 질문을 제안해 달라”는 요청에, 실제 교육과정과 연계된 활동 예시와 개념적 사고 전략을 제공했다. 이는 AI가 단순 정보 제공자를 넘어 교육적 맥락까지 이해하는 동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할 수 있다. 박주영 연구부장은 “AI에게 직접 질문하며 즉각적인 도움을 받는 경험이 놀라웠다”며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곁에서 든든하게 함께 고민해 주는 동료에게 큰 지지를 받는 것 같아 오히려 더 기뻤다” 밝혔다. 회의 영상을 본 다른 동료 교사 역시 “AI가 대화의 흐름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의미 있는 개입을 하는 것을 보고 진짜 ‘함께 일하는 동료’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영란 교장은 “AI가 인간 협력자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사례”라고 평했다. 지묘초에서 AI 민서진이 참여하는 수업 컨설팅이라는 혁신적인 방식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황소라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한 교사들의 열정과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학교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영란 교장은 늦게까지 연구하는 교사들에게 석식과 초과근무비를 아낌없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직접 기른 건강한 먹거리 간식을 교사들 책상에 몰래 놓아두는 등 세심한 배려로 학교를 이끌어 왔다. 이날 협의회에서도 교사들의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며 모든 지원도 약속했다. 지묘초는 교장의 든든한 지원과 교사들의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향후 교사 연수나 수업 설계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 AI 동료와의 협력 모델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최영란 교장은 “수업 협의회는 작은 회의 하나이지만, 미래 교육을 향한 큰 울림을 만들어 냈다”며 “AI가 교육 현자에서 도구를 넘어 사람과 협력하는 존재로 전환되는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본다. 지묘초가 교실 혁신을 어떻게 일구는지 앞으로도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요청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한국 중학교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 영역의 모든 분야에서 OECD 국가들 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수업 실천 분야에서는 학생의 성취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진 인지 활성화 전략과 적응력 수업 전략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AI) 활용 수업은 OECD 평균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AI 활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나, 우려의 시선 역시 높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비교 조사 2024’(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2024)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전문성 개발 측면에서 한국 교사들은 강좌/세미나/워크숍 참여가 88.7%로 OECD 평균 84.5%보다 높았다. 참관 수업에 대한 성찰 역시 74.0%로 OECD 평균 48.6%보다 높았으며, 학교의 공식적인 계획에 따른 코칭도 63.2%로 OECD 평균 27.7%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문성 학습을 위해 구성된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교사 네트워크 참여에서도 78.8%를 기록, OECD 평균 50.9%보다 크게 높았다. 즉, 한국 교사들은 전문성 개발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성 개발 주제로는 담당 교과의 교수법이 81.3%로 OECD 평균 67.2%보다 높았고, 학급에서의 학생 행동 관리 역시 68.7%로 OECD 평균 51.1%보다 높았다. 교사와 학부모 간 협력에서도 한국 교사들은 55.0%를 기록해 OECD 평균 42.5%보다 높았으며, 디지털 도구와 자료를 활용한 교수법 역시 81.3%로 OECD 평균 66.5%보다 높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수학습은 61.9%로 OECD 평균 37.7%에 크게 앞서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래서인지 한국 교사의 42.7%는 AI를 수업에 활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는 OECD 평균 36.3%보다 높은 비율이다. 다만, 한국 교사들은 AI 활용 이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 또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표절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거나 편견을 확대해 개념을 오인하도록 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했다. 학생의 성취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교수 학습법으로 알려진 인지 활성화 전략 분야에서는 OECD 평균보다 대체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한국 교사들은 해답 없는 과제 제시하는 비율이 28.3%로 OECD 평균 37.1%보다 낮았으며,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과제를 제공하는 비율도 40.4%로 OECD 평균 61.2%보다 낮았다. 또 해결 방안을 함께 찾는 소그룹 활동을 제시하는 비율 역시 47.1%로 OECD 평균 51.2%보다 낮았다. 적응적 수업 전략 역시 OECD 평균보다 대체적으로 낮게 나타났으며, 일부 항목은 조사 참여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한국 교사들은 수업 계획 시 학생들의 사전 지식과 요구 고려하는 비율이 70.2%로 OECD 평균 89.9%보다 낮으며, 학생 요구에 따라 학습 자료 제공하는 비율도 38.6%로 OECD 평균 64%보다 낮았다. 또 설명 방식을 변경하는 비율도 73.3%로 OECD 평균 90.2%보다 낮았으며, 학생 요구에 따른 수업 방식 변경도 45.7%로 OECD 평균 88%보다 낮았다. 특히 5개 항목 중 3개 항목에서 한국 교사들의 비율이 전체 조사 참여국 중에서 가장 낮게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생의 요구와 이해 정도 등에 따라 수업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적응적 전략을 활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OECD 국가들보다 피드백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교실 수업 참관을 통한 피드백이 92%로 OECD 평균 80.7%보다 높았으며, 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한 피드백도 75.9%로 OECD 평균 49.8%보다 높았다. 또 교과 지식에 대한 평가를 활용한 피드백도 71%로 OECD 평균 56.0%보다 높았다. 특히 동료 교사로부터 받은 피드백 효과를 긍정적으로 인식한 교사의 비율은 담당교과에 관한 지식 이해가 86.7%로 OECD 평균 65.2%보다 높았고, 교수법 역량도 91.8%로 OECD 평균 71.2%보다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업 내용 명료화 전략으로 한국 교사들은 최근 배운 내용 요약 제시 80.5%(OECD 79.7%), 수업 시작 시 학습목표 설정 80.7%(OECD 82.9%), 배워야 할 사항 설명 94.5%(OECD 90.5%) 등을 활용하는 비율이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한편, TALIS는 OCDE 주관 유초중등 교원 대상 실시 대규모 국제조사로 교사의 수업실천, 근무여건, 학습환경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 각국의 교직환경을 비교분석하고 효과적인 교원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2008년부터 5~6년 주기로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 조사는 54개국(OECD 회원국 32개국, 비회원국 22개국) 중학교 교사 12만명, 교장 1만 1000명이 참여했다. 한국은 중학교 교사 3477명, 교장 173명이 참여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TALIS 2024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오는 12월 연구보고서 발간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OECD에서 발간한 분석 결과 보고서(OECD (2025). Results from TALIS 2024: The State of Teaching, TALIS, OECD Publishing)와 한국 분석 결과 요약본(OECD(2025). TALIS 2024 Results: Country Note: Korea, OECD Publishing)은 OECD 누리집(oecd.org/education/talis)을 통해 내려 받을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오는 21일(화) 오후 2시부터 한국교원교육학회, 한국비교교육학회와 공동으로 KEDI 교육정책포럼을 통해 주요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KEDI 교육정책포럼은 온라인(유튜브 KEDI TV)으로 진행된다.<계속>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저는 갈원중 교감인 채귀연입니다. 오늘 면접은 다섯 가지 질문에 한 명씩 차례를 돌아가며 모두 각 3분씩 답을 할 겁니다. 한 질문에 답을 다 하고 나면 약간의 토의 시간을 제공할 거에요.” “저는 박미선입니다. 구릉초 교장이랑 교육국장을 하고 지금은 퇴직했어요. 그러면 일단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겸, 교실 현장을 표현한 한 단어를 골라서 포스트잇에 쓰시고, 돌아가면서 고른 단어와 이유를 나눠봅시다.” “저는 ‘안전’을 골랐습니다.” 이번 주중에 있었던 회암교육청 면접의 시작 장면이다. 이번 주는 아직 환절기 전이고 학기 초라 아직 일하러 오라는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지만, 주초에는 받았어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정규 보결 교사 채용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보결 수업 이야기 대신 채용과 면접 과정에 대한 일기를 써볼까 한다. 보통 정규 보결 교사 공채는 봄에 많이 이뤄지는데, 올해 회암교육청은 봄에 중등 보결 공채가 없었다. 대신 프랑스어와 기술 실기 교사만 선발했다. 이곳 회암교육청에서 가장 수급이 어려운 교과들이다. 정규 교사 채용은 내부 채용 중심 회암교육청뿐만 아니라 온타리오주에서 제일 수급이 어려운 과목은 프랑스어다. 캐나다가 이중언어 국가라고 해도 온타리오주에서는 오타와를 포함해 퀘벡주와 맞닿은 동부 경계 지역 외에는 영어권에서 영어만 쓰면서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이라 조금은 읽고 알아도 수업을 이끌 만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흔치 않고 이중언어가 유창하게 되는 사람은 다른 직업 선택의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학교급에 따라 다소 갈리는데, 중등에서는 대체로 실기 교사 채용이 어렵다. 해당 업종에서 3년간 관련 자격을 소지하고 일한 경력도 있고, 교사 교육도 온전히 받아야 실기 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년간 자동차 정비사로 일한 다음에 교대를 2년 다녀야 자동차 정비 실기 교사가 될 수 있는 경로라 선택하기 쉬운 진로는 아니다. 해외에는 보통의 영어권 국가처럼 수학과 물리가 부족한 것처럼 알려져 있기도 한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실기 교사 채용은 앞서 말한 경로 때문에 국제 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그다음으로 대도시권에서 수요가 높고 국제 교사 공급도 유인도 많은 수학과 물리로 홍보하기 때문이다. 초등에서는 타 교과는 전공별로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전담으로 운영하는 프랑스어와 음악 교사만 구인이 더 어렵다. 내가 이렇게 수급이 안 되는 과목을 꼽은 이유는 이 과목들을 제외하고는 수업 환경이 악명 높은 일부 대도시 교육청과 명절 때가 아니면 나올 수도 없는 벽지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육청에서 공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 교사로 일하려면 먼저 정규 보결 교사 명단에 올라간 뒤에 내부 채용 공고를 보고 그 자리에 응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5년 전만 해도 보결 교사 연공서열에 따른 우대 제도가 있었다. 근속 기간 5년이 넘는 보결 교사에게 정규 채용 우선권을 주는 제도였다. 지금은 이 제도가 폐지됐지만, 결국 경력 교사에게 정규 채용 기회를 얼마나 주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간제 교사에게 임용 가점을 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우리나라와 큰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정규 교사로 일하기 위해서, 앞서 말한 특정 교과나 특정 교육청이 아니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단계가 정규 보결 교사가 되는 일이다. 그런데 올해 회암교육청은 중등 채용이 특정 교과만 이뤄지고 보결 공채가 없었다. 중등이지만 초등인 중학교 다행히 그럼에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갈수록 아이들 다루는 게 어려워지는 초등에는 원하는 만큼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춘기 공채를 했는데도 9월에 추가 채용 공고가 있었다. 이 또한 이곳의 문화인데, 학기가 시작하고 2주간 정도까지는 인사이동이 이뤄진다. 모든 과정이 느려 학생들이 전학 절차가 늦어지지만, 그에 비해 학급 규모 조정은 느슨하지 않다. 때문에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학급 조정이 이뤄지고 그에 따른 인력 수요가 확정되고 추가 채용과 인사 이동이 이뤄진다. 이번에도 중등 채용은 없었지만, 지원하기로 했다. 초등 자격이 없는데도 가능한 이유는 중학교에 해당하는 이곳의 7~8학년의 특성 때문이다. 7~8학년은 교육과정상 우리나라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전기 중등교육으로 분류된다. 사실 10학년까지가 전기 중등교육이고, 11~12학년만 후기 중등교육이다. 그런데 학교 행정 체계상으로는 초등으로 분류된다. 보결 교사도 초등 인사와 급여 담당이 관리하고, 급여도 초등 기준으로 지급된다. 그래서 초등이지만, 7~8학년은 중학교 교사 자격으로 가르칠 수 있어 지원했다. 행정상 초등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온타리오주에서는 초등학교에 8학년까지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떄문이다. 별도로 7~8학년만 있는 학교도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수업 시간의 길이도 초등에 가깝고, 일부 교과는 교과 교사와 교환 수업을 하지만, 담임 교사와 담임 교실이 있는 초등에 가까운 형태가 대부분이다. 건물은 고교와 같은 건물에 있고 교장은 겸임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학교 이름과 교직원, 시간표, 행정실, 교무실 다 별도로 가진 병설 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대도시보다 소도시 교육청이 인기 있는 이유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면접장에 갔더니 추가 채용인데도 서른 명이 와 있었다. 아무래도 회암교육청의 특성 때문이리라.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 많은 교사 집단에게 조용하고 안전한 소도시지만, 동남 온타리오주 거점 도시이자 과거 수도였던 도시라 모든 인프라가 다 있는 군포시만 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도시 교육청은 이민자와 뜨내기 학생이 많은 데다, 가정 환경이 열악한 지역도 많다. 고교생쯤 되면 범죄 조직에 가입한 아이들까지 있고, 주거비도 비싸고, 시끄럽고 복잡하다. 벽지는 생활환경이 열악해 회암교육청은 선호할 만한 곳이다. 게다가 관할 지역이 넓어 시골에서 살고 싶으면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천 섬의 시골에서, 맛있는 먹거리와 인프라가 많은 도시에서 살고 싶으면 편리한 도시에서 살면서 근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매번 보결 교사 채용 때마다 대부분 타 지역 경력 교사가 몰린다. 이번에도 같은 조에서 갓 졸업한 신규 교사는 한 명도 없고, 경력 20년차, 14년차 교사들이 대도시에서 왔다. 그 외에 군포시에 거주하는 비교적 초년생인 사람들도 그래도 다들 2~3년 정도 경력을 가진 교사들이었다. 전문직 집단의 동료 압력이 기능하는 사회 면접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전체적인 채용 과정을 설명하자면, 서류, 면접 그리고 추천인 검증의 세 단계를 거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기 시험이나 수업 시연은 없다. 서류 전형은 두 장 안에 쓰는 이력서와 한 장의 자기소개서가 핵심이다. 특히 자기소개서에는 구구절절 성장 과정이나 성격의 장단점 같은 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오직 교사로서 자신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 철학을 교실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한 문단 정도 그 외 교직에 도움이 되는 전문성이 뭐가 있는지만 쓴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점은 회암교육청의 경우, 자기소개서 대신 자기소개 영상을 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3분 분량의 짧은 영상을 같은 내용으로 올리는 것이다. 그 외 졸업장이나 자격증 등 기본 서류는 요구하지만, 이력서에 쓰는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는 요구하지 않는다. 인적 신뢰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서류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 발각될 경우 해당 직종에서는 영구히 발조차 못 붙이게 되는 대가가 있기 때문에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하는 것이다. 회암교육청에서 면접은 조별 집단 면접과 짧은 개별 면접으로 진행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바로 면접 자격이 주어진다. 면접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질문을 주고 15분간 준비할 시간을 줬다. 이 자리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는 질문 하나와 상황별 경험에 관한 질문 네 가지가 나왔다. 아무래도 질문 내용이 구체적인 경험을 답하는 것이어서 따로 준비 시간을 준 것이다. 어차피 말을 잘하는 게 관건이 아니라 각자의 고유한 경험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물론 의사소통 능력은 면접 과정에서 본다.) 면접관은 전직 교장선생님 한 분과 현직 교감선생님이 맡았다. 조별로 치러진 집단 면접은 짧은 아이스브레이킹 질문 후에 같은 조의 응시자가 돌아가면서 질문에 응답한 뒤 추가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별 면접은 앞선 집단 면접에 대한 성찰로 이뤄졌다. 집단 면접을 하는 이유는 동료 교사와의 상호작용과 협력하는 태도를 보기 위해서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정성을 위해 족보를 공유하지 않기로 약속해 밝힐 수가 없지만, 성찰도 그래서 다른 교사들의 답변에 관한 내용 중심으로 이뤄졌다. 면접 이후에는 경력에 대한 추천인 검증 과정이 이어진다. 교육청에서 추천인에게 연락해 지원자의 태도, 인성, 전문성에 관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절차이다. 인적 신뢰 없는 인적 보증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 것이 부정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인적 보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일반 추천인을 받지 않고 반드시 관리·감독을 했던 사람이나 현직 경력이 전혀 없으면 실습 지도교사 등 경력 추천인으로 받는다. 추천인도 자기 제자나 직원이었다고 아무나 추천인이 돼주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 달 근무했던 군포초 전 교장선생님의 경우, 교사로서 전문성과 근무 태도는 봤으니 흔쾌히 추천인을 해줬지만, 담임 교사 자리는 추천인을 해줄 자신이 없다고 했다. 직접 물은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럴 때는 수업 계획과 학급 운영을 충분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옥토중 교감도 추천인을 부탁하자, 수업하는 걸 많이 못 봐서 못 하겠다면서 원하면 일주일 정도 참관을 하고 나서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어디에서 행동을 잘못하면 해당 직역에서 계속 일하기 어렵다. 어딜 가든 반드시 추천인 검증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단순히 인적 신뢰가 높을 뿐 아니라 그만큼 동료 집단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얘기이다. 이런 직역 내 동료 집단 압력을 보여주는 모습이 또 있는데, 온타리오주 교사협회 정기회보에 교사 징계 사항이 모두 실린다는 점이다. 징계를 받으면 교직 사회에 모두 알려진다는 얘기이다.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전문직으로서 개인 경험과 교직 사회의 인적 보증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그만큼 객관적 지식을 묻는 시험은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리라. 수업 시연 역시 추천인 검증에서 시연용 수업이 아닌 실제 수업을 본 사람들에게 확인하니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단 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객관적 시험도 압박이 큰 방식이지만, 평소에 행동을 잘못하면 한 번 잘한 시험 준비로 뒤집을 수 없는 제도가 어쩌면 더 엄정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이런 방식은 인적 신뢰가 사회의 바탕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는 걸 기억하면 우리 사회에는 객관적인 공정함을 우선시하는 방식이 더 적합하겠다 싶기도 하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2020년 이후 국립대 교직원 음주운전 징계가 167건으로 기록됐다. 대학들은 유사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로 적발됐음에도 다른 처분을 내리기도 해 일관된 기준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이 전국 38개 국립대학교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5.8)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은 국립대 교수와 직원 건수는 총 167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40건 ▲2021년 27건 ▲2022년 31건 ▲2023년 36건 ▲2024년 33건을 기록했다. 대학별로는 전북대가 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대 15건 ▲전남대 14건 ▲강원대 12건 ▲경상국립대 12건 순이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비슷한 수치의 혈중알코올농도로 적발된 교직원들에게 다른 처분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는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와 반복 횟수에 따라 징계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 징계는 각 대학의 징계위원회가 판단하도록 되어 있어 다른 처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의 경우 2021년 혈중알코올농도 0.104%였던 교수에게 ‘정직 1월’ 처분을 내린 반면, 2024년 0.103%로 적발된 교수에게 ‘감봉 3월’ 처분을 내렸다. 교직원의 직급별 처분 차이도 사례도 나왔다. 강원대의 경우 2024년 12월 혈중알코올농도 0.096%였던 ‘직원’에게 ‘정직 2월’ 처분을 내린 반면, 같은 달 0.127%의 더 높은 농도로 적발된 ‘교수’에겐 ‘정직 1월’ 처분을 내렸다. 반복적인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 역시 대학별로 달랐다. 한국교원대는 음주운전 2회 적발된 교수에게 ‘해임’ 처분을 내린 반면, 진주교대는 동일하게 2회 적발된 교수에게 ‘정직 3월’ 처분만 내렸다. 강경숙 의원은 “음주운전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최소한의 표준화된 징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국립대가 일관된 기준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맞추고 교직원 전체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은 단일한 쟁점으로 수렴되지 않으며, 시대적 상황과 교사의 지위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구성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향후 정책 설계에 다층적 접근 필요성을 시사한다. 하은호, 조용필, 서재영(이상 한남대)은 199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1월 5일까지 보도된 관련 기사 1621건을 텍스트 마이닝과 토픽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한 연구 ‘토픽모델링을 활용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관련 언론보도 분석’ 결과를 교육정치학연구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담론의 핵심 키워드와 쟁점은 시기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시대별 핵심 키워드 변화...‘개선’에서 ‘선거’까지 키워드 빈도분석 결과, ‘교사’, ‘교육’, ‘국가’ 등은 시기와 무관한 공통 핵심 키워드로 나타났다. 반면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상이했다. 1990년대에는 ‘개선’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했으며, 이는 ‘제도’, ‘여건’ 등의 단어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2000년대에는 ‘촛불집회’가 핵심 키워드였고 ‘참가자’, ‘참여’ 등과 함께 자주 언급됐다. 2010년대엔 ‘역사교과서’로, ‘국정’, ‘한국사’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마지막으로 2020년대에는 ‘선거’로, ‘교육감’, ‘정치’ 등의 키워드와 높은 연결성을 나타냈다. 한편, ‘전교조’ 키워드는 1990년대 이후 언급 빈도가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언론보도에 드러난 4가지 잠재 토픽 연구팀은 주제모형화분석(LDA)을 통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제도적·구조적 논의 ▲교육자로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시민으로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공무원으로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등 4개의 잠재적 토픽을 도출했다. 이는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담론이 교사의 다중적 지위와 관련돼 복합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토픽들의 연도별 출현 확률은 특정 사회·정치적 사건과 맞물려 변화했다. ‘시민으로서의 기본권’(토픽 3)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선언이 있었던 2008년에만 집중적으로 출현했다. ‘교육자로서의 기본권’(토픽 2)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특정 고등학교의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에 출현 확률이 높았다. 반면 ‘공무원으로서의 기본권’(토픽 4)은 전반적으로 우하향 추세를 보였으나, 교원단체의 활동이나 교사 징계 등이 쟁점이 된 시기에 확률이 증가했다. 교사 = 교육자·시민·공무원 지위...“다층적 접근 필요” 연구팀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특정 사회・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도 함께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특히 “토픽2~토픽4는 교사가 지닌 교육자와 시민, 공무원의 다중지위와 관련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은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성 등 복합적 요인이 쟁점이 될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 설계에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권리 확대를 넘어 교육 현장의 공공성과 민주성 회복이라는 목표와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사의 표현의 자유 간의 균형 ▲공무원 전체의 정치활동 기준과의 연계성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에듀 |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국제교사교직원조사(TALIS) 예비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 중 25.9%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OECD 평균(13.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교육계는 이 통계를 놓고 충격을 넘어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대다수 교사는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도 답했다. 아이들과의 관계, 수업을 통한 보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등은 여전히 교사들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후회’와 ‘자긍심’은 극단의 대립이 아니라, 오늘날 교사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교직은 지금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이 균형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교사의 후회,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교사 된 것에 대한 후회’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학부모 민원, 생활지도 무력화, 과중한 행정업무, 낮은 사회적 존중 등 교직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고, 교권 회복에 대한 범국가적 요구를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이어지며, 많은 교사가 “교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자 애도의 물결을 타고 순직 처리 요청으로 대응되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과도한 행정 업무, 평가, 민원 대응에 쫓기며, 정작 학생에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교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일상이 생존의 싸움”이라는 현장 교사의 목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직은 누군가에겐 ‘소명’이다 반면, 여전히 많은 교사는 교단에서 보람을 느끼며 자긍심을 잃지 않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들여 독서 공간을 만들고, 방과 후에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교사가 언론에 소개돼 큰 감동을 주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사의 자긍심은 제도나 처우가 아닌 ‘학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 두 가지 현실은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교직의 복합적 구조를 보여준다. ‘후회하는 교사’와 ‘자긍심을 지닌 교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교사 안에 공존하는 두 감정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향후 대책,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이제는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자”는 감성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혁과 학교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여기에 그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의 업무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행정업무 경감, 보조 인력 확충, 학교 밖 민원에 대한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교사 보호 전담기구 운영, 학교 내 갈등 조정 시스템, 악성 민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법적 조치 등이 필요하다. 셋째, 교사들의 정서적 회복과 전문성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정기적인 상담, 치유 프로그램, 자율 연수 기회 확대를 통해 교사들이 스스로를 돌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이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진다. 넷째, 모든 정책은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 교사 처우 개선도, 업무 경감도 결국은 ‘학생의 배움’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교육 회복이 본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르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게 ‘후회’와 ‘자긍심’ 사이에서 전국의 교사는 오늘도 교단에 선다. 누군가는 지쳐 있고, 또 누군가는 불씨를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느 쪽을 비난하거나 감싸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두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교사들이 다시 “가르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교실에서 자라는 아이들 또한 행복할 수 있다. 그 시작은, 교육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일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이 후회보다는 기쁨과 행복이 더 많아지는 교직이 되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