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서울은 스스로를 세계도시라 부른다. 그러나 서울의 교실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금세 알 수 있다.
아이들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지만 외국인을 만나면 입이 굳는다. 문장은 아는데 말은 나오지 않는다. 시험에는 강한데, 세상에는 약한 영어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다. 잘못된 교육의 방향이다. 대한민국의 영어 교육은 오랫동안 ‘평가를 위한 언어’였다. 읽고, 외우고, 찍는 데 최적화된 구조였다. 그 결과, 사교육은 팽창했고 공교육은 책임을 내려놓았다. 언어는 점수가 되었고, 점수는 다시 계층의 벽이 되었다.
세계는 이미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시험 과목이 아니라 ‘일하는 언어’로 만들었다. 모든 공공 영역과 교육의 기본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고, 동시에 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정체성 언어를 병행했다.
중요한 점은 언어를 문화가 아니라 국가 인재 전략으로 다뤘다는 데 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금융·물류·콘텐츠·첨단산업의 아시아 허브가 됐다. 인재가 모였고, 기업이 들어왔다. 언어 정책이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된 셈이다.
서울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 인프라를 갖췄지만, 교육은 여전히 국내 시험장에 갇혀 있다. 외국어는 교과서 안에 있고, 진로와 산업, 도시의 미래와는 분리돼 있다. 서울의 영어 교육이 서울의 관광 경쟁력, 콘텐츠 산업, 글로벌 창업과 연결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분명하다. 시험 영어를 직무 영어로 전환해야 한다.
문법 문제를 푸는 영어가 아니라, 회의하고 설득하고 문서를 쓰는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이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하며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해야 한다. 언어를 ‘능력’으로 평가해야지, ‘암기량’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아이에게 다국어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대신 중국어·일본어·스페인어·아랍어·베트남어 등 전략 언어를 선택한 아이는 제대로 키워야 한다. 외국어가 또 하나의 입시 과목이 아니라, 진로의 무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공정성이다. 언어 교육이 계층의 벽이 되면, 그 정책은 실패다. 공교육이 책임지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상 튜터링과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교육을 대체하지 못하는 언어 정책은 결국 불평등만 키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서울의 교육은 곧 국가의 미래다. 서울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일할 수 없다면, 서울이 세계도시라 불릴 자격도 없다.
영어 점수 하나 더 올리는 교육으로는 미래가 오지 않는다. 언어를 통해 아이들의 무대를 넓히는 교육만이 서울의 경쟁력을 만든다. 시험 영어의 나라에서 일하는 영어의 도시로. 이제는 결단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