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ㅣ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

문재인 정부 당시 교육부는 2023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수학, 과학, 사회 교과서를 국정에서 검정교과서로 전환한다고 행정 예고했다.
‘국가가 주는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를 놓고 여러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었다.
교과서 발행 체계의 다양화·자율화라는 그럴듯한 당의성을 입혀 발표했지만, 필자는 사회과 교과서에 대한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이유는, 현대사는 초등학생의 ‘초두효과(정보를 기억하거나 판단할 때, 처음에 제시된 정보가 뒤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로 인해 처음 접하는 현대사의 객관성·공정성·중립성 때문이었다.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현대사는 대학이나 학회에서 학술적으로 논할 사항이지 초등학교 교과서에 기술되면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이념이나 정부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의 해석은 첫째,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국가, 지역, 계층, 그리고 문화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각자의 시각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긍정형 서술, 부정형 서술)
둘째, 정보의 부족과 선별로 최근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역사 자료는 편향될 수 있으며, 특정 시대나 사건에 대한 기록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어, 이로 인해 왜곡된 해석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현대사는 종종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정 국가나 정부는 자신들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역사 자료의 편향이나 조작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현대사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맥락과 함께 진행된다. 이로 인해 한 시대의 사건을 다른 시대의 가치관이나 이해체계에 맞춰서 해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해방 후 문맹률이 77.8% 1953년 휴전 당시 국민소득 67달러였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민주적 시각과 잣대로 재단하는 예가 해당한다.
다섯째, 역사학은 다양한 관점과 방법론을 포함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특정한 시각이나 해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학자들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
이와 같은 이유로 복잡한 현대사를 해석할 때에는 사건 중심적⸱사회경제사적⸱문화사적⸱정치사적⸱인식사적⸱비교사적⸱이론적 접근법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다양한 시각에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한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11종의 교과서는 ‘국가가 주는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를 놓고 여러 방향에서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교과서들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어긋났다.
“정치인들은 반대편을 헐뜯고 악마화 하지만, 단언컨대 한국 현대사에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역사적 ‘빌런(villain⸱악당)’은 없었다”고 역사학자 송재윤 교수는 일갈(一喝)했다.
그러면서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교육을 그리자”고 호소한다.
전술한 현대사 해석의 다양한 관점과 접근에서 현재 발행된 초등사회과 11종의 검정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1.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서 작은 주제 <1. 민주주의 발전과 시민 참여> 내용은 초등학생에게 자학의 역사관, 증오의 역사관으로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해 ‘후임자의 저주’에 가까운 부정적 기술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따라서 현대사가 학문적 중립성과 학생들의 교육에 부합하는 내용을 제공하는데, 좌파 정부의 검정 기준은 만족시킬지 몰라도 보통 시민들의 보편적 검정과는 화성과 금성만큼 거리가 멀다. 교과서가 시중의 잡지인가?
권력에 의한 교육의 이념화·진영화는 위험하다. 수학·과학과 달리 사회과목의 경우 진보·보수 진영을 초월하여 현대사의 올바른 기술은 어느 국정 과제보다 국가 차원의 중대사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었다. 올바른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한 고민과 천착(穿鑿)은 기대 난망이다. 만사휴의(萬事休矣)다.

김영배=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현장에서 활동 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으로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