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

더에듀 | ‘4세 고시’, ‘7세 고시’라 불리던 유아 영어학원의 입학시험이 전면 금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원총연합회가 내놓은 자정 결의안이라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한창 뛰어놀 시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고시’라는 멍에를 씌웠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실상을 이제야 겨우 가리는 시늉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과열된 조기교육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끓어오르는 비판 여론에 찬물을 끼얹는 미봉책에 그칠 것인가.’
왜 우리는 네 살 아이들을 ‘고시생’으로 만들었나
이 기이한 현상의 본질은 단 한 단어, ‘불안’이다.
내 아이가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부모의 원초적 불안감을 일부 상업적 학원들이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습니다”, “옆집 아이는 이미 영어를 유창하게 합니다”와 같은 속삭임은 ‘불안 마케팅’의 전형이다.
여기에 ‘영어 유치원’이라는,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은 용어를 사용하며 마치 정규 교육과정인 양 포장해 부모들을 현혹했다.
입학시험은 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였다.
‘시험’이라는 경쟁의 틀을 들이대는 순간, 교육은 상품이 되고 아이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레벨 테스트를 통해 아이들을 줄 세우고, 상위 반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유도하며 학부모의 지갑을 열게 했다.
이는 결국 아이의 발달 단계나 흥미와는 무관하게, 오직 남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선행 사교육’의 늪으로 우리 사회 전체를 밀어 넣은 것이다.
정부와 공교육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획일적인 대학 입시 제도가 존재하는 한, 경쟁의 출발선은 계속해서 앞으로 당겨질 수밖에 없다.
공교육이 부모들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와 신뢰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이, 그 빈틈을 사교육 시장이 잠식해 들어온 것이다.
결국 ‘4세 고시’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 문화’, ‘부모의 불안’, ‘사교육 기관의 상술’ 그리고 ‘공교육의 부재’가 빚어낸 합작품인 셈이다.

‘금지’를 넘어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학원연합회의 이번 권고는 분명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자율 규제만으로는 뿌리 깊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몇몇 학원이 입학시험을 없앤다 한들,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바뀐다 해도 부모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그들만의 리그’는 형태만 바뀔 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첫째,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다.
‘영어 유치원’과 같이 학부모를 오인하게 만드는 명칭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과도한 선행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에 대해서는 단순한 시정명령을 넘어 실질적인 행정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특별점검과 같은 단속을 일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상시화해야 한다.
둘째, 공교육, 특히 유아 및 초등 저학년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 중심, 창의력 중심 교육을 강화하여 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후 영어 교육 격차에 대한 부모들의 우려가 큰 만큼, 공교육 내에서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체계적인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아이의 행복이 ‘영어 레벨 테스트’ 순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의 따뜻한 교감 속에서 세상을 탐색하고 마음껏 뛰어놀며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내 아이만의 속도와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4세 고시’ 금지 권고가 끓는 물의 뚜껑을 잠시 열어 김을 빼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의 트랙에서 내려오게 할 사회적 대타협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 상품이 아니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더 이상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영배 =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