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최근 3년 사이 우리나라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네 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20년 넘게 사회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서 이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집단적 방치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한다.
문제의 본질은 ‘입시 경쟁’이나 ‘성적 스트레스’ 같은 진부한 해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뇌 자체가 병들고 있다.
디지털 마약에 중독된 뇌
청소년들은 지금 ‘도파민 과잉 사회’에서 살고 있다. 1분마다 새로운 자극을 쏟아내는 숏폼 영상과 알고리즘은 아이들의 뇌를 강렬한 보상에 길들였다. 그 결과 수업 시간이나 독서 같은 평범한 활동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 됐다. 뇌과학 용어로는 ‘무쾌감증(Anhedonia)’이라 부른다. 뇌의 보상 회로가 파괴된 것이다.
여기에 만성적 수면 부족이 치명타를 가한다. 한국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잠이 부족하면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높아진다. 생물학적으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진통제만 처방하는 한국식 대응
정부의 대책은 늘 똑같다. 상담 교사 배치, Wee 클래스 확대, 조기 진단 시스템 구축.
필요한 조치이긴 하나 근본 치유책은 아니다. 독가스가 가득한 방에 산소 마스크만 씌워주는 격이다. 정작 독소의 원인인 스마트폰과 과도한 학습 부담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이들의 자율성’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은 무책임이다. 뇌가 아직 발달 중인 청소년에게 자율을 맡기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이다.
선진국은 이미 법으로 움직인다
프랑스는 2018년 법률을 제정해 15세 이하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학교 자율에 맡기지 않았다.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의 뇌 건강을 지키겠다는 결단이었다.
영국 교육부도 지난해 2월 학교 내 휴대전화 금지 지침을 발표하며, 교사가 압수한 기기에 대한 법적 보호까지 명시했다. 현장의 실행력을 뒷받침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를 ‘공중 보건 위기’로 규정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권고와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법제화와 수면권 보장이 해법이다
이제 우리도 움직여야 한다.
첫째, 초·중학교 내 스마트폰 소지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등교 시 수거, 하교 시 반환하는 시스템의 전국 의무화가 필요하다.
둘째, 청소년의 ‘수면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심야 학원 제도화하고, 등교 시간을 조정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왜곡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가정과 학교에서 대면 소통 교육을 복원해야 한다. 아이들이 갈등을 직접 해결하고, 좌절을 극복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 네 배 증가는 숫자가 아니라 비명이다. 미래 세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최후의 경고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10년 뒤 대한민국은 활력을 잃은 우울한 사회가 될 것이다.
선진국들이 법과 제도로 아이들을 보호할 때, 우리만 ‘자율’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