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작년 한 해 동안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7446건으로, 전년 대비 27.6%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심의 건수가 늘었고 특히, 일반고에서의 증가는 40.1%에 달한다. 언어폭력, 신체폭력, 사이버폭력, 성폭력 등 유형도 다양하며 특히 사이버폭력 증가는 무려 52.9%에 이른다. 이쯤 되면 단순한 ‘사고 건수 증가’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의 실패이다.
이 와중에 주요 대학들이 내년부터 학교폭력 처분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서울대는 정시와 수시 모두에서 모든 처분(1-9호)을 정성평가에 포함하고, 연세대·고려대 등은 감점 혹은 지원 제한 등의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문제 학생에게 경고를 주고, 학교폭력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입시로 해결하려는 학교폭력, 왜 근본 대책이 안 되나
그러나 이 방식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글쎄’이다.
첫째, 입시 연계 처벌은 예방이 아니라 결과 통제이다. 폭력이 일어난 후에 처벌이 가능하며, 그 피해는 이미 발생한 이후이다.
입시 불이익은 가해자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너도 입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는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입시 부담을 이유로 사건 축소나 은폐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전학, 신고 회피, 가해자 보호-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숫자만 줄어든다. 실상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둘째, 입시 연계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
강남 8학군 등 교육 중심지에서는 ‘학교폭력 클리닉’까지 운영되며 전략적 대응을 준비하는 반면, 정보나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억울한 피해와 왜곡된 처벌이 반복될 수 있다.
이미 부유층은 전학, 유학, 사교육으로 회피 전략을 쓰고 있다. 누가 책임지고, 누가 벌을 받는가?
셋째, 입시 연계는 학생들을 문제해결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화한다.
폭력 원인-가정환경, 학교 분위기, 교사 역량, 또래 문화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처분 이력 있음’이라는 단일 기준만으로 개인의 가능성을 재단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학교폭력은 아이들의 인격과 권리를 짓밟는 사회적 범죄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것을 ‘성적에 영향을 줄 요소’로 간주한다. 성적 중심, 경쟁 중심의 교육 시스템이 낳은 또 하나의 기형이다.
학교폭력 해법, 시스템 전환이 답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처분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청, 학교, 교사 모두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둘째, 피해자 보호 우선 정책을 강화하고, 가해자 재활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셋째, 학교 배정 시스템과 지역 간 격차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간 존중과 공감을 키우는 교육이다. 시험 대비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입시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성적뿐이다. 학교폭력을 줄이고, 교육을 살리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불이익이 아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용기이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