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한때 인류는 배움에 목숨을 걸었다. 산업화 시대 이후, 지식과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깊이 익히느냐가 곧 성공의 기준이 되었고, 삶의 질과 행복을 결정짓는 열쇠로 여겨졌다.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사회는 경쟁과 성취 중심 교육에 몰두했다. 배움은 곧 생존이었고, 더 나은 삶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그 배움은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교육의 기회는 점차 소수의 기득권층에 집중되었고,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은 대물림되며 부익부빈익빈의 구조를 더욱 고착화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옛말이 되었고, 배움의 질과 성과는 계층에 따라 결정되는 불공정한 현실이 지속했다. 그러나 이제, 그 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인간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습득했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년간의 학습과 훈련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하며 인간의 노동과 판단을 보조하거나 아예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는 배움의 시대에서 누림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갖춘 AI에게 일과 업무를 맡기고,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인간관계 속에서 여가를 즐기며 삶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성취를 쌓는 인재보다, 좋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현재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인재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대이다. 교육의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많이 외우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더 많이 느끼고 더 깊이 즐길 줄 아는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놀고, 쉬고, 나누고,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배움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배움은 경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누림을 위한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배움보다 누림이 우선’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누릴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AI 시대의 진정한 인재다.
더에듀 |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기후위기가 삶의 방식을 바꾸며, 인간관계마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따뜻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을 살기 좋게 바꾸는 힘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묻고 고민해야 할 것은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가?’이다. ‘성적이 높은 사람?’, ‘명문대에 진학하는 사람?’, ‘대기업에 입사하는 사람?’ 아니다. 교육이 궁극적으로 길러내야 할 사람은 단 하나, ‘세상을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이타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이는 개인주의와 내 새끼 지상주의가 우리 교육을 좌우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이타적인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까?‘’ 첫째, 지식이 아니라 공감을 가르쳐야 한다 지식은 정보의 조각이다. 그러나 공감은 사람을 움직이는 진심이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었다. “이웃 중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 보세요.” 아이 중 한 명은 이웃집 노부부에게 갔다. 그들은 오랫동안 외롭게 살고 있었고, 아이는 매일 그들을 찾아가 말을 걸고, 그림을 그려드렸다. 몇 달 뒤, 그 노부부는 학교에 편지를 보냈다. “당신의 학생 덕분에 우리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 아이가 배운 것은 수학, 영어를 넘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이었다. 이처럼 우리 교육도 문제를 푸는 방법을 뛰어 넘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교실에선 ‘함께하기’, ‘경청하기’, ‘도와주기’ 같은 생활 교육이 지식 교육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공감은 배려로 이어지고, 배려는 곧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이 아니라 책임감을 심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여전히 경쟁 중심이다. 남보다 앞서기 위해, 더 높은 점수를 위해, 한 마디로 출세와 성공을 위한 교육 가치에 매몰되어 있다. 그런 경쟁 속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기 쉽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너는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니?”가 되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故이호진 군의 일기가 알려졌다. 그는 생전에 ‘나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위험한 곳에서도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일기장에 적었다. 이군은 실제로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꿈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고귀했다. 그는 ‘자신만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책임감을 품은 아이였다. 교육은 ‘성공하는 법’뿐 아니라 ‘책임지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급에서 친구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과정,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는 프로젝트 학습,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 캠페인 등은 아이들에게 ‘내가 이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줄 수 있다. 셋째,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아이들에게 결과만을 칭찬한다. “1등 했구나!”, “상을 받았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핀란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시험보다 ‘실패 일기’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학생들은 매일 자신이 실수한 경험을 기록하고, 그것을 반성하고 어떻게 극복할지를 함께 나눈다. 어느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아이들이 실패에 강한 어른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이다. 교육은 ‘틀리지 않게 하는 법’이 아니라, ‘틀려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교육의 최종 목표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도 우리의 수많은 교실에서는 수학 공식, 영어 단어, 역사 연도들을 반복해서 학습하고 있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그 사람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이다. 우리 교육은 지금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세상에 배출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은 더 나은 사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더 나은 사람은 더 좋은 교육에서 태어난다. ‘세상을 보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에 우리가 보다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더에듀 | ‘민원’이라고 하면 부정적 생각을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기록부 등 증명서를 발급신청하는 것은 ‘법정민원’, 병결이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법규를 물으면 ‘질의민원’, 급식을 개선하자고 하면 ‘건의민원’, 내일 비가 온다는데 운동회 하는지 물어보면 ‘기타민원’으로 이미 학교는 행정기관입니다. 2016년 민원처리법의 전면개정으로 민원 처리 공공기관으로 초/중/고등학교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2022년 민원처리법 제12조의2 신설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에게 민원인이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아니하고도 민원을 처리하는 시설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의무가 생겼지만 교육부는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2월 교육부는 많은 사건사고로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10을 추가하면서 학교에 민원처리 기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이어드림’(eardream.neis.go.kr) 서비스를 마치 민원의 해법처럼 제시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에 모든 행정기관은 국민신문고로 민원접수가 통일되었고, 정보공개포털은 모든 행정기관의 정보를 청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여전히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에서 예외입니다. 그럼 교육부가 새로 발표한 ‘이어드림’은 해법일까요? 이어드림에 대한 교원단체의 반발을 분석해 보고, 학부모와 교직원이 손잡고 교육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학교의 민원처리법 위반! 교육부(청)이 불법을 권장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학교는 민원처리법 위반 상태에 있습니다. 원흉은 학교 민원처리 절차를 설계하고 인력과 예산을 배치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입니다. 민원처리법 제8조에 따라 민원신청은 (전자)문서로 해야 하며, 구술 또는 전화는 기타민원만 가능합니다. “오늘 2학년 몇시에 끝나요?” 정도의 단순 문의가 기타민원입니다. 단순 문의가 아닌 질의/건의민원이라면 당연히 구술과 전화는 인정되지 않고 (전자)문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문서를 제출하면 제9조에 따라 접수를 보류하거나 거부할 수 없으며, 부당하게 되돌려서는 안 되고 접수 시 접수증을 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학교는 전자문서 접수 방법이 없고, 문서는 접수를 거부하고, 접수증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또한 2022년 신설된 제12조의2에 따라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의 전자처리를 위한 시설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학교 홈페이지에는 민원을 접수하는 게시판조차 사라졌습니다. 학교 예산으로 민원접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27조에 따라 민원의 처리결과는 서면으로 답변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면으로 접수되지 않았으니, 그 답변 또한 서면으로 나올 리 만무합니다. 이어드림도 민원내용을 전자접수할 수는 있지만 답변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제23조에 따라 반복 및 중복민원은 2회까지만 답하고, 3회부터는 답변 없이 종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서면 접수기록이 남아있을 때 가능합니다. 말과 전화로 3회차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제12조는 행정기관의 장(학교장)이 민원의 신속처리와 안내, 상담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민원실을 설치할 수 있고, 제34조는 민원조정위원회 설치하는 의무를 부과합니다. 하지만 학교에는 민원실도 없고 민원조정위원회도 없습니다. 이쯤 되면 교육부(청)가 지난 10년간 민원처리에 대해 불법을 적극 권장하고, 자신들의 책무를 회피한 것이 아닐까요? 학교 구성원들은 권장 사항이 불법인지도 모르고, 10년이 지나며 서로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학부모가 문제라고? 십수 년간 “방문, 전화”하라고 불법을 연수했다 학부모는 수십 년간 민원을 서면접수하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교육부(청)는 학부모가 행정처분을 요구하는데도 직접 만나서 상담하라고 하고 연수해 왔습니다. 특히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에는 더욱 심각합니다. 학교만 국민신문고(epeople.go.kr)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신청이 불가능합니다. 국민신문고는 교육청까지, 정보공개포털은 교육지원청까지 지정됩니다. 학부모는 간단한 의구심을 확인하려고 민원접수를 시도했지만, 이쯤 되면 민원의 본질과 상관없이 민원접수만 가지고도 악성민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고 문서를 책상에 두고 교직원에게 문서를 두고 간다고 소리치는 것이 접수를 증명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해결하겠다고 만든 ‘이어드림’의 독특한 접수 방식, 교원이 반발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민원을 접수하는 창구(민원과)에서 민원내용을 확인하고 업무부서를 지정합니다. 이렇게 접수와 담당이 나뉘어졌기 때문에 담당부서(담당자)가 1차 답변 후 불만족에 따른 2차 접수 시, 접수부서는 1차 민원답변에 검증이 필요할 경우 민원조정위원회 또는 상급자(상급기관)가 답변의 정당성을 교차 검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드림’은 국민신문고 등과 달리, 설계 당시 있었던 민원신청 기능은 없어지고, 민원인이 교원을 업무담당자로 지정해 상담예약하는 기능만 남았습니다. 이로 인해 학부모는 전자문서로 접수하지만, 교원은 말로 상담하고 서면답변은 불가능합니다. 교육상담 기능으로 일반민원까지 처리하게 되어, 이어드림이 교원에게 민원처리법 위반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접수방법이 아니라, 학교의 업무분장과 인력재배정이 선행돼야 한다 언론에는 교원단체가 단순하게 교원이 ‘민원담당’이 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핵심쟁점은 ①교원과 직원의 업무분장이 모호해 교원들이 법을 위반해 ‘말’로 처리하게 되었고 ②전문인력이 아닌 민원인에 의해 교원이 담당자로 강제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1220명의 고등학교 교직원은 교원이 83명, 직원 23명 수준입니다. 이중 급식인력과 특수운영직(청소/경비), 시설관리직 등을 제외하면 실제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직원 4명과 행정실무사 4명으로 8명에 불과합니다. 실무사는 보조인력이므로 직원 4명이 102명을 지원해야 하는 억지구성입니다. 행정인력 부족은 학교 내 40여개의 위원회 운영에서도 교원의 업무과중을 발생시킵니다. 예를 들어 물품선정위원회에 교직원, 학생, 학부모, 전문위원이 참여하지만 행정실무는 대부분 교원이 합니다. 교원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①학생에게 교육과정으로서 민주적 의견수렴, 토론하는 실습기회이거나 ②교사가 사용할 교보재를 직접 검수함이라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의 회의일정을 조율하고, 제품의 규격과 평가표를 만들고, 입찰방법과 선정방법을 법률 검토하고, 회의록 작성, 업체를 만나 샘플을 받고 테스트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행정실무는 교원이 수업 준비와 수업 후 상담시간을 줄이며 할 일까요? 교원은 행정절차법과 국가/지방계약법 등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교원이 간사가 되면 민원의 담당자도 교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력’과 ‘예산’ 없이 해법을 찾겠다는 교육부(청)이 문제다! 접수플랫폼만 본다면 이미 검증된 국민신문고, 정보공개포털에 학교를 통합하는 게 제일 쉽습니다. 사실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문서24(docu.gdoc.go.kr)를 통해 학교에 접수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교육청은 위탁기관에게 문서24를 권장합니다. 학부모와 학교도 사용 가능한데 교육부(청)은 학부모에게 왜 문서24를 숨기고 있을까요? 묻지마 악성민원인도 있지만, 학교의 악성민원은 정상적인 민원도 학부모의 오류와 교원의 오류가 겹쳐 악성민원으로 변해갑니다. 학부모의 오류는 ‘카더라’를 기반으로 말로 묻고, 말로 설명 들으며 확인 불가능에서 오는 불안감에 있고, 교원의 오류는 항상 그랬다거나, 상급 지침이 그렇다 말하지만 지침은 비공개한다거나 교육청에서 그렇게 시켰다며 설명하는 것입니다. 둘 다 제대로 모르고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감정이 소통 과정에서 증폭하면서 악성민원으로 변질됩니다. 민원처리법에 따라 학교장은 민원을 신속히 처리하고 안내와 상담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민원실을 설치할 수 있고, 민원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민원과 답변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예산도 인력도 배정하지 않습니다. 결국 예산과 인력이 늘지 않는 전제에서 교육부의 해법은 학교별 민원대응팀입니다. 근거 법령도 없이 내부 인력을 중복 지정해 인원수만 맞췄을 뿐, 업무시간은 부족하고 전문성도 떨어집니다. 교원의 1차 답변은 행정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법의 위임규정과 자체규정도 구분하지 못한 채, 수업에 쫓겨 처리기한을 넘기기 쉽습니다. 교원은 “어렵다”라고 단순히 답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이런 답변은 학부모에게 ‘싸우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분쟁이 된 상태에서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이 등장하면 정상민원도 악성민원으로 바꿔놓고 시작할 뿐입니다. 10년 넘은 교육부의 무능력...“이제 교원과 학부모가 손잡고 요구해야 한다” 악성민원의 원인을 해결하려면 학교의 직원을 충원하여, 교원은 교육과 교육상담에 집중하고, 민원처리는 직원이 교원을 지원하면서 해결하여야 하나, 학교별로 1~2명씩만 추가해도 수만 명이 충원되어야 하기에 장기적으로는 옳지만 일시에 실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 번째,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의 역할을 민원접수 앞단 또는 병행하도록 변경할 것을 제안합니다. 1차 답변후 분쟁이 커진 다음 나타나지 말고, 학교에 접수했거나 접수를 고민할 때 학부모를 상담하여 요구사항을 명확히 서면으로 정리하는 것을 선행지원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이어드림은 폐기하고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에 학교를 등록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교원과 학부모가 관계가 좋다면 교육상담은 쉽게 약속할 수 있습니다. 국민신문고도 실명인증이 되며, 자녀정보는 학교에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익숙한 국민신문고와 정보공개포털을 두고 별도의 민원처리 플랫폼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세 번째, 행정실에 민원접수와 분류 역할을 부여하고, 서면접수를 안내할 것을 제안합니다. 민원은 첫 대응이 중요한데, 교원이 접수하면 전화가 힘들고 행정지식이 부족해 충돌로 시작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서면접수 안내가 힘들더라도 지원청 통합민원팀을 연결해서 정리된 서면민원이 학교로 오게 해야 합니다. 네 번째, 학교업무 변화에 따른 인력 재조정, 특히 직원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90년대 교육자치가 시작되면서 학교업무는 많이 변했습니다. 교과서만 해도 예전 국정교과서는 받아서 사용하지만, 이제는 학교별로 교과서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시, 평가, 취합, 선정, 기록작성, 발주 등 인력이 많이 투입됩니다. 다섯 번째, 학부모 연수에 민원 및 직무연수가 추가돼야 합니다. 서면제출에 대한 공감대와 전문성을 키우지 않으면 귀찮은 절차와 의구심만 늘릴 뿐입니다. 필자는 현재 학부모단체 상상교육포럼 대표로서 민원발생자이기도 하고, 경기도의회 상담관, 파주시청 소통관으로 근무하며 수년된 악성민원 전담공무원으로 양쪽의 입장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2024년 1월에는 민원인에게 중해머로 머리를 맞은 공무원으로 TV 3사에 인터뷰도 했습니다. 경험에서 볼 때, 악성민원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단절되고, 왜곡되는 순간 악성으로 변질됩니다. 학교를 믿어달라는 구호가 아니라, 학부모의 전문지식 연수와 교원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인력/예산 충원을 통해 다시 학교가 여유를 되찾아 학생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10년간 교육부의 무능 때문에 서로 싸웠지만, 앞으로 계속 우리끼리 싸우는 것은 우리들의 무능입니다.
더에듀 | 삶이라는 무대와 교실이라는 무대는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한쪽은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묻고, 다른 한쪽은 교사로서의 존재를 시험한다.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이 두 무대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단 하나의 주제, 용기를 이야기한다. 두 책은 환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질문과 배움을 이어가려는 우리의 여정을 단단히 붙잡아 준다. 교사의 삶은 매일 새로운 ‘링 위’에 오르는 일과 같다. 교실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학생의 질문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비웃는다’는 격언은 교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한 수업이라도, 학생과의 만남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깨지고 다시 빚어진다. 문제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환상이다. 완벽한 수업, 완벽한 교사라는 환상은 오히려 우리를 지치게 한다.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그 환상을 깨뜨린다. 그는 교사가 기술이나 방법 이전에 자기 자신을 직면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는 자신의 내면과 두려움, 혼돈까지도 껴안으며 학생과 만날 때 비로소 교육이 살아난다. 이 책은 가르침을 단순한 ‘전달’로 보지 않는다. 교사의 삶, 학생의 삶, 그리고 공동체적 배움의 장이 연결될 때 비로소 수업이 살아난다고 강조한다. 교사는 맞으면서도 다시 일어나고, 실패 속에서도 함께 배우며 살아가는 존재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교사라는 직업의 본질을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용기로 환원한다. 링 위에서 완벽히 맞지 않는 교사가 아니라, 맞으면서도 배우고 가르치는 교사. 그 용기를, 이 책은 건넨다.
더에듀 | 삶이라는 무대와 교실이라는 무대는 서로 다르면서도 닮아 있다. 한쪽은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묻고, 다른 한쪽은 교사로서의 존재를 시험한다. 김영민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이 두 무대에서 우리가 붙들어야 할 단 하나의 주제, 용기를 이야기한다. 두 책은 환상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질문과 배움을 이어가려는 우리의 여정을 단단히 붙잡아 준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본문 중) 마이크 타이슨의 이 말은 우리의 일상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삶이라는 링 위에서 우리는 늘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맞지 않겠다는 환상을 붙드는 데 있다. 이미 오래된 격언이 말하듯, ‘신은 인간의 계획을 비웃는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면 삶이 뜻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 김영민 교수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울림을 준다.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에 오히려 삶이 견고해진다고 그는 말한다. 그것은 맞음을 피하려는 망상이 아니라, 맞으면서도 살아내야 하는 삶의 진실을 직시하는 태도이다. 우리는 종종 ‘진실’과 ‘솔직’을 혼동해 무례를 정당화하고, ‘형식’과 ‘형식적’을 구분하지 못해 무형식의 혼돈을 자유와 자율로 착각한다. 그러나 혼돈과 카오스는 타인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스스로 만든 것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착각과 왜곡을 깨고, 삶을 다시 성찰할 기회를 준다. 삶과 죽음, 진실과 허상, 형식과 무형식의 경계를 묻는 이 책을 읽는 일은, 불가능한 환상을 붙드는 대신 질문을 붙들고 살아가는 용기를 배우는 일이다. 링 위에 오르는 삶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 현실을 직시하며 하루를 단단히 살아내는 힘을, 이 책은 건넨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남경민 전남 여수 화양고 교장이 한국중등교장협의회 제34대 회장에 선출됐다. 대의원 98%의 압도적 지지로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남경민 신임 회장은 ▲교장단 역량 강화 ▲현장 중심 정책 개발 ▲국제 교육 협력 확대 ▲교육 혁신 네트워크 구축을 4대 핵심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국내외 교육 혁신 선도 의지를 밝히며 “협의회가 국내 교육 발전을 넘어, KOICA(한국국제협력단), 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해 개발도상국 교육의 성장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퇴임 이후에도 교장으로서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국제 교육 협력과 봉사 활동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대한민국 교육의 위상을 세계 속에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협의회는 오는 11월 19~2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제123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 동계직무연수에서 ‘교육의 본질을 묻다’를 주제로 다시 한번 교육자로서의 올곧은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남 신임회장은 전남우수교사상, 봉사대상, 모범공무원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모범적인 교육자의 위상을 확립해 왔다. 1960년 42명의 교장단으로 출범한 한국중등교장협의회는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이하며, 전국 약 6천여 명의 교장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중추적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협의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인공지능(AI) 시대 도래 등 급격히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혁신과 현장 중심의 리더십을 강화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내년 신규 사서교사 임용 TO가 전국 52명에 그치면서, 이재명 정부의 학교도서관 정책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1일 2026학년도 사서교사 신규임용 TO는 52명이라고 발표했다. 2025학년도 55명에 비해 3명 줄었다. 같은 비교과 교사인 보건교사 334명, 영양교사 243명, 전문상담교사 229명과 큰 차이를 보이는 규모이다. 특히 전문상담교사는 184명에서 229명으로 45명이 늘어나 사서교사와 대조를 보였다. 박장순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사서교사노조) 위원장은 “2025년 임용 대비 모든 지역에서 교사교사 선발 인원이 증가했지만 사서교사 포함 일부 비교과 교사만 감소했다”며 “추후 정부의 교원 정책과 학교도서관에 대한 입장에 우려를 갖게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모든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전국 국공립 학교도서관 1만 422개 중 교육공무원 임용 사서교사 정원은 1672명으로 16.04%에 불과한 점이 더 큰 문제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3년간 도서간 예산 삭감과 도서 검열 등의 반복 징후가 아닌지 우려된다”며 “새 정부가 지난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인간다운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함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AI 교육 정책에 걸맞은 사서교사 정원 대폭 확대 ▲사서교사를 능동적 교원이자 교육·정책 파트너로 인정하는 교육 정책 수립 ▲학교 현장의 교육 수요를 반영한 사서교사 양성-채용 구조 확대 등을 요구했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추석이다. 추석에는 온 가족이 모인다. 무엇을 할까? 아이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다. 더군다나 이번 연휴는 10일에 가깝다. 긴 연휴 기간에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고, 요리를 함께 하며, 놀이를 하면 어떨까? 아이들는 부모, 어른과 함께 몸소 체험하면서 행동 발달력을 키운다. 이 책은 음식으로 세상을 만나고 배울 수 있는 32권의 특별한 그림책과 오감을 자극하는 32개의 요리 레시피, 70개의 신나는 놀이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함께 그림책 읽기이다. 그림책은 가을 분위기에 맞는 그림책을 골라 보자!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제목이 나온 앞표지, “다 먹었다 방심 말고 남은 밥 톨 떼어 먹자”는 뒤표지에 실린 표어가 눈길을 끈다. 날마다 먹는 밥의 작은 쌀 한 톨이 우리 밥상까지 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모모모모모’ 볍씨를 뿌려 모가 자라서 벼가 되고 쌀이 되어 마침내 맛있는 밥이 되기까지 농부의 고된 과정을 간결한 언어 유희로 유쾌하게 풀어낸 그림책이다. 벼의 한살이와 함께하는 농부의 수고로움이 담긴 이야기를 놀이로 연결하면, 쌀 한 톨이 품은 자연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쌀 한 톨에 숨어 있는 농부의 땀을 느끼며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두 번째는 요리 시간이다.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하며, ‘쌀 방망이 새참’을 만들어 보자. 마지막으로는 놀이이다. 우리나라 대표적 전통 놀이인 윷놀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윷놀이를 통해 규칙을 잘 지키는 법을 배우고, 말을 하나씩 옮기면서 수에 대한 개념도 익힐 수 있다. 그림책 스토리를 윷판에 담아 모모모모모 윷판을 만들고, 말이 도착한 곳에 해당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즐겁게 벼의 한살이 과정을 유아는 이해하게 된다. 저자인 유아 교육 현장 전문가들은 부모와 함께 읽고, 만지며, 생각하고, 놀이할 때 유아의 행동발달과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주도적으로 생활하며, 함께라는 공동체를 느끼며 잘 성장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제 이번 추석에는 그림책과 요리와 놀이 3종 세트를 한꺼번에 해 보면 어떨까?
더에듀 지성배 기자 | 2017년, 교사들이 스스로 모임을 시작한 ‘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좋어연)가 600여명의 교사와 다수의 출판사·교육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대축제를 성료, 전국적인 연구회로 거듭났다. 좋어연은 지난달 13일 서울교대 사향융합체육관에서 ‘내 안의 뜨거운 불씨를 발견하라’를 주제로 ‘2025 좋어연 어린이책 대축제’를 열었다. 전국에서 교사 600여명과 18개의 출판사·교육기업이 참여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 교사 주도형 어린이책 축제로 기록됐다. 이번 행사는 총 6부로 구성됐으며 전문성과 창작, 수업 아이디어, 연결, 영감, 행운을 주제로 아우르는 풍성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현아 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 대표는 ‘그림책으로 펼치는 사회정서학습’을 주제로 연 전체 강연에서 자기 의심과 번아웃을 딛고 자기 자비로 나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 주고 공감을 받았다. 권새롬·김다혜·김지민·김미주·전영신·전보람 교사 등 6인의 좋어연 운영진은 ‘6인 6색 어린이책 수업 선택 강연’을 통해 그림책과 연극, 미술, 음악 등을 융합한 참신한 수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신청이 조기 마감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별 강연자로는 그림책 ‘파닥파닥 해바라기’, ‘거꾸로 토끼끼토’를 쓰고 그린 보람 작가가 나서 ‘다정하고 유쾌한 시선으로 세상 보기’를 주제로 소통했다. 사회는 이소리 교사가 맡아 깊이 있는 대담을 이끌었다. 한빛에듀, 길벗어린이, 토토북, 한국그림책출판협회 등 18개 출판사 및 교육기업은 부스 운영을 통해 교사들 간의, 교사들과의 풍성한 교류를 만들어냈다. 특히 좋어연 소모임에서 창작한 그림책과 독서 다이어리, 그림엽서 등이 전시돼 교사들의 창작의 가능성을 넓혔다. 이밖에 선물 팡팡 행운 추첨 대잔치, 커피차·간식차 이벤트, 굿즈 증정 등 풍성한 이벤트가 더해져 참가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좋어연은 2017년 창립 당시 ▲교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자 ▲아이들 곁에서 창작하는 삶을 살자’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세웠다. 이번 축제는 그 초심을 9년간 지켜온 결실이자 교사·작가·출판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의 새로운 장을 여는 국내 최초 교사 주도형 어린이책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현아 대표는 “때로 교사로서 자기 의심과 번아웃을 경험할 때가 있지만 그림책과 아이들의 목소리가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며 “가장 큰 힘은 동료 교사들과의 연결에서 나온다. 이번 축제가 교사들이 마음속 불씨를 발견하고 함께 지펴 올리는 연대의 자리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다. 참가자 좋어연 정회원 교사는 “그림책을 통한 사회정서학습 이야기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며 “교직 생활 속에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 발견할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협력 출판사 관계자 역시 “이번 행사는 교사와 출판사가 긴밀히 연결되는 자리를 마련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책이 교실에서 살아 숨 쉬는 과정을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는 앞으로도 교사와 어린이책을 잇는 연결 통로로서 다양한 플랫폼을 마련해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 확장과 창작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더에듀 | 가을은 변화와 성찰의 계절이다. 나뭇잎이 물들고, 들녘은 누렇게 익어가며, 바람은 선선해지고 하늘은 투명해진다. 이를 완곡하게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 통칭하기도 한다. 이 계절에 도시의 청소년과 그 가족이 농어촌으로 활동 반경을 옮겨 함께 배우고 느끼는 시간을 갖는 일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교육적 의미를 지닌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도시는 편리하고 풍요롭지만, 동시에 균질화되고 단조로운 삶의 리듬이 자리 잡기 쉽다. 반면 농어촌은 계절이 생생히 흐르고, 땅과 바다의 리듬이 느껴지고, 세대와 세대 간, 사람과 자연 간의 만남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는 ‘도시 삶’에서는 놓치기 쉬운 감각과 가치를 회복시키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의 청소년 가족의 농어촌 행사를 왜 권장하는지 그 의미와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는 감각과 실체로 배우는 교육이 가능하다. 종이 위 교과서나 화면 속 지식만으로는 땅의 질감, 바다의 냄새, 곡식이 익어가며 흔들리는 소리, 조개가 박혀 있는 갯벌의 점토 감촉, 손끝으로 문지르는 흙의 온기 같은 것은 알 수 없다. 농촌 행사에서는 벼 베기, 탈곡, 농작물 수확, 가공, 조개 줍기, 어업 보조 활동, 가공·발효 체험 등 오감 중심의 실체 경험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으로 연계시키고, 지식이 ‘내 몸’과 ‘기억’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둘째, 세대와 세대가 마주 앉는 시간이 생긴다. 도시의 일상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간혹 있더라도 스마트폰이나 영상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농어촌 행사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현장에서 손을 맞대고, 일의 과정과 고단함을 함께 겪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은 공감의 대화, 공동 과업 수행, 책임 분담을 통해 가족 간 정서를 회복하고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농어촌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는 기회가 된다. 오늘날 농어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 지역 소멸 위기라는 현실 앞에 있다. 많은 청소년과 도시민은 농어촌을 ‘풍경’이나 ‘관광지’ 또는 ‘전원 배경’ 정도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 농사와 어업은 기후 변화, 시장 경쟁, 후계 인력 부족, 기술 변화 등 복합적인 도전에 놓여 있다. 가족 단위로 현장에 머물며 생산 과정과 삶의 조건을 경험하면, 청소년은 농어촌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의 현장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런 경험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농업 정책, 환경 보존, 귀농·귀촌 등의 문제에 대한 감수성과 책임감을 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지역 공동체와의 교감 및 상생 경험을 가질 수 있다. 농어촌 행사는 대개 마을, 농가, 어촌 공동체가 기획하거나 협력한다. 도시 가족이 참여함으로써 마을 주민들과 만남이 이루어지고, 지역 자원과 문화가 서로 소통한다. 이 과정은 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단절을 좁히며, 사회적 연대와 상생의 감각을 형성할 수 있다. 예컨대, 지역 특산물 가공체험 또는 마을 장터 참여 같은 활동은 마을 경제와 교육 공동체를 연결시키는 실천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다섯 째, 정서적 치유와 휴식의 역할도 한다. 현대 도시 청소년들은 학업·경쟁·디지털 피로 등 여러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땅을 밟고, 바람을 맞고, 별빛 아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정서적 안정과 치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활용 사례 발표에서 농촌 체험이 치유농업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가족이 함께 느끼는 휴식과 재충전의 경험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 관계 회복과 삶의 균형을 되살리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정책과 흐름: 이미 시작된 변화 정부와 지역 단위에서도 농업·농촌 교육과 체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는 ‘제4차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에서 지역 농업·농촌 체험을 통한 교육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초등 돌봄프로그램인 ‘늘봄학교’에 농업·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전남도농업기술원 등도 교육 콘텐츠 개발 사업을 통해 농업과 생태, 지역 문화 등을 교육과정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와 실천이 조금씩 맞물리면서, 농어촌 체험이 특정 계층의 관광이 아니라 공교육적 자원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① 지자체·교육청 협업과 프로그램 연결을 통해서 도시 학교와 농촌 지자체가 사전에 연계하여 일정과 콘텐츠를 조정할 수 있다. ② 가족 중심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형제까지 역할이 분화된 활동을 배치해 ‘공동체 과업’ 경험을 살릴 수 있다. ③ 지속성과 회차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단회 체험보다는 계절별·단계별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농촌과 맺는 밀도를 높여나갈 수 있다. ④ 안전과 준비를 철저히 하되 현장 안전 매뉴얼, 보험, 응급 대응 체계, 사전 교육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⑤ 사후 확장 및 반성을 통해 행사 뒤 가족 간 경험 나누기, 기록 공유, 지역 주민과의 교류 등으로 효과를 배가할 필요가 있다. 도시와 농어촌이 손을 잡고 자라는 미래 도시 청소년과 그 가족이 가을철 농어촌에서 함께 경험하는 시간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을 열고, 관계를 이어가며, 실체와 사회를 배우고,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교육적 배움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도시와 농어촌, 교육과 삶, 세대와 세대 사이에 있었던 거리와 경계가, 도시인들과 농어촌 주민들이 함께 밟은 흙길 위에서 조금씩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하게 무덥고 폭염으로 이어지던 여름이 어느새 본격적인 가을이 우리를 손짓해 부르고 있다. 들녘을 걷고 물결을 보고 흙을 만지고 이야기를 나눌 그 시간을 말이다. 도시의 청소년과 가족이 손잡고 농어촌으로 향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자 한다. 왜냐면 그 속에야말로 배우지 않으면 잃게 될 소중한 것들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부모와 어른들의 현명하고 슬기로운 지혜와 행동은 청소년 자녀들에게 이 가을에 값을 계산할 수 없는 매우 귀한 선물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