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한편에는 유난히 붉게 남은 감 몇 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농부는 마지막까지 알뜰히 챙길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감을 남겨둔다. 겨울을 버티는 산새들을 위한 작은 배려, 혹독한 계절 속에서도 생명의 숨을 잇게 하려는 지혜이다. 이 ‘까치밥’은 단순한 잔여물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타자를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농부의 여유와 통찰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그리고 이 오래된 관습은 오늘 우리의 교육, 특히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인재교육’의 방향을 비추는 비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교육은 효율과 성취를 쉼 없이 요구한다.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고, 학교는 결과 중심의 체제로 끌려가며, 교사는 지식 전달 이상의 여지를 마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농부의 감나무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 버리는 교육은 생태를 무너뜨린다는 사실이다. 여유를 지닌 교육만이 지속가능한 미래의 성장을 낳을 수 있다. 까치밥의 정신을 교육에 적용한다는 것은 학생 안에 남겨둘 ‘성장 여지’를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은 아직 익지 않은 감과 같다. 결점처럼 보이는 부분도 사실은 시간이 필요할 뿐이며, 그들은 스스로 익어 갈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기다려 주는 태도는 낭비가 아니라 본성에 대한 신뢰이다. 지나친 개입과 조기 완성의 압박은 오히려 교육의 경관을 황량하게 만들 뿐이다. 마치 중국의 어리석은 농부처럼 심은 벼를 빠르게 자라게 하려고 억지로 쑥 뽑아 올리고 좋아했으나 이내 벼들이 죽고 말았던 ‘발묘조장(拔錨助長)’의 교훈처럼 말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한 중학교에서 진행한 ‘여유 시간 프로젝트’는 놀라운 변화를 불러왔다. 매주 한 시간,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한 것이다. 어떤 학생은 폐자재로 작은 의자를 만들었고, 다른 학생은 학교 텃밭을 가꾸며 식물 일지를 작성했다. 성적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지만, 프로젝트 후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들의 눈빛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자율성이 허락되자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고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여유가 학습 동기를 자극한 것이다.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미완성 과제’ 제도를 운영했다. 일정 기간 안에 끝내지 못한 과제라도 과정 기록이 충분하면 평가에서 감점 없이 인정해 주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느슨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학생들은 ‘성공한 결과’보다 ‘시도한 과정’이 존중받는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오히려 더 깊고 독창적인 시도를 해냈다.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자 팀 프로젝트의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것은 감나무에 남긴 몇 알의 감처럼, 학생에게 남겨둔 심리적 여유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인재교육은 단지 지식과 기술을 많이 주입하는 일이 아니다. 메말라가는 생태에 마지막 열매 한 줌도 남기지 않는 것처럼, 학생에게 여유 없이 모든 성취를 요구하는 교육은 결국 소진과 탈락을 낳는다. 반대로, 여백과 숨을 남겨두는 교육은 아이 안의 ‘자생 능력’을 자라게 한다. 인재는 만들기보다 자라게 하는 존재이며, 그 성장의 조건은 배려·기다림·신뢰일 뿐이다. 농부는 까치밥을 남기며 때로는 손해를 감수한다. 그러나 그는 안다. 이 작은 배려가 다음 해 더 풍성한 자연을 만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육도 이와 같다. 아이에게 남겨두는 ‘여유의 감’은 오늘의 성적을 조금 늦출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배우는 힘, 협력하는 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을 길러 준다. 이것이 바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진짜 인재의 기초 체력이라 할 것이다. 황량한 들판 속 붉은 감 몇 알이 우리에게 속삭인다. “전부 거두지 말라. 남겨두어야 새가 살고, 새가 살아야 다시 숲이 된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학생 한 사람의 내면에 남겨진 작은 여유가, 미래 사회 전체를 지탱할 큰 숲을 키울 수 있다. 우리의 인재교육은 이제 이 오래된 지혜를 다시 불러와야 한다. 까치밥처럼 배려와 여유를 남기는 교육, 그곳에서 비로소 진정한 인재가 자랄 것이라 믿는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광주교육청이 내년 전문상담교사(상담교사) 신규 임용 외에 3명을 초등교사 전직으로 채우겠다고 하면서 상담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무려 신규 임용 TO 4명의 7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광주교육청은 현재 현직 초등교사 중 3명의 상담교사 전직 임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1차 전형 결과 발표를 마치고 오늘(3일)부터 다면평가를 진행한다. 오는 13일 2차 전형 진행 후 18일 이후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전국 교육청 최초 사례이다. 문제는 전문상담교사 임용 경쟁률이 높은 상황임에도 신규 임용, 기간제 활용 등이 아닌 초등교사의 전직 방법으로 부족한 숫자를 채우는 데 있다. 광주전문상담교사협회(협회)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 임용 경쟁률을 17대 1 수준이다. 지원 미달 사태가 아님에도 굳이 초등교사 전직의 방법으로 TO를 채우는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 협회는 “학교현장의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정규 티오 증원, 기간제 교원 활용, 순회 교사라는 여러 방안이 존재한다. 높은 인력 공급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초등교사 3명을 전직시킬 수밖에 없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근거를 즉각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직의 조건과 상담교사 입직 조건이 다른 것도 문제이다. 광주교육청은 ‘상담·아동심리 관련 석사 학위와 1급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육경력 3년 이상의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추진했다. 실제 전직을 위한 1차 전형에서는 최근 5년간 생활교육 관련 연구 실적, 학교 및 교사 대상 컨설팅 실적 등과 동료교원들의 다면평가, 직무수행계획서만 심사했다. 물론 2차 전형에서는 전문상담교사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 전공 지식,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 역량 등의 평가와 심층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담교사의 경우 상담 이론과 기법, 심리검사의 사용과 해석, 정신병리에 대한 이해와 치료적 개입, 가족 상담 등 상담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익힌 후 임용 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입직하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협회 역시 “필요한 방대한 전공 지식을 깊이 있게 학습하고 엄정한 임용고시를 통과하기 위해 피땀 어린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동일 직무에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직렬별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각 직무의 특성과 요구되는 전문성, 이를 검증하는 요소와 체계가 확연히 상이하다”며 “이번 전직 절차는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를 외면해 부실한 전문성 검증을 거친 인력이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책임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은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협회의 문제 제기에 상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함이라 설명하며 적격자가 없으면 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상태이다. 광주교육청의 추진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협회는 당사자인 상담교사들의 의견 수렴과 사전 협의 등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추진한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 협회는 “광주교육청은 현재도 ‘내부 사정이라 공개하기 힘들다’는 불투명한 답변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소통의 부재를 넘어 일방적인 행정 편의주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담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폄훼하는 오만하고 불통적인 형태”라며 ▲전직 임용 즉각 중단 ▲전직 임용 객관적 모든 근거 공개 ▲현장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정의석 한국상담심리학회광주분회장과 협회 관계자들, 임용준비생들이 3일 광주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전직 임용 추진의 부적절성을 주장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1인 피켓시위가 진행 중이다.
더에듀 | “몇 번을 말해도 똑같아.”, “안 되는 애는 진짜 안 돼.”, “내가 너무 기대했나 봐요.” 교실과 가정에서 흔히 들리는 말이다.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실망은 어느 순간 포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단 한 번의 말, 한 번의 훈계로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훈육은 기다림이다. 오늘 깨닫지 않아도, 내일 변화하지 않아도, 아이 곁을 지키며 같은 말을 반복해 주는 과정이다. 바르게 말하고, 올바른 행동을 보이며, 아이가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천천히 건네는 일이다. 그 시간이 쌓일 때 아이 안에는 변화의 싹이 자란다. 아이들은 말귀가 느릴 수도 있다. 감정 조절이 서툴 수도 있다. 사회적 규칙에 익숙해지는 데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지적이나 처벌이 아니라, 속도를 맞추어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왜 그게 안 돼?”라는 말은 아이의 마음을 닫게 한다.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는 말은 아이에게 다시 걸어갈 용기를 준다. 기다림은 방임이 아니다. 아무 말 없이 내버려두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잘할 때는 격려하고, 어려워할 때는 다시 설명하며, 그래도 안 될 때는 한숨 대신 묵묵히 곁을 지키는 태도이다. 어떤 아이는 세 번 만에 배운다. 어떤 아이는 서른 번이 걸린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리듬이 서로 다른 것일 뿐이다. 우리가 조급해지는 순간, 아이의 가능성은 닫힌다. 기다림은 교사의 품격이자 부모의 신념이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바로 되는 결과’보다 ‘서서히 이루어지는 변화’를 믿을 줄 알아야 한다. 기다림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며, 훈육의 가장 깊은 방식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오늘의 아이는 내일의 사람으로 자란다. 성장은 조급함이 아닌, 인내 속에서 이루어진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내년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예산은 113억 1000만원으로 올해 대비 9억 7000만원 상승했다. 국교위 예산은 운영지원과 기본경비, 인건비로 구분된다. 운영지원에는 총 46억 2100만원이 배정됐다. 법정회의 등 운영에 8억 8100만원, 교육연구센터 운영 및 정책연구에 25억 3600만원, 국가교육과정 개발·고시 지원에 4억 3500만원, 국민의견수렴 및 현장소통 활성화에 7억 6900만원이다. 국가교육과정과 관련한 세부 내용으로는 교육과정 연구센터 운영에 9억원이 배정돼 지난해 대비 2억원이 증액됐다. 교육과정 모니터링단 운영 예산은 1억 94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500만원 늘었다. 국민의견수렴 관련 세부내용으로는 국민참여위원회 예산이 6억 5700만원 배정돼 지난해 대비 3억 8200만원 증가했다. 국민의견수렴 및 조정 절차 추진, 사전 검토 예산은 1억 12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6700만원 증액했다. 인건비는 43억 88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1억 2600만원이 늘었다. 기본경비는 23억 4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억 5900만원 줄었다. 한편, 국교위는 3일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대입제도특위)’ 위촉식 및 제1차 회의를 열었다. 대입제도특위는 차정인 국교위원장이 직접 이원장을 맡아 운영한다. 위원으로는 △강경진 서강대 수석입학사정관 △권성훈 성균관대 입학사정관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기금교수 △김동진 인천동산고 교사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영석고 교사 △김훈호 공주대 교육학과 교수 △이동배 감일고 교사 △임진택 경희대 입학처 입학전형팀장 △정한철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최미정 고려대 책임입학사정관 △허정은 부산대 책임입학사정관이 위촉됐다. 대입제도특위는 향후 6개월간 대입제도 개선에 관한 다양한 정책 제안과 연구 내용을 심도 있게 분석, 토론하고, 개선안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대학입학제도는 모든 교육정책과 연결되어 있어 정책들이 종합적으로 정합성을 갖추도록 설계돼야 한다”며 “교육적으로 타당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실현되게 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며, 학우 간의 경쟁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초임 교사, ‘친구 같은 교사’를 꿈꾸다 저는 처음 교사가 되면서, ‘친구 같은 교사’를 꿈꾸었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은 데에는 제 학창시절 과거가 한몫했습니다. 제 중학교 시절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다른 글에서 쓴 적이 있는데, 제가 다닌 중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깡패였습니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매를 들고 왔고, 조금만 떠들어도 손바닥은 기본이고 허벅지, 종아리, 발바닥은 매타작으로 멍들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간혹 매를 들고 오지 않는 선생님도 계셨는데, 매 대신 우리는 싸대기를 맞았습니다. 준비물 안 갖고 왔다고, 그들이 때리기 좋으시게 제 얼굴을 살짝 기울여 자리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점점 제 차례가 다가올 때는, 긴장감도 그런 긴장감이 없습니다. 쇠몽둥이로 단체 엎드려뻗쳐 자세로 엉덩이 맞기, 도미노처럼 일렬로 서서 싸대기 줄줄이 맞기, 바리깡으로 머리 고속도로 나기, 한 시간 동안 엎드려뻗치기 등이 참으로 일상인 학교였습니다. 더 심한 것들이 많지만 뭐 좋은 거라고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중학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외고로 갔기에 나름 공부 잘 하는 아이들과 함께였고, 선생님들도 상대적으로 점잖았습니다. 적어도 매로 체벌을 당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간혹 있긴 했지만, 그 전 중학교에 비하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선생님들은 흥분을 잘했습니다. 한 번은 계속해서 수업시간에 졸았던 한 학생을 나오라고 하더니, 갑자기 씩씩대며 싸대기를 무지막지한 파워로 날리는 게 아니겠어요. 역사 교사였던 그는 수업 중에도 박정희 비판하고, 미국 비판하고 했던 소위 ‘진보적인’ 교사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저에게 힘을 가졌던 그 교사는, 그 일 이후 저에게 힘을 잃었습니다. 역겹디 역겨운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흥분하면서 감정을 담아 주먹으로 때리는 교사가 이곳에는 그 말고도 심심찮게 보였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은 제 바람은, 이 빌어먹을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생겨났습니다. 만약 내가 교사가 된다면, 저런 별 꼴 같지 않은 교사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나는 따듯하고 포근하며, 친구 같은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친구 같은 교사, 나락으로 떨어지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 교단에 기간제 교사로 섰습니다. 나는 화내지 않고,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받아주었습니다. 거절하면 아이가 상처 받을까봐 돌려서 돌려서 얘기했는데, 아이는 못 알아들었는지, 알아들었어도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시 무대뽀로 요구했습니다. 결국 저는 받아주었습니다. 수업 중 떠들어도 저는 어쩌지 못했습니다. 물론 조용히 하자고 부탁했지만, 아이들은 조용히 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을 얘기해도 안 됐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용히 하라는 저의 온화한 부탁은 정말 씨알도 안 먹혔습니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선을 넘었습니다. 저를 치고 도망갔습니다. 저는 친구 같은 교사가 되고 싶었기에 화내지 않고 받아주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쫓아가며 잡기 놀이를 했습니다. 같이 교실을 뛰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아이도 웃고 나도 웃으며 즐거워 보였습니다. 순간적으로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내가 정말 친구 같은 교사가 된 것 마냥 착각에 아주 깊이 빠졌지요.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더 선을 넘었습니다. 학교에 오면 모두 핸드폰을 끄고 제출해야 하는데(핸드폰이 생겨나 아이들 손에 막 들어온 초기에는 그랬습니다), 한 녀석은 일부러 저 보란 듯이 핸드폰을 내지도 않고 꺼낸 채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고선 한 소리 하려고 다가가니 그 아이는 교실을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잡으러 나갔고 그 아이는 도망쳤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 못 해 먹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거 때려 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떤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을까요? 네, 맞습니다. 저는 무서운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호통치는, 그런 교사가 돼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들면, 딱딱한 물건이나 책을 교탁에 큰 소리가 나도록 치기도 하며 “모두 조용히 안 해! 모두 눈감고 손머리 해!” 하는 식으로 소리쳤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아이들을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2000년대 후반, 그때만 해도 체벌이 알게 모르게 있기는 했겠으나 크게 허용되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최소한 그것만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문제행동이 너무 심했고 아무리 얘기해도 안 되는 어떤 아이에게 엎드려뻗쳐까지는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또 들고 있던 결재판으로 아이의 어깨를 밀친 적까지도 있었습니다. 정말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순간입니다. 그렇게 저는, 제가 그토록 증오했던 교사들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가 되길 바라던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친구 같은 교사, 그 환상에서 벗어나다 신규 교사 중 은근히 저 같은 과정을 거치는 분들이 꽤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각 잡고, 무섭게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저처럼 온화하게 해 보다가 안 되니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무섭게 돌변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친근하게도 해 보다가, 무섭게도 해 보다가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지 싶습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여기서 어쨌든 분명하게 말씀드릴 건, 친구 같은 교사는 ‘환상’이라는 겁니다. 그런 교사는 없습니다. 혹시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친구 같은 교사가 환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현실에 있다손 치더라도, 그게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라는 게 어떤 관계입니까. 서로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입니다. 얼핏 들으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친구 사이에서는 물론 그런 관계가 좋고, 친구 사이라면 응당 그래야 합니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 사이도 평등하고 대등해야 할까요? 그게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가 군대처럼 억압적인 상하관계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평등하고 대등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위치에 있고, 학생은 배워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예민한 분들은 이게 굉장히 권위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는데, ‘교사’라는 낱말 자체가 그런 뜻이고, ‘학생’이라는 낱말 자체가 그런 뜻입니다. 저는 그저 풀어썼을 뿐입니다. 애초부터 둘 사이는 대등함을 전제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친구가 아니기에 학생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줄 필요도 없고, 모두 수용해 줘서도 안 됩니다. 심지어 친구 관계에서도 다른 친구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지 않습니다. 내가 불편하면 들어주지 않는 게 맞습니다. 억지로 들어줘야 한다면 그건 어느 순간 폭력이 되는 겁니다. 하물며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때로 옳지 않은 요구를 하는 학생들의 요구까지 모두 들어주는 게 맞는 걸까요? 물론, 당연히,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라면 민주적인 토론과 토의 과정을 거쳐 들어주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까지 부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논의의 폭은 지금보다 더 넓힐 필요 또한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정말로,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안 되는 것들까지 인권의 이름으로, 친구 같은 교사의 이름으로 받아주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예컨대, 폭력적인 행동은 어떤 이유에서든 받아줄 수 없습니다. 다른 친구를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있는데, 나는 친구 같은 교사니깐 제지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제지해야 하나요? 실제로 친구 관계라면, 물론 제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지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어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라면 학생의 폭력적 행동을 반드시 제지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아니면 좋게 좋게 타이르는 걸로 끝나거나요. 물론 그 학생이 왜 이렇게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지 그 사정을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 학생 또한 피해 받은 게 없는지도 알아봐야겠지만, 주먹을 휘두르는 그 순간은 단호히 막아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폭력은 절대로 안 된다는 걸 그 아이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는, 교사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 있다는 걸 가르쳐야 합니다. 이건 친구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교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거지요. 교사가 친구가 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구 같은 교사이기를 포기한다고 해서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친구 같은 교사이기를 거부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인권을 도외시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친구 같은 교사를 그만하겠다고 해서, 민주적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적인 학급을 위해서, 배제와 차별과 따돌림을 막기 위해서라도 친구 같은 교사는 그만둬야 합니다. 제발 아직도 친구 같은 교사가 되길 바라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그 환상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신 본인도 실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친구’와 똑같은 수준의 교사를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친구처럼 기댈 수 있고, 권위적이지 않고, 민주적인 교사상을 생각하고 계실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낱말의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 같은 교사라는 게 뭔지, 정말 내가 원하는 게 친구 같은 교사가 맞는지. 저는 당시에는 몰랐어요. 민주적인 교사와 친구 같은 교사가 다르다는 것을. 저는 실은 민주적인 교사가 되고 싶었다는 것을.<계속>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가 은성일렉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자통신분야 인재양성에 힘을 합친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와 은성일렉콤이 지난달 21일 ‘전자통신분야 마이스터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술 협력’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통신 산업 환경에서 학교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실무 중심의 전문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산학 연계 교육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양 기관은 ▲기업 직무 기반 실습 운영 ▲산업 현장 전문가의 프로젝트형 교육 제공 ▲현장 기반 수업 환경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은성일렉콤은 전자통신 장비 설치·운용, 시스템 유지보수, 신기술 적용 사례 등 실무에서 요구되는 전문 기술을 학교 현장에 공유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을 실제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학생 실습 프로그램은 단순한 기술 체험을 넘어, 산업체의 직무 프로세스를 반영한 실제 업무 중심 실습으로 운영해 졸업 이후 현장 투입 시 즉시 업무가 가능한 실무형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협약에는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기업은 ▲교사 대상 현장 기술 연수 ▲산업 트렌드 공유 세미나 ▲전문가 기술 자문 ▲교육과정 개선 협력 등을 통해 학교 교사가 최신 기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전자통신 분야의 기술 변화가 빠르게 교실 수업에 반영되고, 실무 중심 교육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관은 학생들의 현장 실무능력 강화와 교사의 전문성 향상, 산업체 기반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목표로 상호 협력해 다양한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약을 통해 학교는 더 높은 수준의 실무형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기업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조기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 기관은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기적인 실무협의회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학교–기업 간 소통 창구 운영 ▲공동 교육 프로그램 조정 및 성과 관리 ▲취업 연계 및 직무 컨설팅 협력 ▲산업 기술 변화 반영 교육과정 개선 ▲공동 프로젝트 기획 및 확장 논의 등을 통해 산학 협력의 지속성을 확보하게 된다. 고상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은 “마이스터고 교육의 핵심은 실전 능력을 겸비한 전문 기술 인재 양성”이라며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기술 역량과 취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인걸 은성일렉콤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기업과 학교 모두의 과제”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실무 중심 교육이 강화되고, 우수 기술 인재 발굴과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숙제를 단 한 번도 빼먹지 않아요.” 전남 장흥 용산초등학교 학생들이 AI 수학 학습 플랫폼 도입 이후 변화한 학생들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용산초는 전남교육청의 미래형 교실 모델인 ‘2030교실’을 운영하며, 지난 10월 30일 자기주도형 AI 수학 학습 플랫폼 ‘수학대왕’을 활용한 시범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시범수업은 수학대왕을 접목하여 개인별 학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업에 반영하는 혁신적인 참여형 수업 모델을 선보였다. 시범수업은 ‘학습–진단–피드백–재학습’의 4단계 학습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수학대왕으로 문제를 풀면 학습 데이터가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집계돼 오답률이 높은 문항과 취약 영역을 즉시 파악할 수 있다. 교사는 오답률이 높은 문제에 대해 풀이하며 개념을 정립했고 이를 교과서 수업과 연계해 핵심 개념을 확장·적용했다. 또 개인별 취약 영역을 보완하기 위해 클리닉과 숙제를 제공해 가정에서 맞춤형으로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시범수업에서는 학습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수학대왕의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적극 활용했다. 문제를 풀면 포인트를 받고 아바타 꾸미기 등의 기능을 활용해 학생들의 흥미를 돋웠다. 수업 말미에는 학생별 누적 포인트와 학습 결과를 확인하며 성취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포인트 적립과 친구들과의 결과 공유 과정에서 큰 흥미를 보이며 게이미피케이션 요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지속한 수학대왕 활용 수업에서 학생들의 학습 몰입도가 높아지고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이 크게 강화하는 게 관측됐다. 박재희 담임 교사는 “이전에는 70번 중 5번도 채 하지 않던 숙제를, 수학대왕 활용 후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을 만큼 학생들의 학습 태도가 크게 변화됐다”고 밝혔다. 학급에서 가장 적은 문제 풀이 학생의 누적 풀이가 2900개에 달하는 등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역량도 높아졌다. 수학대왕 운영사 튜링의 최민규 대표는 “용산초 사례는 AI코스웨어와 공교육의 결합이 학생의 학습 몰입도와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기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남 2030교실을 비롯한 다양한 교실에서 수학대왕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2심에서 금고 6월, 선고유예를 받은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A교사)가 상고를 포기했다. 교원단체들은 당사자 결정 존중과 함께 위로를 표하며, 제도 개선에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강원교사노조에 따르면, 2심 재판 이후 상고장을 제출했던 A교사가 지난 1일 상고취하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의 법리 심판을 받지 않고 2심 재판을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 이에 강원교사노조는 “A교사의 선택은 오랜 고민 끝에 온전히 선생님의 삶과 회복을 위한 결정임을 잘 알고 있어 존중한다”며 “지난 3년간 길고 고통스러운 법적 절차를 견뎌오신 선생님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마음과 일상이 온전히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드러난 교사의 과중한 책임 구조와 현장의 불합리함은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니다”라며 “다시는 한 교사가 홀로 고통을 짊어지지 않도록, 안전한 교육환경과 합리적 책임 체계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에 끝까지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강원교원단체총연합회(강원교총)도 2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A교사의 결정 존중과 함께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등의 제도화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교총은 “심사숙고해 내린 판단과 결정을 존중한다”며 “3년여간 제자를 잃은 슬픔과 고통 등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좋은 교육을 이어가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또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학생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깝고 슬픈 사건·사고가 없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교육청의 위로와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안전한 교육활동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교총은 “민사·형사 책임의 교원 불안감과 현실이 계속되는 한 체험학습은 지속하기 어렵다”며 “교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이냐는 근본적인 물음과 불안감이 교육 현장에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개정된 학교안전법은 사후조치 중심이라 실제 면책이 이뤄지는지에 대해 많은 교원이 우려하고 있다”며 “교원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분명한 면책 요건과 기준의 마련과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의 즉각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춘천의 한 초등학교 소속인 A교사는 지난 2022년 11월 아이들과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 체험학습을 떠났다. 도착 후 버스에서 내려 이동하던 중, 버스가 후진하며 한 아이를 덮쳐 사망에 이르게 됐다. A교사는 주의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1심에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에서는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의 유죄를 받았다. 버스기사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보조인솔교사는 무죄가 확정됐다.
더에듀 | 최근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다양한 입법이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교육여건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교원들은 정치기본권을 통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학교폭력 심의결과는 대학입시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같은 맥락으로 교육활동 침해도 입시에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2024년 기준 교육부는 특별교부금으로 549억원 교부하였고, 이중 경기교육청은 127억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행의 효과를 알 수 있는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경기교육청은 지원청 단위의 통계를 비공개합니다. 현재 경기교육청 산하 25개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심의결과의 통계에 대해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전국 16개 교육청에도 동일한 정보를 청구한 상태입니다. 학교 1개씩 1만 2000번은 공개해도, 1만 2000개 학교를 한 번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비밀누설금지 등)와 교원지위법 제30조(비밀누설 금지 등)는 쌍둥이 같이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항에서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에 대해 누설하지 말 것을 정하고, 제2항에서는 비밀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제3항에서는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회의록은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공개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두 법의 각 조항은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모든 자료를 비공개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하지만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밀의 범위를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두 법 모두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밀은 ①개인정보 ②심의·의결과 관련된 개인별 발언 ③누설될 경우 분쟁당사자 간에 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 명백한 사항 세 가지 뿐입니다. 그러기에 교육기관정보공개법 시행령 제3조 및 별표1의 11. ‘학교폭력의 발생현황 및 처리에 관한 사항’을 정보공개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를 통해서 학교별로 사전공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교육행정의 주장처럼 비밀유지 조항이 절대적이었다면, 학교알리미는 학교폭력 심의결과 통계를 비공개했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학교알리미는 많은 사전 공시정보를 제공하지만, 유독 학교폭력 통계정보는 [자동입력방지문자]를 통과해야만 볼 수 있으며, 개발자들이 각종 앱과 통계자료 확보에 이용하는 OPEN API에는 학교폭력 통계가 빠져있습니다. 학교폭력 통계는 전국 1만 2000개의 학교를 한 번에 하나씩 공개하되, 1만 2000개를 일괄 공개하지 않는 신비한 영역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비공개, 정보공개법/통계법/학교폭력예방법/교원지위법을 위반한 직권남용이다! 경기교육청은 또 다른 비공개 근거로 정보공개법과 통계법을 말합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에 따른 다른 법률에서 정한 비밀, 제5항에서 정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는 정보, 제6항에 따른 개인정보와 통계법 제33조(비밀의 보호)에 따른 비공개입니다. 정보공개법에서 정한 타법에 해당하는 학교폭력예방법과 교원지위법에서는 근거가 없음이 확인되었고, 이미 학교단위에서 통계가 공개되어도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통계가 공개되어 업무의 수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지원청 단위나 학교단위 통계에는 개인정보가 당연히 없습니다. 교육청은 통계의 작성과정에서 알려진 사항 중에 개인이나 법인 또는 단체 등의 비밀이라며, 교육지원청이 법인 또는 단체에 해당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계법 제3조 제5호에 따라 교육(지원)청은 ‘개인/법인/단체’가 아닌 ‘공공기관’입니다. 따라서 학교의 교원과 교육(지원)청 장학사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고 되어있는 관련법을 모두 위반하여 직권남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폭력과 쌍둥이 구조를 가진 교육활동 침해도 각종 통계는 공개해야 할 대상입니다. 학교폭력 처리과정에서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창피해서 비공개하는 것인가? 교육청이 학교별 통계를 일괄로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학교별 서열화 우려 때문이라고 비공식적으로 말합니다. 실제 발생 건수와 조치 건수만 공개하는 현재의 방식에 실제 문제가 있긴 합니다. 진짜 교육이라면 학교폭력의 양 당사자들이 화해를 했는지, 관계는 회복되었는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로 피해가 회복되었는지,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교육으로 자기성찰과 반성을 이끌어 냈는지, 피해는 보상되었는지, 추수 상담은 계속 되어 추적 관리하고 있는지 등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특히 학교폭력의 심의결과가 ‘행정처분’이 아닌 ‘교육적 조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항목들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런 일들은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에서 정한 바 없고, 교육청과 학교 모두 이러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하지 않으니 통계를 공개할 리 없습니다. 실제 학교와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은 심의가 끝난 후 학교봉사, 출석정지, 특별교육 시간이수 등의 숫자적 행위만 할 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직권을 남용해서 만든 ‘직무상 취득한 정보의 비밀유지’ 뒤에 숨어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않으며, 사건 존재를 모르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학생들의 회복에는 교원들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사실 학교 내 전담교원 정도만 심의에 따른 조치결과 이행을 위해 알 뿐, 비밀유지조항 뒤에 숨어서 담임조차 공식적으로는 심의결과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교의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의 공시정보가 일부 제한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교육기관정보공개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총 15개의 정보를 사전공시하도록 되어있으나, 이중 제4호 ‘학교의 학년별·교과별 학습에 관한 상황’과 제12호 ‘국가 또는 시·도 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에 관한 사항’은 초/중학교의 경우 교육지원청 단위, 고등학교는 교육청 단위로 공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학교폭력의 발생현황 및 처리에 관한 사항’은 제11호에 해당하여 교육(지원)청 단위로 공개하는 공시정보가 아닙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25개 교육지원청은 학교서열화를 핑계로 교육지원청의 서열화가 우려된다며 비공개한다는 법에 근거없는 설명을 하는 것입니다. 학교폭력에만 549억원의 특별교부금이 사용되지만, 집행은 완전 깜깜하다! 학교폭력의 판단에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학교 심의에서 지원청 심의로 바뀌었고 심의위원들의 수당은 10만원대로 신설되었으며 이제 전담조사관도 10만원대의 수당을 받습니다. 물론 역할에 따른 대우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절차와 조사의 객관성에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작 교육과 회복을 담당하는 특별교육은 최저인건비 수준으로 십수명의 학생들을 모아야 겨우 1회기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는 점입니다. 초기 피해학생을 지원하는 시군단위 피해학생 지원전담기관은 수백건이 사안이 발생해도 년간 500만원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또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언급조차 없고, 학교폭력 접수 시 피해학생과 보호자에게 안내되지도 않습니다. 학교폭력사안처리 가이드북 133페이지의 안내문에는 행정절차만 적혀있을 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에 대한 지원기관이나 권리보호방법, 화해중재단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습니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9월 SNS에 “지난해(2024년) 우리 교육청 화해중재단에 접수된 사안 1800여건 중 1600여건이 해결되었습니다. 오해를 풀고 이해를 하면 교육적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게시했습니다. 이는 과연 적절한 정책수행의 결과였던 것일까요? 저에게는 교육지원청에서 화해중재단에 편성된 예산소진을 위해 화해중재 업무가 아닌, 예방적 써클 활동을 한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이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25개 교육지원청에 첫 번째로는 ‘운영계획서’를, 두 번째로는 ‘운영 결산현황’을 정보공개 청구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영계획서는 모두 공개, 결산현황은 모두 비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교육지원청은 운영계획서에 전년도 결산현황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운영계획서를 통해 이미 공개된 자료가, 결산자료만 별도로 청구하자 비공개가 된 것입니다. 화해중재단 운영계획서에는 ‘써클’이 무엇인지 설명이 없습니다. 담당자와 통화하니 화해중재단 신청실적이 저조하여,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실행한 사건 발생 전의 예방활동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제가 받은 제보는 일부 확인되었고, 임태희 교육감이 SNS에 남긴 글 중 ‘1800건’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인지 결국 확인할 수 없습니다. 분석과 진단 없는 처방만 난무, 부작용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교육행정 학교폭력의 조치결과 중 출석정지 일수 등이 입시에 반영되는 방식은 수년전부터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제는 1호만 결정되어도 교육대학의 입학자격이 상실되며, 비교적 약한 3호 교내봉사 만으로도 감점이 되고, 6호 이상은 탈락사유가 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학교폭력의 조치결과가 입시에 반영되는 사유는 지난 십수년간 수백, 수천억원의 예산이 집행되었음에도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확인 안 되는 예방활동도 학교 밖 단체에게 수백억을 투입하지만, 정작 발생한 사건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방치됩니다. 반성과 화해를 확인하는 학교교육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오류를 찾아내려면 수백, 수천억원의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로 집행되는지 확인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행정은 가장 기본적인 통계조차 비공개합니다. 행정 및 교육감들의 자화자찬은 늘어만 가지만 체감되는 세상은 반대 상황입니다. 저는 학교폭력 또는 교육활동 침해가 입시에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영의 핵심은 사건의 발생과 심의 결과가 아니라, 조치이행 등에 최선을 다한 지원 후에 변화된 학생의 관계회복, 반성 여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교육대학의 점수가 너무 높아 “선생님들이 너무 공부를 잘해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라는 학부모들의 우수갯 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한 가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들이 학교 다닐 때 친구와 한번 싸우지도 않아서, 갈등 상황 속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교육행정은 각종 통계뿐만이 아니라 전담조사관 및 심의위원회 업무매뉴얼 등을 모두 비공개합니다. 정작 경찰은 학교폭력 관련 통계와 관련 수사매뉴얼을 공개하고 피/가해자에게 권리 안내와 지원기관 안내문을 필수로 배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행정의 학교폭력의 사안처리 과정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이런 비밀주의와 비공개 속에서는 기존 정책에 대한 분석과 진단이 불가능하고, 진단 없는 처방은 부작용을 가져옵니다. 지금의 교육행정은 부작용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비밀주의부터 해결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더에듀 | 최근 서울대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인 이혜정 교수의 ‘한일 IB 역사 공동수업이 보여준 미래’라는 기고(서울경제, 2025.11.29.)는 향후 한일 관계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제시해 주었다. 여기에는 11월 1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IB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주 표선고, 일본 나가노 요가다 고교 학생들이 화상으로 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전달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교과서 기술 방식, 강조점, 서술 배경을 직접 비교·질문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간 교실에서 접하지 못했던 ‘타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었다. 짧은 대화와 토론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답을 가르치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배움의 형식이 존재했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를 축소하거나 모호하게 기술한 대목에 의문을 제기했고, 일본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일제강점기 중심 서술로 협소하게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로는 감정이 오가는 순간도 있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외교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교육의 현실이 드러났다.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왜 이렇게 다르게 쓰였을까?”, “앞으로 우리 세대는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 과정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상대의 인식 구조와 교육 환경을 이해하는 학습 자체가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험은 단지 한 차례의 교류 수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육 현장은 외교나 정치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다르다. 국가가 아닌 ‘학생’이라는 개인이 주체가 되어 말하고 듣는 공간이며, 상대를 설득하거나 포용하는 방식도 훨씬 자연스럽다. 교실 대화가 지닌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른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한다는 말이 결코 비유만은 아니다. 실제로 여러 학교 현장에서 비슷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경남의 한 중학교는 일본 시즈오카현의 학교와 3년째 온라인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역사뿐만 아니라 환경·노동·청년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공동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은 ‘다르면 위험하다’가 아니라 ‘다름은 탐구의 출발점’이라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다. 또 어느 고교에서는 양국 학생들이 각자 지역의 기억 장소(평화박물관, 전쟁 유적지, 산업근대화 공간 등)를 탐방한 뒤 서로의 시각을 영상으로 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과거사 논쟁이라는 주제조차 일상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한국 교육은 이러한 교류 모델을 단발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교육 과정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IB 방식의 탐구 중심 수업 모델을 발전시켜 ‘비판적 비교 교육’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동일 주제에 대해 각국의 사료·교과서·언론 보도를 비교하는 활동은 학생들의 인식 폭을 넓히고, 민감한 주제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할 것이다. 둘째, 학교 간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제도화해야 한다. 현재는 개별 교사나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프로그램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교육청 또는 국가 차원의 교류 플랫폼이 마련되어야 지속성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학생 주도형 대화 구조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와 연구자는 조력자 역할에 머물고, 주제 선정·질문 구성·협업 방식 등은 학생 스스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토론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한일 관계는 흔히 정치와 외교의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미래를 살아갈 이들은 지금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다. 이번 공동수업에서 드러난 것처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질문을 통해 관계를 다시 설계하려는 청소년들의 태도야말로 미래 외교의 자산이라 할 것이다. 교실 속 50분 대화가 지속되면 학생들이 만들어 갈 10년, 20년 후의 한일 관계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교육의 사명은 지식 전달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미래는 지금 그들의 대화 속에서 이미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있음에 희망을 간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