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가상세계가 수업에 활용되면서 교실과 학교라는 공간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교사들은 확장된 교육공간 속에서 아이들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면서 흥미도와 참여도가 향상했다고 말한다. 이에 <더에듀>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도전장을 내민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속 교사들의 교육 활동 사례 소개를 통해 아이들과 수업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피고자 한다.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등장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마음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사회정서교육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마련해 학생들의 발달 특성과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자기와 ▲관계 ▲공동체 ▲마음건강 등을 4대 영역으로 나누고 △자기이해와 △자기관리 △감정조절 △타인이해 △관계맺기 △책임있는 의사결정 등을 6가지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다만 아직은 교육과정 속에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기에, 교사들이 각자의 수업과 학급 운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정서교육을 시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더 생동감 있는 방식으로 사회정서 역량을 길러줄 수 있다. 오늘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의 ‘자기’ 영역 수업사례를 나누고자 한다. “스스로 감정을 드러내고 나누면서 나를 먼저 이해해볼까?”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은 크게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지만, 그 출발점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영역은 자기이다. 중학교에서 자기 영역의 학습 목표는 ‘감정의 복합적인 특성을 알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이다. 다시 말하면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드러내고, 이를 서로 나누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수업 활동지 틀에 ‘오늘 나의 기분은?’이라는 질문을 넣어 매 수업 시작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도록 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질문만 던졌을 때 학생들이 막연해하며 쉽게 기분을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활동지 파일 표지에 다양한 감정 단어들을 정리해 라벨지 형태로 붙여 배부했더니,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단어를 골라내며 훨씬 더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에서 그치지 않고 ‘설렌다’, ‘긴장된다’, ‘답답하다’, ‘자랑스럽다’처럼 구체적인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면서 교실 속 대화도 한층 풍성해졌다. 내 감정 어떻게 조절하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에서 자기 영역의 두 번째 축은 자기 관리이다. 중학교 단계에서 이 영역의 학습목표는 ‘강렬한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자기 조절 기술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스트레스와 같은 강한 감정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직접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 이에 학생들이 각자의 해소 방법을 서로 나누는 활동을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미리캔버스의 AI 기능을 활용해 자신만의 액션 피규어를 만들도록 하고, 그 안에 스트레스 해소와 관련된 물건 세 가지를 포함하게 했다. 그랬더니 어떤 학생은 운동기구를, 또 다른 학생은 음식 아이콘을 넣어 자신만의 해소법을 담아냈다. 이후 학생들은 완성한 액션 피규어를 학급별 보드에 공유하며 자신이 스트레스를 풀 때 어떤 방식을 활용하는지 소개했고, 다른 친구들의 방법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해소법을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회정서교육 “나와 우리, 공동체를 이해하는 시간” 사회정서교육은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과 타인, 그리고 공동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교실 속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 경험은 학생들의 마음을 돌보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 교육과정 속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고, 체계적인 교과서와 교수·학습 자료가 마련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XR메타버스교사협회 소개 XR메타버스 교사협회는 XR과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진 전국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비영리 단체다. 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XR·메타버스의 다양한 가능성을 연구하고 실험해 보고 있다. 단순히 이론적 분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교재를 개발하여 수업에 투입하고,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동료 교사들에게 노하우를 확산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협업해 기술적 자문과 지원을 받고, 이를 교실 현장에 검증하는 과정도 거치며, 각종 학회나 박람회 부스를 통해 교육 혁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고 있다. 조애진=2025 포천 에듀테크 교사단, 2024 교실혁명 선도교사, 경기 질문하는학교 선도교사단, 2023 AIEDAP 마스터교원 등으로 활동하며 디지털 기반 수업 혁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 VR 등 다양한 에듀테크를 수업에 접목하여 학생 주도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더에듀 |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업능력, 자기주도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더해 지속가능발전은 전세계 국가의 과업이 되고 있다. 즉 기술과 가치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를 담기 위해 초중등 교육계에서는 창업교육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에듀>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를 기르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의대 진학에 몰두하는 대한민국의 왜곡된 진로교육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창업교육이나 디자인씽킹 수업에서 첫 단계는 ‘팀빌딩(Team Building)’입니다. 흔히 창업이라고 하면 멋진 아이디어나 독창적인 제품을 떠올리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혼자서는 발전시키기 어렵고, 함께 고민하고 보완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교육에서는 팀빌딩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어린 학생들은 협업 경험이 부족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타인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과정을 배우는 단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팀을 이루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학습 목표가 됩니다. 왜 팀빌딩이 핵심일까? 첫째, 공동의 목표 설정입니다. 창업과 디자인씽킹은 모두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팀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해야 합니다. 목표를 함께 세우는 순간, 학생들은 자신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팀의 일원’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둘째, 소통과 협력의 훈련입니다. 초등학생들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만, 다른 친구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직 미숙합니다. ‘팀빌딩’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 태도가 길러집니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제안하는 방법,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배우며 소통의 기본적인 스킬을 훈련하기 매우 유용합니다. 셋째, 책임감과 성취감입니다. ‘팀 활동’에서는 내가 맡은 역할이 곧 팀의 성과로 이어집니다. 작은 역할이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완수했을 때, 학생들은 개인적 성취감과 동시에 팀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창업교육의 중요한 교육적 효과입니다. 초등학생의 팀빌딩 방법 팀 구성은 처음에는 앉은 자리 위주로 구성합니다. 창업수업을 위해 일부러 팀을 구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창업을 할 것이 아니라 창업수업을 하며 협업의 기쁨을 경험하게 될테니까요. 오히려 다양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이 모인 팀이 훨씬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협업을 통해 교사가 미쳐 보지 못했던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첫째,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 활동을 해볼까요. 처음 만난 팀원들과 어색하지 않도록, 게임 형식의 활동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나를 나타내는 한 단어 소개하기’나 ‘팀원들의 얼굴을 돌려가며 그려주기’, ‘눈을 감고 서로의 얼굴 그리기’ 같은 활동은 학생들이 즐겁게 서로를 알아가는 계기가 됩니다. 둘째, 팀이름과 팀구호를 정해볼까요. 팀의 소속감을 놓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입니다. 거창한 이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팀원 모두가 합의한 팀이름이라면 무방합니다. 힘차게 외칠 수 있는 구호를 함께 정하여 모두 같이 외쳐보는 활동으로도 팀의 결속력이 높아집니다. 셋째, 공동 규칙을 만들어야 해요. 학생들과 함께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끼어들지 않기’,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같은 팀 규칙을 정하면, 팀워크의 기본 틀이 만들어집니다. 규칙은 아이들이 직접 정할수록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집니다. 넷째, 작은 성공 경험을 쌓도록 해주세요. 바로 어려운 과제를 주기보다, 쉬운 문제 해결이나 간단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팀이 함께 해냈다’는 경험을 먼저 쌓도록 합니다. 이는 곧 큰 도전과제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팀별 대항으로 디자인씽킹 수업이라면 관찰하기 빙고를, 창업 수업이라면 스타트업 빙고게임을 간단히 해보아도 좋습니다. 작은 경험이 큰 성장을 만든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교육과 디자인씽킹에서 팀빌딩은 단순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개인들의 모임’을 ‘하나의 살아있는 팀’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입니다. 학생들은 팀을 통해 협력, 책임, 소통을 배우며, 이는 앞으로의 학습과 성장에 중요한 밑거름이 됩니다. 결국 창업교육의 진짜 성과는 아이디어 자체보다 ‘함께 배우고 성장한 경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학습 태도와 문제 해결 방식,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작은 팀에서의 성취와 깨달음이 쌓여, 미래의 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길러줄 것입니다. 박정미= 22년 차 현직 교사로, 대치초등학교에서 학교 교육과정 총괄 기획을 맡고 있으며 현재 4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직업 체험 중심의 진로교육을 실천해 왔습니다. 2025년에는 본교 세 분의 교사와 함께 진로교육 연구회를 운영하며, 4학년 학생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인 ‘창창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국제 청소년 인공지능(AI) 공모전이 열린다. 세계 최초이다. AI융합교육연구회와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는 이번 공모전 ‘AI로 하나되는 아세안+3, 함께 그리는 우리들의 미래’가 슬로건이다. 공모전은 한국과 중국, 일본,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13개국 중·고등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거주 외국인 학생과 유학생도 참여할 수 있으며, 유학생의 경우 본국을 참가국으로 표기한다. 10월 1일~11월 8일까지 전용 홈페이지(aseanai.net)를 통해 응모할 수 있으며 수상작 발표는 11월 20일, 시상식는 같은 달 25일 국회에서 열린다. 응모 마감인 11월 8일에는 국회에서 ‘AI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 및 토크콘서트’가 부대 행사로 열린다. 공모 분야는 ▲AI 활용 그림그리기 ▲AI 활용 동영상 제작 등 2개 부문이다. 그림 부문은 Gemini, ChatGPT, DALL-E3, Midjourney 등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제출하며, 영상 부문은 Veo3, Flow, Runway, Sora 등을 활용해 20초 이내 영상을 제작하고 영어 자막을 삽입해 URL로 제출하면 된다. 총 50개 작품에 대해 시상이 이뤄지며, 대회장상(대상)에는 100만원, 우수상에는 50만원, 장려상에는 10만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된다. 또한 중·고등학교 부문에서는 우수학교상, 지도교사 표창도 함께 수여될 예정이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함깨 하며, 구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국립국제교육원, 한국표준협회, DX교육데이터협회,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등이 후원 기관으로 참여했다. 공모전 관련 기타 자세한 사항은 AI융합교육연구회·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사무국 등으로 연락하면 된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지난 2023년 학부모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 문제로 고통을 겪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서울 신목초 교사 A씨에 대한 순직이 인정된 가운데, 교사들이 교권 회복의 실질적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하고 나섰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고인의 사망과 공무 수행 간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순직 결정을 발표했다. A씨는 지난 2003년 3월부터 6학년 담임을 맡아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 등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같은 해 8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에 유족은 순직을 신청했으나 지난해 6월 인사혁신처는 “담임 기간 중 교권 침해로 볼 만한 사건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재심을 청구했으며, 학급 운영 기록, 동료 교사 증언, 생활지도 불은 학생 보고서, 서울교육감 의견서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해 마침내 순직을 인정 받았다. 이에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환영을 표하며 교사 보호 제도의 전반적 개선으로 이어지길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교사의 정신적 고통과 교권 침해가 ‘공무 수행 중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라며 “교권 회복의 실질적인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이 교육활동 중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며 “교사 개인이 책임을 떠안는 구조가 아닌, 국가가 교사의 심리적 안정과 교육적 판단을 지지하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주 한 학부모 카페에서 본 글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 애들 교육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뭘 믿고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하소연이었다. 댓글에는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수백 개 달렸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솔직한 현실이다. 끝없는 불안의 늪 25년 가까이 교육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것이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애 그럴까. 첫째,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다. 정시냐 수시냐, 학생부냐 수능이냐. 학부모들은 그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적용될 제도가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지금 안 보내면 늦는다”는 학원가의 불안 마케팅은 이런 혼란을 파고든다. 둘째,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교권은 추락했고, 생활 지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한 중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주의 주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셋째,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계층 분화를 만들고 있다. AI와 코딩 교육이 중요하더라도, 정작 그 혜택은 정보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정에 집중된다. 나머지 아이들은 또다시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학부모들을 짓누른다.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또다시 ‘변화’와 ‘혁신’이 제시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도, 새로운 정책, 새로운 교육과정.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는 더 큰 혼란만 낳았다. 이제는 솔직해질 때가 됐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된 교육 시스템’이다. 내일 또 바뀔지 모르는 제도가 아니라,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교육 환경이다. 보수 교육의 가치가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는 ‘퇴행’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변하지 말아야 할 본질을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의미다.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의 네 기둥 안정된 교육 시스템은 네 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한다. 첫째, 공정한 기회이다. 부모의 배경이 아닌 학생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없애는 것이 평등이 아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되, 누구나 공정하게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다. 둘째, 안정된 교실이다.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고, 학생 지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 이것 없이는 어떤 교육 혁신도 공염불에 그친다. 교실의 질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셋째, 학부모와의 소통이다. 학부모를 교육의 방해물로 보는 시각은 틀렸다. 학부모는 교육의 동반자이다. 학교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투명하게 공유할 때, 학부모의 불안은 신뢰로 바뀐다. 넷째, 사람 중심의 AI 교육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기초 학력과 인성 교육이라는 기본 위에 디지털 역량을 쌓아야 한다. 코딩 조기 교육에 목매기보다, 생각하는 힘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먼저 길러줘야 한다. 이제는 ‘안정’이 혁신이다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교육 개혁을 지켜봤다. 그중 대부분은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변화를 위한 변화, 구호를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교실 현장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기본, 믿을 수 있는 원칙, 예측 가능한 시스템. 이것이 바로 학부모들이 간절히 원하는 교육의 모습이다. 변화가 많은 시대일수록, 안정이 더 큰 가치를 발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실험이 아니다. 든든한 기본기 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교육 환경이다. 이제 '안정과 신뢰'가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 때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더에듀 여원동 기자 | “한국 친구와 팀을 이뤄 미션을 수행하니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었어요.” 에듀테크 기업 북아이피스의 실전형 한국어 체험 프로그램 ‘친구에듀투어(Chingu EduTour)’가 외국 참가 학생들의 호평 속에 일주일 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3일부터 7일간 서울에서 진행된 친구에듀투어는 북아이피스에서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투어 프로그램으로 이번 행사에는 베트남 하노이국립외국어대학교(ULIS) 학생 총 10명이 참가했다. 친구에듀투어는 단순 관광 중심의 기존 해외 연수와 달리, 한국 대학생과 일대일로 매칭되어 팀 프로젝트, 한국어 미션, 문화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으로 기획해 베트남 대학생들이 한국어를 교실이 아닌 ‘일상 속에서 실제로 배우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투어에 참가한 베트남 대학생들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투어 및 한국어교습법 수업 참여, 이화여자대학교 투어 및 언어교육원 한국어 수업 참여에 이어 강병인 대가의 한글 캘리그라피 클래스, 한국민속촌·국립중앙박물관·청계천·스타필드 등 주요 명소 탐방, 한베 대학생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참가 학생들은 수업과 체험, 미션과 발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커리큘럼을 통해 단순 회화가 아닌 실질적이고 확장된 한국어 표현력을 습득할 수 있었다. 친구에듀투어에 참여한 베트남의 한 대학생은 “교실에서 배운 한국어는 말할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실제로 한국어를 쓰며 생활할 수 있었다”며 “특히 한국 친구와 팀을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면서 더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는 “친구에듀투어는 언어 교육을 넘어 문화 교류, 네트워킹, 진로 탐색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대상의 새로운 한국어 교육 모델”이라며 “행사를 통해 해외 한국어 교육 기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신뢰를 쌓아 한국어 교육 콘텐츠 플랫폼 쏠북(SOLVOOK)의 론칭 및 콘텐츠 유통까지 잘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아이피스는 이번 행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2월 베트남 현지 대학의 한국어학과 학생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추가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 참여 국가와 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더 많은 아시아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한국과의 문화 교류 및 글로벌 인재 양성의 가교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더에듀 전영진 기자 | 청소년 스마트폰프리운동(스프) 서울본부가 출범한다. 준비위원장은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이 맡았다. 스프운동 서울본부는 오는 1일 오후 5시,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법의 의미와 과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어 ‘청소년 스마트폰프리운동 서울본부’ 출범식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청소년 스마트폰프리운동본부는 지난 6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심각성을 알리고,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과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자며 출범했다. 현재 강원 등의 본부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 중 핵심은 중학교 졸업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국가인권위가 지난 2024년 10월, 기존의 방침을 10년 만에 뒤집고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홍제남 준비위원장은 “이제 스마트폰 중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라며 “진짜 인권은 어른들이 건강한 환경을 성장기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으로, 용기 내어 이제 그 일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출범식에 앞서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심도 있는 정책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회 기조 강연은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청소년에게 자유를’이라는 주제로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해방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설명한다. 홍제남 스프 서울본부 준비위원장은 ‘아이 미래 결정할 스마트폰, 학교내 금지법안 의미와 과제’를 발제하며 스마트폰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교내스마트기기 사용 제한법’이 학교 내에서 미칠 관계를 짚어 본다. 토론에는 천경호 성남 보평초등학교 교사이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표, 박하임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학생, 김아영 서울내곡중학교 3학년 학부모가 참여해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현행 규제의 의미와 나아가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할 예정이다. 이후 진행되는 출범식은 김성대 우리마을예술학교 교장의 사회로 경과보고와 임원 소개 및 인사말이 이어지며, ‘청소년 스마트폰프리 운동'의 확산을 위한 결의를 다진다. 스프 서울본부는 이 출범식을 기점으로 서울 지역 학교 내 스마트폰 프리 운동 관련 다양한 강연과 워크숍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정수경 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 위원장이 사퇴했다. 지난해 조합원에게 한 약속 이행 차원으로 그는 “현장에서 동료교사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등노조는 30일 정 위원장이 오늘부로 사퇴한다며, 고요한 수석부위원장 대행체제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차기 위원장 선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2~3대 위원장을 지낸 정수경 위원장은 2022년 당선 6개월 만에 초등노조 조합원 1만명 시대를 열었으며, 2023년에는 3만 5000명을 달성하며 급별 최대 노조로 성장시키는 등 업적을 남겼다. 또 임기 동안 ▲강령 및 규약 개정 ▲회계시스템 정비 및 반기별 외부 회계감사 도입 ▲대의원제 운영 내실화 등을 추진해 조직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밖에 또한 상위 기관인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초등교사 현안 제기, 국회·학계·교육단체와의 정책 협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실천 활동 등을 통해 노조의 사회적 위상 제고에 주력했다. 그러나 초등노조 수석부위원장이던 백승아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당대표에 의해 인재로 영입되자 발표한 환영 논평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게 되면서, 법률 비용을 초등노조가 집행한 것을 두고 일부 조합원으로부터 횡령 의혹을 받는 등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조합원들에게 “노조 정상화를 마친 뒤 사퇴하겠다”고 약속, 이번 사퇴 선언은 정상화를 어느 정도 마쳤다는 판단에서 진행됐다. 대법원은 대표자가 단체를 위해 직무상 행한 행위와 관련한 소송 비용은 노조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다고 한 판례가 있으며, 초등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건에 대한 조사는 종결 단계에 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상태이다. 그는 자필로 쓴 사퇴문을 통해 “사퇴를 공언하며, 건강하고 투명한 노조를 만드는 것과 연맹 내 상황을 정상화 하는 두 가지 약속을 했다”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시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의 활동 가운데 특히 2024년이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저는 떳떳하기에, 책임있게 그리고 당당하게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제 교사 정수경으로 돌아가려 한다. 정직 3개월이 예정돼 있어 곧바로 교단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이 시간을 교사 정치기본권 회복을 위한 시간으로 쓰고자 한다”며 “여러분과 함게 한 모든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앞으로 현장에서 동료교사로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정수경 초등노조 제2·3대 위원장의 사퇴문.
더에듀 |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현장교사들을 주축으로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던져왔다. 이들의 시선에 현재 교육은 어떠한 한계와 가능성을 품고 있을까? 때론 따뜻하게 때론 차갑게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시선을 연재한다. 야구에서 불펜 투수는 경기를 뒤집는 중책을 맡지만, 경기 흐름과 상관없이 늘 대기해야 한다. ‘불이 났다’고 판단되면, 즉시 호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펜 투수를 ‘소방수’라 부른다. 경기 흐름에 따라 소모되며, 언제 불려나갈지 알 수 없는 그 자리는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피 포지션이다. 그런 불펜 투수와 학교폭력 담당교사 사이엔 닮은 점이 많다.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일이 언제 터질지 모르고, 정해진 시간도 없다. 방학식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교실에 혼자 남아 학교폭력 행정절차를 처리하던 날, 나는 문득 모든 책임을 어깨에 맨 마무리 투수의 감정을 느꼈다. 현대야구는 불펜의 전문화를 통해 투수의 자리를 세분화했다. 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는 마무리로, 그 직전은 셋업맨으로, 왼손 원포인트, 롱릴리프 등 정교한 전략이 생겼다. 이를 ‘라루사이즘(-ism)’이라 부른다. 그러나 학교폭력 담당교사의 현실은 아직도 ‘만능’을 요구받는다. 교육적 접근, 법률 이해, 행정 처리, 민원 대응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마무리 투수를 전문화하지 못한 사회 속에 있다. 90년대 중무리 투수 같은 학폭 담당교사 학교폭력 업무는 매우 법률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인지 즉시 신고 의무가 있고, 절차는 매뉴얼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매뉴얼은 지나치게 두껍고, 실제 학교현장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 많다. 담당교사들은 17개 시도교육청의 서로 다른 지침을 비교해 가며 셀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의 담당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톡방’은 마치 외딴 섬들이 모여 만들어낸 군도처럼 존재한다. 이곳에서 교사들은 매일 질문하고, 답을 얻으며, 자기 학교에 맞게 해석해 다시 적용한다. 시스템이 주지 않는 것을, 개인들이 메우고 있다. 교사의 본질, 가치와 현실 사이 일부 지역에선 학교폭력 담당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여주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논쟁거리이다. ‘교사는 수업이 본업이므로, 수업을 줄이는 건 본질 훼손이다’라는 반론과 ‘수업을 유지하면서 학폭 업무까지 맡기는 건 과잉 요구’라는 현실 인식이 충돌한다. 이 와중에 학교폭력 업무는 경험 없는 저경력 교사나 전입 교사에게 ‘자연스럽게’ 대물림되곤 한다. 일부 교사들은 업무 스트레스로 PTSD를 호소하며 기피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헌신’을 전제로 만들어진 자리고, 그 헌신은 곧 소진으로 이어진다. 감정노동과 정서적 소진 학교폭력 신고는 대부분 강한 감정에서 비롯된다. 피해자의 보호자가 분노하고, 가해자의 보호자는 억울해한다. 담당교사는 규정에 따라 안내하고 절차대로 처리하지만, 이는 “왜 빨리 알려주지 않았냐”, “학교가 숨기려 한다”는 불신으로 돌아온다. 절차상 비밀유지를 요구받은 담임교사의 태도는 ‘무책임’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 사이 담당교사는 민원 대응, 감정 조율, 법률 해석, 행정 처리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 담당 민원이기 때문에 학교 민원 대응팀에게 넘기기도 어렵고, 상담 업무이지만 전문 상담교사가 도와줄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결국 가장 힘든 감정의 불꽃은 담당교사에게 쏟아진다. 알래스카에서 벌어진 사안도 교사가 조사해야 한다는 부당함이 논란이 되어 ‘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도 경찰과 학교 사이에서 절충한 ‘타협’일 뿐이다. 경찰에 넘기자니 교육적 해결이 어렵고, 교사가 맡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또 다른 시스템 하나를 교사 위에 얹었을 뿐이다. “이 법을 만든 사람은 지금 잘 자고 있을까.” 채팅방에는 오늘도 누군가가 푸념처럼 올린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선의로 출발한 제도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절차에 얽매여 감정을 관리하고, 말을 조심해야 하는 교사는 어느새 학교의 가장 외로운 사람으로 남는다. 불 야근을 할 때 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응원가인 ‘Bella Ciao(원곡 이탈리아 민중가요)’를 듣는다. ‘해가 지고 달이 차올라 파검의 날 발견해 나도 모르게’라는 구절에서, 나는 해진 학교에 홀로 남은 내 모습을 본다. 그건 어쩌면 내 운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이게 교사의 운명이어야 할까?’ 학교폭력 제도는 이제 ‘전문화된 분업’이 필요하다. 마무리 투수처럼 누군가가 맡아야 하는 자리라면, 그 자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서적 노동, 법률적 책임, 민원 응대까지 한 사람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교사는 수업이 본업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본업을 온전히 수행하게 하려면, 학교폭력을 제도와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 화재신고가 들어왔는데 소방관 한 명 보내는 일이 어디있는가? 소방차도 보내고 응급차도 보내는 법이다. 애당초 학교폭력 대응팀이 출동하지 않아도 되는 경미한 사안은 ‘스크리닝(Screening)’ 해야 한다. 전담기구를 통한 자체종결도 아직 무거운 제도이다. 스크리닝을 통과한 경미하지 않은 학교폭력 신고에 대해서는 팀단위 대응을 해야 한다. 불난 곳에 계속 교사를 투입하면서 헌신적인 교사들을 소진시킬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공동체에도, 조직에도 불행한 일이다. 이제는, 불을 끄는 사람도 함께 지켜야 한다. * 이 글은 실천교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것을 일부 재가공했습니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국가교육위원장과 상임위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은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교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임명권자 또는 위촉권자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배용 전 국교위원장의 논란을 막고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총 37건의 공무 전용차량 요금소 통해 기록 가운데, 6건은 외부강의 10건은 겸직 업무 수행을 위해 사용해 사적 사용 의혹을 받았다. 현행 ‘공무용 차량 관리 규정’ 제10조2항은 공무용 차량의 사적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가교육위원장의 겸직 업무 종사에 대해 별도의 제한 법령이나 예규, 기관 내부 기준 등이 없다는 이유로 해당 사례를 사적사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박 의원은 현행법에 존재하는 겸직허가 관련 사각지대를 없애고자 이 법안을 준비했다. 그는 “국교위원장은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고위공직자로서, 무엇보다도 공직윤리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배용 전 위원장과 같이 공직윤리를 저버리는 인사가 국가교육위원장 자리에 오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