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교실 속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뒤흔든 딥페이크 범죄의 여파가 학교 담장을 넘어 교육 현장을 위협하고 있다. 단순한 장난으로 시작되었을 얼굴 바꿔치기가 점점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할 무기가 되어가는 현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불리는 아이들조차 이 새로운 기술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딥페이크는 ‘딥 러닝’과 ‘가짜’의 합성어로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겉보기에 사실처럼 보이는 거짓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근 몇 달간 딥페이크 기술로 생성된 뉴스 영상이 정치인을 표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적도 있었는데, 그 파장은 대단히 컸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 영상이 진짜 뉴스처럼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어 대중들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학교는 이제 지식 전달의 장을 넘어서 현실과 가상을 분별하는 힘을 키우는 최전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공지능 기술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고, 교육 현장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이 학습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 반대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학생들이 이러한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와 걱정을 교육부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내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2022년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이라는 타이틀을 발표하며,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지침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원칙은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는 인공지능’이라는 대원칙 아래 '학습자의 주도성 강화', '교수자의 전문성 존중', '기술의 합목적성 제고'라는 3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학습자의 개성 존중, 맞춤형 교육 제공, 교육 기회의 균등 보장 등 9가지 세부 원칙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윤리 문제들과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서 실제적 지침으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처음 이 원칙을 봤을 때 ‘인공지능이 벌써 이렇게 가까워졌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의문은 금방 지울 수 있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똑똑!수학탐험대, AI펭톡, 아이톡톡 AI학습(경남교육청)과 같은 도구들이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활용 수업(AIED)으로 학생의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개별적으로 분석하여 학생 개인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어 학습의 성취도를 향상하고 교육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도 미래 기술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에 대한 창의적인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필자는 아직 학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학습 기회를 제공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의 정확성 문제나 편향성, 그리고 윤리적 우려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초등학생의 경우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고, 만 13세 미만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언제는 수업 중에 한 아이가 “선생님, 혹시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당황했던 나머지 대답을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물어본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물론 인공지능도 실수하고 거짓말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인공지능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인공지능에 대한 전적인 믿음보다는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때는 도입부마다 항상 두 가지의 윤리적인 부분은 꼭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항상 옳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인 양 거짓을 말하는 할루시네이션부터 데이터의 편향성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에 앞서 명확한 기준으로 사용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라 생각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의 활용이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한 딥페이크 사건처럼 개인정보 침해와 같이 사람보다 기술이 우선시되는 왜곡이 일어나서는 교육의 본질을 바라보기가 어렵다.
여전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존재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각국이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 또한 이러한 변화에 하루빨리 적응하는 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년이면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원의 인공지능·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인공지능의 대표주자인 챗GPT도 새 모델인 GPT-4o(omni)를 공개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인공지능 기술이 교실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10년 뒤 지금의 모습을 돌아볼 때, 어쩌면 지금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의 한 획을 지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혜성처럼 등장한 인터넷과 같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도 혼란과 적응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인공지능 기술이 주도하는 미래 사회는 더 복잡해질 것이기에, 학교 현장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성장은 선택이다”라는 존 맥스웰의 말처럼, 이제 인공지능 기술을 수업에 어떻게 활용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선택지가 교실에 배부되고 있다.
AIM은 AI Master edu의 약자로 AI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또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AI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챗지피티(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그리고 관련된 다양한 에듀테크(Edu+tech)들은 기존 교육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시하고 있다. AIM은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수업, 평가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또 나누면서 일반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은 AI의 교육적 활용이 쉽지 않은 분들에게 소개할만한 사례들이 있다면 다양한 연수 기회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공모한 전국 수업-평가 연구회에도 선정되어서 보다 많은 전국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러한 사례들을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AI를 잘 쓰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선행해 AI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떤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좋은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는 동시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윤리적으로 그리고 책임감 있게 AI를 활용하게끔 지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