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교육부에선 짧은 기간에 걸쳐 두 차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첫 번째가 전반적인 디지털에 기반한 교육 혁신의 방향이라면 두 번째는 이를 위한 교사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내용이 주였다. 이러한 연이은 계획들이 주는 시사점은 올해가 바로 ‘교육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내년에 교육계에는 굵직한 변화들이 있다. 우선 새롭게 개정된 2022 개정교육과정이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된다. 초등 1,2학년은 이미 올해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되었고 내년엔 3,4학년이 적용된다.
새로운 교육과정만큼이나 초등 교사 입장에서 큰 변화는 바로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이다.
교육부의 기본 골자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의 강조와 같은 새로운 교육의 방향성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흐름을 잘 정착시키기 위한 시기가 바로 올해이기에 교육부는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부의 의도와는 현장에서의 반응은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필자: 선생님, AI 교과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동료 교사1: 이게 실제로 될까요? 전 잘 안된다고 봐요.
필자: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동료 교사2: 연수를 들어봐도 뭐가 없던데요. 굳이 쓸 필요를 못 느끼겠어요.
위와 같은 현상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로 필자는 ‘AI’ 그리고 ‘디지털 교과서’라는 용어가 주는 거부감이라고 생각한다. AI는 사실 교사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무언가 교육과는 거리가 있는 기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약 10여년 쯤 전 실험적으로 도입했던 디지털 교과서가 대부분 선생님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유명무실화됐던 전적도 있다.
교사들에게 어쩌면 아주 멀게 느껴지는 용어 두 개가 합쳐진, ‘AI 디지털 교과서’란 용어는 그 본연의 가치와는 별개로 이미 시작부터 점수를 잃고 들어가는 형편이다.
필자 역시 AI 디지털 교과서가 수업 혁신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장의 많은 선생님이 인식하는 것처럼 수업과는 거리가 있는 기술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
필자는 다양한 연수 기회를 통해서 AI 디지털 교과서는 단순히 AI와 디지털 교과서의 조합이 아닌 AI와 디지털의 도움으로 그간 교실에서 환경적, 물리적 제약 때문에 하기 힘들었던 교육의 형태를 구현해 낼 수 있는 수업 도구로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필자는 4학년 담임교사를 하고 있는데, 다양한 AI 코스웨어(개인적으로 AI 디지털 교과서의 민간 개발 버전으로 정의한다.) 및 에듀테크들을 활용해서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원래부터 이러한 디지털 도구에 익숙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어쩌면 거리가 멀었다고 해야 더 맞는 말 같다. 아날로그에 더 익숙한 교육과정 전공자, 수업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교사 실천가이자 연구자가 어쩌면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정체성이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ChatGPT, 그리고 그때부터 경험하기 시작한 다양한 에듀테크(교육용 디지털 기술)들은 나에게 그동안 다양한 물리적, 환경적 제약으로 하기 힘들었던 수업과 평가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우리 교실의 수업 장면을 한번 엿보자.
# AI 및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변화한 우리 교실 모습: 수학 시간
학생1: 선생님, 오늘도 AI와 함께 수학공부 하나요?
학생2: 오늘 아이북(학생용 노트북)으로 국어 수업한 거 너무 재미있었어요.
학생3: 주말에 혼자 AI와 함께 공부했어요. 기특하죠?
‘대분수 - 대분수’를 배우는 수업이다.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박사 도전, 석사 도전, 학사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일종의 난이도 수준별 과업에 도전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설명을 들으며 수학책과 수학익힘책 교과서를 펼친다.
박 교사는 오늘의 ‘박사 도전’ 문제를 수익 책에서 뽑아서 화면을 통해 보여준다.
학생들은 해당 문제를 익힘책에 표시한다.
박 교사의 수업이 시작된다.
수학책의 왼쪽 페이지를 실물 화상기를 통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선생님의 질문과 풀이 과정, 연습 문제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왼쪽 페이지를 채워간다.
왼쪽 페이지에 대한 학습이 끝나자, 몇몇 학생들이 처음 제시한 수학 익힘책 문제에 도전한다.
해당 문제를 다 푼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켜진 아이북(학생용 노트북)으로 수학 AI 코스웨어 프로그램에 접속한 후, 선생님이 준비해 놓은 박사 도전 문제에 도전한다.
풀다가 어려움은 느끼는 학생은 해당 코스웨어의 동영상을 보기도 하고, 오답 풀이를 보기도 하고, 다시 선생님의 설명을 듣기도 한다.
…(중략)... 선생님의 수업은 계속되고 있다.
박사 과정에 도전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보며 문제를 풀지만 다른 학생들은 여전히 화면을 보면서 선생님과 함께 진도를 나간다.
수학 교과서의 오른쪽을 풀 때 선생님의 설명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구체물, 그림 등을 활용해서 학생들에게 ‘대분수-대분수’ 계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길 격려한다.
오른쪽 페이지 중 연습 문제를 제외한 설명이 끝나고, 이번에는 석사 도전 학생들이 선생님이 처음에 제시한 수학 익힘 문제를 푼다.
다 맞춘 경우에는 AI 코스웨어로 석사 도전 문제에 도전!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다시 선생님과 함께 나머지 문제를 풀어나간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박교사는 여전히 수학책을 붙들고 있는 몇몇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그들이 푸는 문제 과정을 찬찬히 지켜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설명을 덧붙이고, 관련된 추가 문제도 내어준다.
잠시 후 수업 마침 종이 울리고, 교사는 책상에 앉아서 박사 과정과 석사 과정에 도전했던 학생들의 성취도를 컴퓨터로 확인한다. |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수업의 형태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기존의 수업이 똑같은 시간을 제공받고도 어떤 학생들에겐 실제로 중요했던 시간이 10분이었을 수도 있고, 어떤 학생들에겐 20분일 수도 있으며, 어떤 학생들에겐 30분이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수준에 따라 필요한 수업의 과정이 당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시도하는 이러한 형태의 수학 수업은 개별 학생들의 ‘ALT(Academic real time)’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종래의 형태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지만, AI를 활용한 디지털 도구로는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
더욱이 AI의 교육적 적용이 시작단계라는 측면에서, 현재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으로 보았을 때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을 확인했다.
이는 교육부에서 강조하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의 키워드인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 그리고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AI 디지털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에서의 ‘디지털’은 AI 디지털교과서와 다양한 에듀테크들,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처럼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들을 모두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면이 길어지는 관계로 기사를 분할하고자 한다. 다음 시간에는 다른 초등 교과시간 수업의 상황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AIM은 AI Master edu의 약자로 AI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또 나누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미 AI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챗지피티(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그리고 관련된 다양한 에듀테크(Edu+tech)들은 기존 교육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을 제시하고 있다. AIM은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수업, 평가가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또 나누면서 일반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은 AI의 교육적 활용이 쉽지 않은 분들에게 소개할만한 사례들이 있다면 다양한 연수 기회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공모한 전국 수업-평가 연구회에도 선정되어서 보다 많은 전국의 선생님들과 함께 이러한 사례들을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AI를 잘 쓰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선행해 AI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떤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좋은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는 동시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윤리적으로 그리고 책임감 있게 AI를 활용하게끔 지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