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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EAL] ②디지털 격차가 삶의 격차가 되지 않도록

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도구와 생산성


1800년대 미국의 한 광고회사에서는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하루 1000장의 편지를 수기로 보내기 위해 100명의 직원이 필요했고 그 월급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던 와중에 타자기가 등장했다. 직원들에게 두 배의 월급을 줘야 했지만 20명의 직원이면 하루 1000장의 편지를 쓰는 데 거뜬했다. 생산성이 5배가 된 것이다.

 

1900년대 후반이 되어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다. 컴퓨터에 설치된 워드프로세서를 활용하여 문서를 편집하고 E-mail로 보내니 단 1명의 직원이면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1800년대와 비교하여 개인의 생산성이 100배나 증가한 것이다.

 

2020년대 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고객들의 관심이나 흥미를 바탕으로 편지글의 초안을 만들어 주거나 고객정보와 주소를 EXCEL로 정리해 주기도 한다.

 

오늘날에는 웹페이지의 메일 주소를 수집하여,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광고 메일을 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최근 생성형 AI기술은 대상에 따라 어떻게 글을 써야 효과적일지 알려주고 초안을 작성해 줄 만큼 발전했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이 기사의 본문과 위의 생산성 변화 그래프도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 GEMIN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것이다. 전문적인 기자가 아닌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아 기사문을 쓸 수 있을 만큼 도구의 발전이 개인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디지털 격차와 학습 격차


이처럼 강력한 기능을 가진 디지털 도구를 잘 활용하는 개인의 경우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문제는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고전적인 방식이라면 선생님의 질문에 발표자 한 명만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패들렛(padlet)이나 멘티미터(Mentimeter) 등을 활용하면 많은 학생이 동시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 수업 참여도가 훨씬 높아진다.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어 게임처럼 상호작용이 가능한 퀴지즈(Quizizz)나 퀴즈앤(Quizn) 등의 도구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학습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사는 구글 클래스룸 같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하면 한눈에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거나 피드백할 수 있다. 또, 일정 기간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 지도는 물론 수업 전반에 관한 기록을 남겨두면 결국 교사 본인에게 큰 자산이 된다.

 

이러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담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 DT)는 2024년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에 개발 및 보급될 예정이다. AI DT는 교사를 보조하는 역할로 학습자 진단, 분석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에 따른 학습자료 및 방법을 제시하는 등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교사는 이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정보를 수집하여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교사와 학생의 활용 능력에 따라 엄청난 학습의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기초소양은 3R(읽기, 쓰기, 셈하기)을 의미했다. 2022년 교육부는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초 소양에 ‘디지털 역량’을 새로이 추가하였다. 디지털 역량이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디지털과의 첫 만남


현장에서는 AI DT 도입에 발맞추어 대부분의 시·도 초등학교에 1인 1기기가 도입되는 중이다. 경남의 경우 2022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을 아이북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했다.

 

2022년 당시, 학교의 정보부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3~6학년 학생들에게 약 700여대의 아이북을 보급하고, 사용법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아서 진행했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았다. 대다수 학생은 윈도우 OS가 탑재된 노트북을 처음 접해봤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이북을 수업에 처음 활용해야 하는 교사라고 가정해 보자. 알파벳 대소문자도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Caps Lock 키를 알려주면서 한 명씩 로그인을 도와주는 중이다. 브라우저를 켜고 웹에서 로그인을 하려는 데 인터넷 연결이 자꾸 끊어 진다. 윈도우 드라이버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이다. 드라이버 문제로 마이크나 카메라도 이상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이들이 배터리가 없다며 하나 둘 손을 든다. 배터리가 없는 노트북은 화면이 거의 안 보이거나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하지만 교실에는 콘센트가 두 개뿐이다. 6구 멀티탭 6개를 이어 붙여서 충전 해가며 3~4시간 정도 씨름하고 나니 드디어 모든 노트북의 윈도우 업데이트가 끝나고 최신 상태가 되었다. 인터넷 연결은 안정적이고 브라우저 로그인도 마쳤다.

 

한시름 내려놓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윈도우 키 눌러서 타자 연습 한번 실행해 볼까요?”

 

아이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말한다.

 

“윈도우 키가 뭐예요?”

 

아마 대부분의 초 3~4학년 교실의 모습일 것이다. 이마저도 교사가 하드웨어에 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고, 학생들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을 때의 시나리오이다. 윈도우 드라이버 업데이트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인터넷 연결과 마이크, 카메라가 왜 정상 작동하지 않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디지털 기기와 정책을 원망했을 것이다.

 

좌절스러운 경험의 반복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디지털 기기에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그 결과 디지털 도구 활용에 관심도와 흥미가 떨어진다. 자연스레 접근 기회는 줄어들고, 디지털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디지털 첫걸음에 필요한 것


아이가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셈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취학 전부터 듣고 말하며, 학교에 와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반복해서 배운다. 연필로 글을 쓰고 지우개로 지우는 법, 연필 깎는 방법도 배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연필을 이상하게 쥐고 글씨를 쓰며 맞춤법은 매일 틀린다.

 

수학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특히 많아 ‘수포자’가 양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보충 학습지와 개별지도를 통해 아이들을 돕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디지털 소양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다뤄온 스마트폰은 능숙하게 사용하지만 처음 접하는 윈도우나 크롬 브라우저, 마우스, 키보드를 다루는 데는 서투를 수밖에 없다. 한글이나 셈을 배울 때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하게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하여 교사들의 디지털 소양은 필수적이다. 처음 디지털 기기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기기를 다루는 방법을 처음부터 가르쳐 주려면 근본적으로는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하드웨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부분에 대한 충분한 연수가 진행되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 현재, 많은 일터에서 디지털 기기의 활용은 숨 쉬듯 이루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벌어지는 디지털 격차가 결국 삶의 격차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디지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현장의 발 빠른 노력과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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