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경상디지털교육자연합(G-DEAL)이 디지털 전환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사회 교육경쟁력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교육자들 간의 연합체로 지난 7월 창립했다. G-DEAL은 어떤 교육적 가치를 추구할까. 또 디지털 전환 교육 시대를 맞아 고민하는 올바른 방향성은 무엇일까. <더에듀>는 미래사회를 슬기롭고 분별력 있게 살아가는 데 디지털이 여러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G-DEAL 회원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고등학교에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이란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소인수과정 등이 구축되었다. 이를 통해 특히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도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어 교육과정의 차이로 인한 불이익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본교에서 청송의 J학교와 경주의 Y학교에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미적분 수업을 개설하여 소규모 학교에서는 개설하기 어려운 수학 과목을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많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희망 학과에 맞는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수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수업으로 교양 또는 심화과목이 개설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수강한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서 진로 역량과 자기주도 역량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입에 활용되며 공동교육과정의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 학교는 현 교육체제에 맞춰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대입 또한 교육체제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3년간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수업-평가-기록 후기 : 부제 : 학생 냄새 나게 작문해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고2,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심화영어작문Ⅰ 과목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으로 개설하였다.
2020년에 첫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시스템도 부족하였고, 소프트웨어 수준도 기대에 못 미쳤고 수업, 평가 모든 것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수업을 성취 기준에 맞춰 재구성하고,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교과서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작문 수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심화영어작문Ⅰ 수업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자료도 많이 없어서 오히려 수업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그리고 수강생들도 스스로 영어 작문 수업을 신청하여 들어온 학생들이라 기본적으로 영어에 대한 흥미가 있고 영어 실력도 괜찮은 학생들과 함께 수업할 수 있는 것이 이 수업의 특징이었다.
수업은 구글클래스룸과 Zoom을 통해서 이뤄졌고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수업의 단계는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1. 챕터별 2개의 짧은 지문을 학생들이 한 문장씩 번갈아 가며 해석
2. 해당 지문들을 두 문단 혹은 세 문단으로 나누고 해당 문단들의 키워드 선정
3. 자신이 생각한 키워드를 활용하여 지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
4. 동료 학생과 교사에게 실시간 피드백 주고받기
5. 다른 학생과 자신의 글을 비교
6. 지문과 관련한 주제 찬반 토론에 자신의 주장 및 근거 작성
7. 수행평가 작성(자기소개서, 진로보고서 작성하기)
내가 생각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피드백을 주고받는 4단계이다. 실시간 온라인 영어작문 수업에서 가장 큰 걱정은 번역기의 사용이다. 파파고, 구글번역기, Chat GPT 등 학생들이 쉽게 영어 작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 문서를 통한 실시간 작문과 모든 학생의 글에 대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피드백은 형성평가 역할을 하며, 수업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또한 학생들이 구글시트에 들어와 각자의 칸에 작문하게 하면 복사 붙여넣기를 막을 수 있고, 다른 학생들이 작성한 글과 자신의 글을 비교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번역기를 사용한 글과 학생이 직접 작성한 글이 어느 정도 구분이 된다. 이상하게도 교사의 눈에 잘 들어온다. 그래서 특히 '번역기 냄새'가 나는 글에는 단어를 바꿔보라든지, 문장구조를 변경하여 같은 의미로 다시 만들라든지, 특정 동사를 사용하여 수정하게 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작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의도한 의미를 작문해 내려는 노력이 화면과 실시간 타자를 통해 보였다.
그리고 A라는 학생이 피드백을 받을 때 다른 학생들도 함께 A 학생이 작문한 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지시한다. 자신의 문장뿐만 아니라 남이 작성한 문장도 어떻게 수정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주고, 교사가 의도한 피드백이 자기 생각과 일치했을 때 Zoom 화면에서 기뻐하거나 끄덕임을 통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6번 단계는 토플 라이팅 시험에 기초하여 작문할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대학생이 되어 영어권 교환학생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시험이 토플이라서 미래에 혹시 모를 교환학생 준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래와 같이 고등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템플릿을 만들어 제공하고 예시와 함께 보여준다. 아래 템플릿과 유사한 흐름의 글을 작성하고, 자신의 주장과 근거를 작성하여 논리적 글을 작문할 수 있도록 Guided Writing 방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위 템플릿에 조금 익숙해지면 위 흐름에 맞춰 작문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수업 때 첫인상에 대한 지문을 해석하고 1~5번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받는다.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쓰시오.]
학생들은 해당 주제에 대해 템플릿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주장 및 근거를 활용하여 작문한다. 수업 시간에 다 하기가 빠듯하여 덜한 부분은 수업 후 숙제로 나간다. 일반적이고 친숙한 주제에 관한 질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적절한 근거와 함께 잘 적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과제 역시 교사가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두 번 정도의 피드백을 주고받은 후 최종본이 완성된다.
7번 수행평가는 자기소개서와 진로보고서 작성하기 두 가지다.
자기소개서는 구글 슬라이드 양식을 제공하여 작성하도록 했고, 자신의 장점, 성장배경, 인성, 자유주제 네 가지에 대해 작성하게 하였다. 4차시에 걸쳐 자기소개 수행평가를 완성한 후 돌아가며 자기 자기소개서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의 성장배경과 개인사를 듣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진로 보고서는 자신의 진로에 맞는 주제를 선정하여 구글 문서 양식을 제공하고, 이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두 과제는 구글 클래스룸에 과제를 만들 때 구글 클래스룸 평가 기준표 기능을 활용하여 학생들도 평가 기준표를 볼 수 있도록 하였고 시스템에 따라 학생들의 과제물에 채점도 할 수 있었다.
감점이 될 때는 과제에 개인 댓글을 활용하여 왜 감정되었는지, 어떠한 평가 기준에서 감점이 되었는지 적어주었고, 학생들의 이의 제기에 반응할 수 있었다.
모든 수업 과정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번역기 없이 작문하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가지는 것’ 이었다. 오죽하면 수업 강의명을 ‘나 혼자 쓴다’라고 했겠는가.
‘학생 냄새’나는 글을 읽을 때면 기분이 좋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들로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꾸역꾸역 작문하고, 수 일치도 틀리고 의미 전달도 안 되지만 잘못했는지 모르고 오로지 작문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학생들의 타이핑하는 화면을 통해서도 전달이 된다.
학생 냄새나는 글을 많이 작성하고 교정받으며 조금 더 다듬어진 영어 작문을 할 수 있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그렇게 하려면 학생들의 개인별 수준을 파악하고 교사의 끊임없는 관찰과 노력, 그리고 학생에게 관심을 많이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수업을 마무리하고 최종적으로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을 작성하며 다시금 필자도 수업에 대한 성찰을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교사 교육과정의 의미
학생들을 위한 수업, 학생들에게 달성해야 할 성취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에 맞게 수업을 구성하여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학습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이라면 그 어떤 수업이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AI로 인해 더 다양한 수업이 가능해져 이를 작문 수업에도 녹여볼 계획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발전된 수업 형태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수업은 없다. 다만 매 수업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의 수업은 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의 수업도 그만큼 많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틀에 갇힌 EBS교재 수업, 교과서 수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수업을 설계하여 진행했던 지난 5년간의 경험을 많은 선생님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디지털 기반 수업 설계 및 평가(디기수평)' 커뮤니티는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오늘날의 시대를 살아가는 교사들이 수업이라는 본질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커뮤니티의 비전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이에 기반한 수업과 평가를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사들의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 향상,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 및 성취도 증대,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평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AI 기반 수업 설계를 통해 창의적이고 협력적인 학습 환경을 조성하며, 지속적인 교사 전문성 개발과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반 평가에 중점을 두어 각종 온라인 평가 도구 활용, 진단/형성/총괄 평가의 디지털화, 데이터 기반 학습 분석 등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평가의 질을 높이려 한다. 또한, AIDT시대를 맞이하여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균형을 추구하며, 다른 교육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연계와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교육 혁신을 함께 이루어 나갈 것이다.